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③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대통령되면 집에서 출퇴근, 경호는 무슨…”

지역내일 2012-07-05
분권형 개헌 등 제1공약 권력분산 … 의원 200명으로 감축
"박근혜, 대화하지 않는 게 문제 … 경선룰 안 바꾸면 불참"

"한반도와 유럽 잇는 철도 통해 한국 경제·문화영토 확대"
"박근혜, 18년 유신산성 넘어야 … 유신 한가운데서 정치"

이재오(새누리당) 의원과의 인터뷰는 두번으로 나눠 실시됐다. 신문게재 날짜를 잡기도 힘들었다. 하루 뒤를 예측하기 힘들만큼 정치시계가 빨리 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이 요구한 대선후보 경선룰 변경이 어떻게 결론날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 의원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박근혜)은 이 의원 요구를 외면했다. 이 의원은 두번째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기본적인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픈프라이머리든 뭐든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게 문제다. 박근혜 의원 본인이 다른 후보들과 만나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못받겠다고 얘기하고 우리도 우리 주장을 해야 한다. 후보대리인조차 참여하지 못한 채 룰을 결정하는 건 곤란하다."


<사진 이의종="">

이 의원은 룰 변경없이는 경선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룰변경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거나 내게 전달해오면 내 거취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 후보등록일 전에는 입장을 밝혀야겠지. (룰 변경이 없다면 경선에 불참한다는) 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당은 10일 후보등록을 받는다. 이 의원의 거취표명은 10일 직전이 될 전망이다.

얘기를 돌려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오의 꿈과 포부를 들어보기로 했다.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라는 짧은 질문에 30분 넘도록 길게 답했다. 가슴에 하고 싶은 얘기가 넘치는 듯 싶었다. 그만큼 대통령이 되면 해야할 일들이 머릿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듯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의원은 '대통령 권력의 상당부분을 내려놓겠다'는 걸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지금까지 나라를 지탱해온 건 권력의 역사다. 때로 쿠데타도 있었고. 선진국으로 넘어가려면 권력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사람 향기가 나는 나라로 바꿔야 한다. 제일 먼저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아야한다. 우선 청와대에서 나와야지. 집무실은 정부종합청사를 쓰면 된다. 대통령이 자기 집에서 출퇴근하면 정부기관들이 전부 관사를 내놓아야 한다. 경호 문제 얘기하는데, 국민이 대통령 좋아하면 무슨 경호가 필요하겠는가."

분권형개헌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제기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자는 발상이다. "대통령은 외교 통일 국방만 담당한다. 국회의원들이 뽑은 총리가 의석수대로 장관 임명하고, 내각에서 각 정당 정책을 놓고 붙은 뒤 걸러서 국회로 넘기면된다. 그러면 국회에서 싸울 일이 없다. 대통령과 총리도 서로 역할이 다르니 충돌할 일이 없다."

권력 내려놓기는 의원 숫자를 줄이고 행정단위를 간소화하자는 제안에도 반영된다. "현행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3단계를 중앙정부-100만명 단위 자치단체 2단계로 줄인 뒤 자치단체별로 의원 4명씩을 뽑으면 된다. 그러면 전체 의원이 200명(자치단체 50개×4명)으로 현재보다 100명 줄어든다. 줄어든 100명은 나중에 통일되면 북쪽 몫으로 주면 된다. 300명으로 남북통일의회를 구성하자는거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시도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34명, 기초의원 2888명 등 선출직만 4056명에 달한다. 이걸 행정구역 개편 등을 통해 줄이면 1750명이 된다. 1년에 비용 35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이 돈으로 경제적 약자, 비정규직이나 신용불량자 영세소상공인을 돕자. 이 사람들도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정치적 비용을 아껴 경제적 약자를 돕자는 발상이다. 이 의원의 정치철학이 반영된 대목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 비전을 얘기할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에 몰입했다. 백지에 한반도 지도를 그려가며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통일되면 주변국가와 긴장관계가 형성되기 십상이다. 중국이 발해 땅 내놓아라, 고구려 땅 내놓아라 할 것이다. 나는 동북아평화공동체를 제안한다.

한반도와 세계를 잇는 3개의 평화라인을 만들자. 철도를 놓자는 것이다. 여기에 KTX와 도시를 수출하자는 얘기다.

첫째 노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북한, 블라디보스톡, 시베리아, 모스크바, 런던으로 이어진다. 두번째 노선은 부산→서울→평양→신의주→북경→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마드리드로 이어진다. 세번째는 목포에서 시작해 서울, 평양, 신의주, 상해, 동남아, 남유럽으로 이어진다."

이 의원이 구상하는 3개 철도노선은 도합 4만5천킬로미터에 달한다. 40개국 60대 도시를 거친다. 이 의원의 '욕심'은 여기에 있다. "40개국, 60개 도시는 우리의 경제적·문화적 영토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이 많이 진출하면 교포 중심으로 그곳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아파트를 수출할 수 있다. 한국 문화와 한글이 수출된다. 노동력은 다른 나라가 대고 우리는 기술을 대면 된다. 10년 안에 유라시아 대륙에 KTX가 다닐 수 있다."

이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을 때 주변에선 말이 많았다. "이명박정권 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이 무슨 출마냐"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막연하게 정권창출에 공이 크니까 잘못에 대한 책임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말은 맞다. 하지만 정권을 책임질 자리에서 일을 한 게 있어야지. 정권초 2년간 밖에서 떠돌다가 국민권익위원장 맡았는데, 30∼40년된 묵은 민원해결하느라 바빴다.

이재오 같은 사람이 1년만 더 위원장 하면 대한민국 민원은 전부 없어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특임장관 했는데, 그 자리는 책임질 "부서가 아니잖아. 잘못된 정권은 인정하고 다음 정권에서 바로잡는 것, 그게 책임지는 것 아닌가. 누구처럼 이 정권과 선긋고 갈라서고 그렇게 안한다. 이명박정권의 공과 과를 안고 가겠다.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겠다."

이 의원은 이명박정권을 세워 무엇을 하려했을까 궁금해졌다. 단순한 권력욕이었을까. 정권 먼저 만들어놓고 뭐할지를 정하자는 심정이었을까.

그는 이명박정권을 만들 때 포부는 원대했다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과 3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4대강. 당시는 경부운하였지. 둘째 개헌. 셋째 행정구역 개편이었다. 운하는 부산에서 시작해 한강, 두만강까지 통일의 물길을 트자는 것이었다. 행정구역 개편한 뒤 분권형개헌하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솔직히 이 대통령 만들어놓고 당에 남아 개혁의 추동력을 만들려고 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할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 당에 남아, 솔직히 당대표를 해서 개혁주도하고 싶었다. 근데 떨어졌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대통령도 쇠고기파동 터지고 개혁동력 잃어버리니까 마침 금융위기 터졌고, 경제나 챙겨야 겠다고 돌아섰다. 개혁보다는…"

이 의원은 70년대 박정희정권 시절 무지 고생했다. 수배생활과 투옥, 고문을 반복했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관계에선 늘 날이 서 있다. 아버지 때문일까, 아니면 당사자 때문일까. "내가 5년짜리 명박산성을 넘어야 하 듯 박 의원은 18년 유신산성을 넘어야 한다. 쿠데타하고 3선개헌하고 유신까지… 물론 공도 있겠지. 산업화했다는. 하지만 사실 쿠데타 안 나고 민주당정권 있었으면 산업화 안됐을까. 세계가 산업화 추세로 나아가는데. 경제개발 5개년계획도 이미 장면정권 때 수립한거다. 군사정권이 베낀 거고. 어쨌든 산업화 성공했다니 그건 인정하자. 쿠데타는, 3선개헌은, 유신은 무엇으로 설명할거냐. 종신집권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 유신 한가운데 (박 전 위원장은) 실질적인 영부인 역할을 했다. 정치행위를 한 거다. 팩트다. 야당은 보나마나 역사를 이렇게 망친 사람에게 어떻게 또 역사를 맡기느냐고 할거다. 중도층 표가 30∼40% 된다는데 우리한테 오겠는가."

일각에선 그의 대선출마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다. 대권을 잡는 건 본인도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선 이후의 정치적 입지를 노리고 출사표를 던졌다는 시나리오다. 심지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초등학교 이후 나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온 게 별로 없다. 농사짓고 재야하고, 감옥가고…. 30년을 23평 집에서 살고. 쇼도 1∼2년이지 어떻게 30년 넘게 하겠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그런 얘기 나오면 나는 웃고만다. 박근혜 의원이 집권하든 안하든 내 개인정치와는 상관없다. 박 의원이 집권한다고해서 나를 탄압하겠나. 비리있었으면 벌써 감옥 갔겠지. 비리의혹에 이름 한번 거론 안됐다."

이 의원은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무려 49박50일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들었다. 주로 산골벽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마을이 만들어진지 300년만에 대선후보는 물론 장관한 사람이 처음 찾은 동네도 즐비했다. 이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재오의 어린 시절 얘기를 꺼내면 다같이 눈물부터 뿌렸고, 이재오가 만들고 싶은 세상 얘기를 하면 전라도, 경상도 할 것 없이 "이재오를 대통령 만들자"고 공감했다고 한다. 한 촌로는 서울 자식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이재오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40대 자식이 신기해서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다고 했다. "49박 50일동안 마을회관에서 자면서 정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150개 넘는 전통시장을 가봤고 수많은 중소기업과 70~80이 넘어서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우리 부모들이 살고있는 농촌 곳곳도 가봤다. 나라의 규모는 많이 컸다. 정말 지난날 젊었을 때 상상도 못할 만큼 커졌고 국민 품격도 높아졌다. 국민 품격이 높아진 만큼 나라 안에 정의와 공정한 사회도 실현되어야 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 눈으로 보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나라 안밖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긴 날을 고뇌하고 밤 새우고 성찰했다. 결국 거듭 내 신념이, 내 철학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가 우리나라 정도 성숙되었으면 정치적 비용을 줄이고 내용적 민주주의가 성숙할 때가 왔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49박50일의 민생탐방을 '녹두장군이 삼남지역에서 동학농민군 모으는 식'이었다고 표현했다.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작지만 소중한 혁명의 불씨를 하나하나 모았다는 얘기다.

아직 그가 모은 농민군은 여론조사나 민심동향에선 체감하기 힘들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진심이 민심으로 돌아오려면 한두달 걸릴 거라고 했다. 녹두장관 이재오가 뿌린 씨앗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언제끔 싹을 틔울지 두고 볼 일이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성홍식 허신열 기자

정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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