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부유층, 보수 정체성 공유 '안정적 상호작용' … '부자 투표율'은 이미 최대치
야권-빈곤층, 야당의 연대-분열 반복에 일체감 희석 … 투표율 높아지면 야권이 유리
샘플 800~1200명 규모 여론조사에서 빈곤층 응답자들은 흔히 보수성향을 보인다. 지지정당도 민주통합당 보다는 새누리당을, 대선주자 도 야권 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빈곤층은 보수적'이라고 얘기하는 정치권 인사와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최근 한겨레신문의 기획 '가난한 민주주의'도 이런 결론을 강화시키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빈곤층=보수적'이라는 등식은 빈곤층 안에 노년층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현상이다.
◆4·11 총선에서도 계층투표 성향 뚜렷 =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연령과 생활수준을 동시에 고려해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을 조사한 결과 생활수준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박근혜 지지가 많았다. 생활수준이 낮아질수록 박근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도 뚜렷했다. 부자일수록 더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표 참조="">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빈곤층이 보수적이라는 착시는) 조사규모가 크지 않아 (세대별로) 세분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강남에서 여당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에서 야당 지지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4·11 총선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는 주택소유율이 76%에 달하고 고급빌라가 모여 있는 대표적인 부촌 평창동에서 민주당 정세균 당선자를 1850표 차이로 이겼다. 반면 정 당선자는 서민 밀집지역인 창신1동(624표), 창신3동(801표), 명륜3가동(819표)에서 홍 후보를 앞섰다.
서울 영등포을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는 주택소유율이 78%인 여의동에서 민주당 신경민 당선인을 4574표나 앞섰다. 하지만 신 당선자는 주택소유율이 30%대인 신길1·4·5동에서 각각 700~1300여표 앞서면서 최종승리를 거뒀다.
개별 유권자 수준이 아니라 전체 주민의 특성과 투표결과를 합친 집합자료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활수준과 자산이 투표성향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유층은 결집, 빈곤층은 분산 = 문제는 투표율과 결집력이다. 부유층은 투표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새누리당 지지성향을 보여준다. 반면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적고, 투표율도 낮다. 민주당에 대한 뚜렷한 지지성향을 보이지 않는 대신 스스로를 '무당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4·11총선 직전인 지난 3월 29∼30일 조사된 한국선거학회-YTN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재산이 많을수록 투표의지가 높고 투표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역으로 '재산이 적은 유권자일수록 투표의지가 낮다'는 사실과 함께 '투표할 경우에도 특정정당 지지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도 확인했다.(한국정치연구회·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 '19대 총선과 정당체제의 사회적 기반')
다시 말해 새누리당은 부유층과 장기간 보수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며 '안정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개념적으로는 야당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빈곤층은 실제로는 민주당과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빈곤층 투표의지 낮은 것은 정치권 잘못 = 빈곤층이 투표장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의 저자 손낙구 보좌관(민주당 최원식 의원실)은 "가난한 사람들이 투표할 만한 이유를 못 찾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했다. 때로 일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투표장을 찾게 하려면 투표가 자신의 생활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결국 빈곤층의 낮은 투표율의 원인은 "그 놈이 그 놈인데 뭣 하러 투표하냐"는 정서를 갖게 만드는 '정치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손 보좌관은 "정당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직시하는 정도가 약하기도 하고, 진정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꾸준히 노력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다"며 "정당이 서로 싸우고 있는데 그 싸움에서 편들 데가 없으면 응원할 생각도 안나고, 경기 참가할 생각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빈곤층은 거주지의 정치인과 소통 채널을 형성할 기회가 적고, 동네사람들과 정치의식을 공유할 가능성도 낮다.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길면 정치정보를 접할 기회도 적어지고, 관심도 떨어진다. 투표의지가 낮은 구조적 원인이다.
대신 빈곤층은 정부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주거와 고용, 소득이전 같은 정책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서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상태가 유지되는 것 보다는 변화를 원하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다. 생태적으로 야당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빈곤층이 지지할 이유 제시하는 정당이 대선 승리" = 부유층의 높은 투표율은 확장성 한계를 의미하는 반면 빈곤층의 낮은 투표율은 확장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결집할 대로 결집한 '소수의 부유층' 보다 투표율이 낮은 '다수의 빈곤층'이 대선에서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과거 결정적인 변수역할을 했던 지역갈등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고 있는 대신 계층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서 갈등의 심각성 인식정도를 1(아주 미미)~4(아주 심각)로 수치화한 결과 계층갈등(3.32)이 이념갈등(3.25), 세대갈등(2.92)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통상 이념과 세대가 갈등의 주요 요소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계층갈등이 투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내일신문 1월="" 2~5일="" 1·2면="" 참조="">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장은 "대한민국에서 '세대'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단위"라며 "세대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서복경 연구위원은 "중간층은 부동산과 직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고 다차원적이어서 지지정당을 쉽게 바꾸는 스윙보터(swing voter)"라며 "빈곤층을 투표장에 불러내는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사회의 빈곤층은 기관과 연구 각도에 따라 전체 인구의 15~20%인 750만~1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6월초 '빈곤실태조사'를 내놓은 정부는 2010년 기준 빈곤층 규모를 기초수급자와 비수급 차상위계층으로 한정, 340만명이라고 밝힌바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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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표>
야권-빈곤층, 야당의 연대-분열 반복에 일체감 희석 … 투표율 높아지면 야권이 유리
샘플 800~1200명 규모 여론조사에서 빈곤층 응답자들은 흔히 보수성향을 보인다. 지지정당도 민주통합당 보다는 새누리당을, 대선주자 도 야권 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빈곤층은 보수적'이라고 얘기하는 정치권 인사와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최근 한겨레신문의 기획 '가난한 민주주의'도 이런 결론을 강화시키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빈곤층=보수적'이라는 등식은 빈곤층 안에 노년층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현상이다.
◆4·11 총선에서도 계층투표 성향 뚜렷 =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연령과 생활수준을 동시에 고려해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을 조사한 결과 생활수준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박근혜 지지가 많았다. 생활수준이 낮아질수록 박근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도 뚜렷했다. 부자일수록 더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표 참조="">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빈곤층이 보수적이라는 착시는) 조사규모가 크지 않아 (세대별로) 세분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강남에서 여당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에서 야당 지지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4·11 총선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는 주택소유율이 76%에 달하고 고급빌라가 모여 있는 대표적인 부촌 평창동에서 민주당 정세균 당선자를 1850표 차이로 이겼다. 반면 정 당선자는 서민 밀집지역인 창신1동(624표), 창신3동(801표), 명륜3가동(819표)에서 홍 후보를 앞섰다.
서울 영등포을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는 주택소유율이 78%인 여의동에서 민주당 신경민 당선인을 4574표나 앞섰다. 하지만 신 당선자는 주택소유율이 30%대인 신길1·4·5동에서 각각 700~1300여표 앞서면서 최종승리를 거뒀다.
개별 유권자 수준이 아니라 전체 주민의 특성과 투표결과를 합친 집합자료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활수준과 자산이 투표성향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유층은 결집, 빈곤층은 분산 = 문제는 투표율과 결집력이다. 부유층은 투표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새누리당 지지성향을 보여준다. 반면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적고, 투표율도 낮다. 민주당에 대한 뚜렷한 지지성향을 보이지 않는 대신 스스로를 '무당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4·11총선 직전인 지난 3월 29∼30일 조사된 한국선거학회-YTN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재산이 많을수록 투표의지가 높고 투표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역으로 '재산이 적은 유권자일수록 투표의지가 낮다'는 사실과 함께 '투표할 경우에도 특정정당 지지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도 확인했다.(한국정치연구회·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 '19대 총선과 정당체제의 사회적 기반')
다시 말해 새누리당은 부유층과 장기간 보수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며 '안정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개념적으로는 야당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빈곤층은 실제로는 민주당과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빈곤층 투표의지 낮은 것은 정치권 잘못 = 빈곤층이 투표장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의 저자 손낙구 보좌관(민주당 최원식 의원실)은 "가난한 사람들이 투표할 만한 이유를 못 찾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했다. 때로 일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투표장을 찾게 하려면 투표가 자신의 생활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결국 빈곤층의 낮은 투표율의 원인은 "그 놈이 그 놈인데 뭣 하러 투표하냐"는 정서를 갖게 만드는 '정치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손 보좌관은 "정당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직시하는 정도가 약하기도 하고, 진정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꾸준히 노력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다"며 "정당이 서로 싸우고 있는데 그 싸움에서 편들 데가 없으면 응원할 생각도 안나고, 경기 참가할 생각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빈곤층은 거주지의 정치인과 소통 채널을 형성할 기회가 적고, 동네사람들과 정치의식을 공유할 가능성도 낮다.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길면 정치정보를 접할 기회도 적어지고, 관심도 떨어진다. 투표의지가 낮은 구조적 원인이다.
대신 빈곤층은 정부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주거와 고용, 소득이전 같은 정책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서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상태가 유지되는 것 보다는 변화를 원하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다. 생태적으로 야당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빈곤층이 지지할 이유 제시하는 정당이 대선 승리" = 부유층의 높은 투표율은 확장성 한계를 의미하는 반면 빈곤층의 낮은 투표율은 확장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결집할 대로 결집한 '소수의 부유층' 보다 투표율이 낮은 '다수의 빈곤층'이 대선에서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과거 결정적인 변수역할을 했던 지역갈등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고 있는 대신 계층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서 갈등의 심각성 인식정도를 1(아주 미미)~4(아주 심각)로 수치화한 결과 계층갈등(3.32)이 이념갈등(3.25), 세대갈등(2.92)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통상 이념과 세대가 갈등의 주요 요소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계층갈등이 투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내일신문 1월="" 2~5일="" 1·2면="" 참조="">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장은 "대한민국에서 '세대'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단위"라며 "세대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서복경 연구위원은 "중간층은 부동산과 직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고 다차원적이어서 지지정당을 쉽게 바꾸는 스윙보터(swing voter)"라며 "빈곤층을 투표장에 불러내는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사회의 빈곤층은 기관과 연구 각도에 따라 전체 인구의 15~20%인 750만~1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6월초 '빈곤실태조사'를 내놓은 정부는 2010년 기준 빈곤층 규모를 기초수급자와 비수급 차상위계층으로 한정, 340만명이라고 밝힌바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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