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스페인의 그리스화'. 요즘 국제금융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왜 두려워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 국제금융계는 유럽 정상들의 압박으로 그리스에 꿔준 돈의 절반을 탕감해줘야 했다. 탕감을 안해주면 꿔준 돈 모두가 휴지가 될 판이어서 국제금융계는 정치권의 압박에 굴복해야 했다. 그로 인해 입은 손실이 1000억유로다.
그러나 덩치가 큰 스페인은 그리스와 비교가 안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정점대비 30%가량 빠진 스페인 집값은 앞으로 25% 이상 추가하락이 예상된다. 앞으로 금융부실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얘기다.
그럴 경우 유럽이 스페인 은행에게 최대 1000억유로를 꿔주기로 했으나 6개월~1년 후에는 스페인이 또다시 손을 벌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스페인 은행들이 파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돈은 2600억유로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금융계는 현재 7000억유로 이상의 스페인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2800억유로를 스페인 중앙은행에 빌려주고 있다.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된다면 국제금융계는 이 가운데 절반 5000억유로를 탕감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5000억유로는 미국 달러화로 환산하면 6250억달러 정도가 된다. G20이 이번에 세계금융위기에 대응해 늘리기로 한 IMF 신규출연금이 4560억달러다. 이를 다 쏟아부어도 스페인 불끄기에 부족하다는 얘기가 된다. 왜 국제금융계가 '스페인의 그리스화'에 전율하는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스페인 10년물 국채는 사실상 국가 디폴트를 의미하는 7%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단기 국채금리도 연일 폭등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만 가계부채 '걱정스런 속도'로 늘어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보면 더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스페인화'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OECD IMF 등 국제경제기구는 물론, 최근 들어서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까지 한국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공개리에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세계 국가들이 가계부채를 줄이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가계부채가 '걱정스런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한국 가계부채가 부동산거품 파열로 국가 파산상태에 이른 스페인이나 아일랜드 못지 않게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경제기구나 국제신용평가사가 한국 가계부채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좋은 사인이 아니다. 특히 국제금융계가 부동산거품 파열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시점에 이런 경고가 나온다는 것은 불길한 신호일 수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은 문제가 아니나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은 국제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고도 많으며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도 있어 당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나, 앞으로 경제환경이 급속 악화되면 한국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경고에 다름 아닌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위기감을 나타냈다. "스페인과 우리나라는 거의 붕어빵 같다. 경제규모도 비슷하고 인구도 그렇고, 무엇보다 부동산거품과 가계대출 심각성이 너무나 똑같다. 언젠가는 스페인처럼 될 것이라고 얘기해도 딱히 반박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 가계대출의 숨겨진 비밀을 토로했다.
제대로 경제를 아는 위정자 필요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한마디로 말해 원금이 아니라 이자만 갚는 구조다. 만기가 돌아와도 거의 원금을 갚지 않고 만기를 연장하고 또 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가계부실이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급변해 은행이 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면 스페인 이상의 재앙도 발생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현재도 위험수위로 급증하는 국가부채는 순식간에 폭증할 것이다. 은행들은 개인파산자들의 부채를 탕감해줄 수밖에 없고, 국가는 은행에 또다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수년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온 '빚 권하는 정책'이 결국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무서운 부메랑이 돼 한국경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양상이다. 이래서 제대로 경제를 아는 위정자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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