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위기, 한국경제 바꾸다 (1) 왜곡된 고용시장] 노는 청년층, 일하는 고령층 … 세대간 양극화 심해졌다

지역내일 2012-06-21 (수정 2012-06-21 오후 1:33:22)

고용지표는 위기 극복, 정부 환호 … 체감고용은 연령대별 큰 차이 보여
쳥년일자리 위기 이후 11만4천개 줄어 … 50세 이상은 21만6천개 증가

외환위기이후 한국경제는 큰 변화를 겪었다.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해도 고용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쥐어짜 이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구조조정의 상시화로 일자리가 불안해졌다. 소득감소, 소비축소, 생산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잠재성장률 하락을 낳았다. 높아진 환율을 이용한 대기업들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기업 양극화, 개인 양극화가 확산됐다.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문턱이 사라져 외국인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2008년 하반기에 몰아 닥친 글로벌금융위기도 5년째로 접어들면서 한국경제의 틀을 바꿔놓고 있다. 고용시장, 성장률, 대외의존적인 국제경제, 세계경제의 다극화, 부채와의 전쟁 등 다양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한국경제의 체질을 진단했다.

#모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50대를 훌쩍 넘었다. 그의 고민은 이사에 진급하지 못한 것도, 곧 일자리에서 손을 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있는 그를 짓누르는 것은 '놀고 있는 장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나왔는데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나이는 서른 살을 넘어섰다. 이러다 부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다. A씨는 연금과 집이 있어 노후를 보낼 만 하지만 30대 아들은 일자리를 못 찾아 결혼도 늦춰 놨다. A씨는 급기야 임금피크제가 끝나는 내후년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놀고 있다. 일자리가 없다. 고령층은 일자리를 꽉 잡아쥐고 놓을 줄 모른다. 부모는 더 일하고 자녀는 일할 곳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겨우 버텨내고 있다.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에 경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논란이 있지만 세대간 일자리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인구 증감을 고려하더라도 젊은이 일자리는 줄었고 고령층 일자리는 크게 늘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1~5월까지 취업자수는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월평균 46만6000명씩 늘어났다. 이는 2010년과 2011년에 늘어난 취업자 32만3000명, 41만5000명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글로벌위기를 벗어난 고용시장? = 우리나라 고용지표는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는 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 5월 고용률이 글로벌 위기 직전인 2008년 5월과 같은 60.5%였다. 고용률은 15세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으로 체감고용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 4년간 15세 이상 인구는 197만8600명 늘었다. 이중 취업자수는 무려 119만3700명 확대됐다. 연평균 29만8400명으로 30만명 가까운 증가를 보였다.

경제활력을 보여주는 경제활동인구도 글로벌위기 이전에 비해 124만7400명이나 증가했다. 15세이상이면서 일을 하겠다고 나선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이 2008년 5월에 비해 0.1%p 높은 62.5%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일자리 찾기에 나서면서 실업자는 5만3500명 증가해 실업률을 3.1%로 0.1%p 올려놨다.

◆인구의 양극화, 취업의 양극화 = 지난 4년간 전체인구는 197만8600명 늘었다. 50대와 60세이상은 각각 131만5300명, 121만4500명 증가했으며 40대는 9만8400명 확대됐다.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37만5500명, 34만700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인구도 전체적으로는 124만7400명이나 증가했으며 50대는 무려 108만7700명, 60세이상은 59만5400명 늘었다. 20대와 30대는 23만6200명, 33만6100명이 감소했다.

50세이상은 늘어난 인구중 66.53%가 일자리를 찾아 나선데 반해 줄어든 20~30대 인구 71만6200명 중 79.9%는 고스란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졌다.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참가율에서 20대와 40대는 각각 0.1%p, 0.3%p 늘었다. 특히 50대는 1.7%p, 60세이상은 1.3%p 뛰었다. 반면 30대가 1.0%p나 감소했다. 4년 전과 동일한 경제활동참가율을 유지하려면 30대 중 7만9100명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해야 한다. 그만큼 일자리를 찾는 데 지쳤거나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30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취업자는 119만3700명 늘었지만 이중 107만2100명이 50대에서 늘었고 60세이상에서도 56만9400명 확대됐다. 20대는 26만9400명, 30대는 32만600명 감소했다.




◆체감고용의 온도차 = 체감고용을 보여주는 고용률 변화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잘 드러냈다. '인구증감에 따른 효과'를 모두 감안한 결과다. 전체 연령의 고용률은 4년전과 같은 60.5%지만 20대와 30대는 0.7%p, 0.9%p 낮았다.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1.2%p 떨어졌다. 50대는 1.7%p, 60세이상은 1.1%p 높았다.

체감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대와 30대에 각각 4만3000개, 7만1000개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청년(15~29세)의 일자리 부족규모는 11만4000개였다. 반면 50대는 12만5000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졌고 60세이상에서도 9만1000개가 늘었다. 10대(15~19세)와 40대는 각각 2만3000명, 3만3000명 증가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나타나는 40만~50만명의 취업자수 증가는 놀라운 것이라기 보다는 외환위기 전후 연평균 취업자수 증가가 44만명에서 22만명으로 줄어든 것과 같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 실업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졸자가 너무 많아 청년 취업애로계층이 실제 실업자의 배를 넘어서고 반면 고령층들이 단순 일자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고용률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과거엔 청년과 고령층 고용률이 같이 움직였는데 최근에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령층이 청년일자리를 잠식했을 수도 있다는 근거로 해석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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