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언젠가 한번은 터진다

지역내일 2012-06-25

안찬수 편집위원

가계부채 부실폭탄이 터지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뇌관이다. 지난해부터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상환이 시작된 주택담보 대출이 올해까지 2년간에 걸쳐 전체 대출금액의 약 46%에 이른다. 912조원의 가계대출금액 중 주택담보대출이 약 400조원인데 이 비율대로 산정해보면 184조원이 거치기간이 끝난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대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과 농협이 가지고 있는 올해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잔액만 계산해보면 대략 24조원 규모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을 낼 때 담보인정비율(Loan-to-Value ratio. 주택가격에 비해 주택담보 대출금액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권이 60% 정도를 적용하는데 최근 집값이 평균 20% 정도 떨어졌다면 담보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은행들은 일시상환 대출금을 만기 연장할 경우 LTV에 따라 원금의 10~15%를 갚으라고 독촉한다. 은행들이 이 중 10%가량을 적용해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연말까지 대출을 낸 가계들은 이자에 더해 2조4000억원 가량의 빚을 일단 갚아야 원금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대출금이 3억원이면 3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치식은 원금상환비율에 따라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주택 대출로 중산층 '하우스푸어' 전락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단대출을 끼고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 중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집단대출 연체율은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약 4배나 높다. 약 102조원 규모의 집단대출은 주로 서울(22조원) 경기(37조원) 인천(12조원) 등 수도권에 몰려있고 시기적으로는 2008~2009년 부동산 투기 광풍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물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대출발 금융위기의 조짐은 실제로 원금과 이자 등을 제때 갚지 못해 법원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물건이 급증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수도권 아파트는 1만1322가구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같은 기간(8550가구)보다 2770여 가구가 더 많다.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은행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들였던 중산층이 글로벌 대불황과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에 '하우스푸어(대출 원리금 상환에 시달리는 집주인을 가리키는 신조어)' 대열로 전락하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에 물려있는 가계부채는 가계와 금융의 동반 부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유럽 재정위기나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충격에 아주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 가계부채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대출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루질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는 얼마 전 '5·10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모두 16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반짝 효과에 그친 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인가구가 늘어나고,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는 구태의연한 정책으로는 시간이나 끌 뿐 부동산과 결합된 금융시장의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불황 대비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부터 시행을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면 우리도 스페인처럼 터질 수 있다. 사실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해 만들어낸 부실은 예외 없이 터졌다.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 세계에 위기를 불러왔고, 경제대국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한 때 '셀틱 타이거'라며 너도나도 새로운 경제모델이라고 칭찬해 마지않던 아일랜드도 2010년 부동산 버블이 터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예외라고 버티다간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부동산관련 대출에 대해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고 2008년처럼 외국인이 7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빼내 빠져나가는 상황을 가정해 금융권이 얼마나 부실이 날지 스트레스 테스트부터 시행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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