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이집트의 선택, 혁명이냐 반혁명이냐

지역내일 2012-07-02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6월 30일, 무슬림 형제단의 무하메드 모르시가 이집트 공화국의 제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집트 공화국 60년 역사상 민간인으로 더구나 이슬람주의자로서는 자유선거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다. 이집트는 1953년 나세르가 주동한 자유장교단이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국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4명의 대통령이 모두 군인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집트는 지금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국가라고 부르기 어려운 나라였다. 그러므로 모르시는 혁명으로 독재정권을 축출하고 민주화를 실현한 이집트 국민이 자유로운 선거로 선출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모르시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2011년 1월의 민주혁명 성과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하고 '이집트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말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모르시는 대통령 취임식을 의회 건물에서 거행하려 했다. 그러나 과도정부 역할을 하는 군(軍)최고회의는 의회가 해산되고 존재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고등헌법재판소에서 취임 선서를 하라고 했다. 새 대통령 취임식부터 대통령과 실권을 가진 군최고회의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모르시는 의회에서 선서식을 거행하겠다고 고집해서 군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피했지만 그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타흐히르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군중들 앞에서 취임 연설을 함으로써 고등헌법재판소에서 취임식을 하라는 군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재작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그 동안 북 아프리카에서 30~40년간 장기독재를 해온 부패 정권을 축출함으로써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물러간 공백을 매운 것은 혁명을 일으킨 민주화 세력보다 구(舊)정권의 '잔당'들인 경우가 많았다.

국정 공백 구정권 잔당들이 메워

이집트도 예외가 아니다. 이집트에서는 독재 붕괴 후 민주화 과업을 군부에 위임한 것이 잘못이었다. 작년 말의 의회선거, 금년 5월의 대통령 선거 1차투표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6월 16·17일에 실시될 대선 2차 투표를 며칠 앞두고 군부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민주화를 지연시키거나 노골적으로 방해함으로써 그 동안 숨겨 온 반혁명의 음모를 드러냈다.

2차 투표를 사흘 앞두고 고등헌법재판소는 지난 11월과 금년 1월 두 차례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다수를 차지하게 해준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의회를 해산했다. 새 국회가 다시 구성될 때까지 군부가 입법권을 행사하겠다는 속셈이다. 당연히 예산권도 군부가 장악한다. 새 정부의 행동을 조종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핵심권력은 군대가 장악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민간 정부의 업무에 군이 개입할 수 있고 앞으로 있을 헌법제정에도 군최고회의가 감시할 권한을 갖게 하는 이른바 '보완헌법선언'을 채택했다. 군대가 계속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치였다. 당연히 항의해야 할 사항인데 무슬림림형제단은 지난 수십년간 탄압 받아온 습성에 젖어 항의하지 않는 과오를 범했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 선거 2차투표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무슬림형제단의 모르시의 경쟁 상대인 샤피크 장군은 원래 선거직에 출마할 수 없게 돼 있었는데 그 법을 폐지해서 출마했고 출마 후에는 그의 당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그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자 선거 결과 발표를 연기하다가 할 수 없이 모르시의 당선을 발표했던 것이다.

헌법제정 시작될 때 투쟁 본격화될듯

과거로의 회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젊은 혁명세대들의 결의도 군부가 모르시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제 이집트 사회도 군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군대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간파한 무슬림형제단과 젊은 혁명세력들이 혁명의 완수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보도다. 혁명 세력의 공동전선 구축은 무바라크 때부터 시작된 군부와 부패기업인 유착세력에 대해 혁명세력이 벌여온 투쟁의 계속으로 볼 수 있다.

모르시의 취임으로 새 혁명세력과 군부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반혁명세력 간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혁명 세력과 반혁명 세력 간의 대결은 새 헌법제정 작업이 시작될 때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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