악성 주폭 노숙인 검거 잇따르자 상주노숙인 50명에서 10명 '급감' … 112신고 '뚝' 주민들 발길 이어
19일 저녁 8시 30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리공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러 나온 가족 등 60~70명 정도가 공원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19일 찾은="" 구로리공원에서는="" 늦은="" 밤에도="" 놀이터를="" 사용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저녁 9시에도 아이들 웃음소리 = 공원 가운데 광장을 둘러싼 벤치마다 연령대가 다양한 부녀자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쪽 놀이터에서는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는 어린이로 붐볐다. 숲길 쪽 분수대 앞에서는 40~50대 남성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이날 구로리 공원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과 지역 자율방범대에 발견된 노숙인은 총 4명으로 술에 취한 사람은 3명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구석에서 노숙인 3명이 술을 마시며 언쟁을 하고 있었다. 김영규(51) 구로남 자율방범대 대장이 다가가 "공원에서 술 마시고 떠들면 안된다"고 나무라자 얌전히 짐을 싸서 자리를 떠났다.
다른 노숙인 한 명은 공원 한 가운데서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순찰중인 경찰에게 "저 사람 좀 조용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최동영 구일지구대 3팀장이 "주민들이 싫어하지 않느냐"고 타이르자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공원을 벗어났다.

<최동영 구일지구대="" 팀장과="" 김영규="" 자율방범대장이="" 광장에서="" 고성을="" 내던="" 노숙인을="" 계도하고="" 있다.="" 사진="" 이재걸="" 기자="">
◆노숙자 집합소에서 시민의 공원으로 = 2003년 개장한 구로리공원은 다양한 어린이용 놀이기구와 분수대 등을 갖춘 '어린이공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노숙인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인근에 일용직을 구할 수 있는 직업소개소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가 위치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상주 노숙인 수가 50명까지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술에 취해 공원 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인근 식당·상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일이 예사로 벌어졌다. 해꼬지라도 당할까 공원을 찾는 주민이 줄자 공원 화장실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도 생겨났다.
공원을 관할하는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에서도 수시로 순찰을 하며 계도활동을 했지만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도보순찰을 자주 할 수 없었다.
구로리공원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역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구로남 자율방범대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1998년 당시 20여명 수준이었던 구로남 자율방범대는 공원의 우범화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현재 45명까지 늘어났다.
방범대는 2인1조로 주3회 2시간 이상 심야에 공원과 인근지역 순찰을 실시했다. 주간에도 수시로 공원과 주변을 오가며 치안상태를 살폈다. 주취 노숙인들이 보이면 계도하고 문제가 심각한 경우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다. 방범대는 지난 3월부터 아예 컨테이너 사무실을 공원 바로 옆에 설치, 공원을 전담순찰하고 있다.
구일지구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명에 달했던 상주 노숙인은 올해 들어 8~1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탈행동을 하는 청소년도 사라졌다.
◆'주폭척결' 효과 주취노숙인 급감 = 한달여 전부터 구로리공원에서는 주취 노숙인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경찰이 주취폭력을 근절하겠다며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리공원에서도 지난달 2명의 상습 '주폭' 노숙인이 연속으로 구속되고, 최근 1명이 추가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구속된 노숙인들은 각각 폭력전과 57범, 21범. 인근 상가에서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최동영 팀장은 "기존에는 사건 별로 처분을 하다보니 악성 주폭도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이제는 상습적으로 주폭행태를 보이는 주취노숙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악성 주취노숙인 검거는 '일벌백계' 효과가 있었다. 공원 주취노숙인 관련 112신고 건수가 하루 평균 5건에서 0~1건으로 급감했다.
최 팀장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도 자율방범대의 도움이 컸다"며 "평소 주취노숙인들을 자주 봐온 대원들이 상습 주폭자들을 식별·판단하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가 "이제 좀 살겠다" =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인근 상가 주민들은 "그 많던 주취노숙인들이 다 어디갔느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유치원생 딸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직장인 김 모(41·여)씨 부부는 "3년 전만 해도 노숙자 때문에 공원에 애들을 데리고 나오기가 꺼려졌다"며 "지금은 너무 깨끗하고 산책하기 좋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공원 길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승국(58)씨는 "영업 초기에는 외상달라, 술달라며 드러눕는 노숙인들이 끊이지 않았다"며 "노숙인의 발길이 끊기니 손님 발길이 느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근처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이순(51)씨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어와 행패부리고 싸우는 노숙자 때문에 112 신고를 매일같이 했다"며 "1~2달 사이에 몰라보게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조태일 구일지구대 대장은 "자율방범대의 도움과 적극적인 주폭단속이 공원을 정화하는 데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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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영>19일>
19일 저녁 8시 30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리공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러 나온 가족 등 60~70명 정도가 공원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19일 찾은="" 구로리공원에서는="" 늦은="" 밤에도="" 놀이터를="" 사용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저녁 9시에도 아이들 웃음소리 = 공원 가운데 광장을 둘러싼 벤치마다 연령대가 다양한 부녀자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쪽 놀이터에서는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는 어린이로 붐볐다. 숲길 쪽 분수대 앞에서는 40~50대 남성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이날 구로리 공원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과 지역 자율방범대에 발견된 노숙인은 총 4명으로 술에 취한 사람은 3명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구석에서 노숙인 3명이 술을 마시며 언쟁을 하고 있었다. 김영규(51) 구로남 자율방범대 대장이 다가가 "공원에서 술 마시고 떠들면 안된다"고 나무라자 얌전히 짐을 싸서 자리를 떠났다.
다른 노숙인 한 명은 공원 한 가운데서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순찰중인 경찰에게 "저 사람 좀 조용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최동영 구일지구대 3팀장이 "주민들이 싫어하지 않느냐"고 타이르자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공원을 벗어났다.

<최동영 구일지구대="" 팀장과="" 김영규="" 자율방범대장이="" 광장에서="" 고성을="" 내던="" 노숙인을="" 계도하고="" 있다.="" 사진="" 이재걸="" 기자="">
◆노숙자 집합소에서 시민의 공원으로 = 2003년 개장한 구로리공원은 다양한 어린이용 놀이기구와 분수대 등을 갖춘 '어린이공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노숙인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인근에 일용직을 구할 수 있는 직업소개소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가 위치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상주 노숙인 수가 50명까지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술에 취해 공원 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인근 식당·상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일이 예사로 벌어졌다. 해꼬지라도 당할까 공원을 찾는 주민이 줄자 공원 화장실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도 생겨났다.
공원을 관할하는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에서도 수시로 순찰을 하며 계도활동을 했지만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도보순찰을 자주 할 수 없었다.
구로리공원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역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구로남 자율방범대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1998년 당시 20여명 수준이었던 구로남 자율방범대는 공원의 우범화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현재 45명까지 늘어났다.
방범대는 2인1조로 주3회 2시간 이상 심야에 공원과 인근지역 순찰을 실시했다. 주간에도 수시로 공원과 주변을 오가며 치안상태를 살폈다. 주취 노숙인들이 보이면 계도하고 문제가 심각한 경우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다. 방범대는 지난 3월부터 아예 컨테이너 사무실을 공원 바로 옆에 설치, 공원을 전담순찰하고 있다.
구일지구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명에 달했던 상주 노숙인은 올해 들어 8~1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탈행동을 하는 청소년도 사라졌다.
◆'주폭척결' 효과 주취노숙인 급감 = 한달여 전부터 구로리공원에서는 주취 노숙인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경찰이 주취폭력을 근절하겠다며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리공원에서도 지난달 2명의 상습 '주폭' 노숙인이 연속으로 구속되고, 최근 1명이 추가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구속된 노숙인들은 각각 폭력전과 57범, 21범. 인근 상가에서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최동영 팀장은 "기존에는 사건 별로 처분을 하다보니 악성 주폭도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이제는 상습적으로 주폭행태를 보이는 주취노숙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악성 주취노숙인 검거는 '일벌백계' 효과가 있었다. 공원 주취노숙인 관련 112신고 건수가 하루 평균 5건에서 0~1건으로 급감했다.
최 팀장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도 자율방범대의 도움이 컸다"며 "평소 주취노숙인들을 자주 봐온 대원들이 상습 주폭자들을 식별·판단하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가 "이제 좀 살겠다" =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인근 상가 주민들은 "그 많던 주취노숙인들이 다 어디갔느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유치원생 딸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직장인 김 모(41·여)씨 부부는 "3년 전만 해도 노숙자 때문에 공원에 애들을 데리고 나오기가 꺼려졌다"며 "지금은 너무 깨끗하고 산책하기 좋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공원 길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승국(58)씨는 "영업 초기에는 외상달라, 술달라며 드러눕는 노숙인들이 끊이지 않았다"며 "노숙인의 발길이 끊기니 손님 발길이 느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근처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이순(51)씨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어와 행패부리고 싸우는 노숙자 때문에 112 신고를 매일같이 했다"며 "1~2달 사이에 몰라보게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조태일 구일지구대 대장은 "자율방범대의 도움과 적극적인 주폭단속이 공원을 정화하는 데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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