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개도국도 한국농업기술 요구 … 15개국에서 해외농진청도 활동 중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영농 및 생활정착을 돕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 12일 귀농귀촌종합센터 문을 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귀농·귀촌지원단체들과 연결한 정보제공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도 농촌진흥청의 기술과 농촌지도사업 성과를 전수받으려고 잇따라 농진청을 방문하고 현지에 협력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농진청이 농업인을 위한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세계인을 위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 문외한이 농진청 기술로 성공 =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업을 하고 있는 김종우(54)씨는 감귤재배 강사로 바쁘게 다닐 정도로 기술농업으로 성공했지만 2001년 귀농하기 전까지 농업에는 까막눈이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현대전자 컴퓨터사업부에서 농업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이민'한 그는 농진청에 기댔다.
여느 귀농인과 같이 김씨도 처음 농사지을 땅을 좋은 곳에 구할 수 없었다. 그가 처음 정착한 농장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소로를 지나야 나오는데 감귤시험장(당시 농진청 난지농업연구소) 관계자들도 감귤재배에 좋은 곳이 아니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씨는 "농진청에서 알려주는 재배해 최고 품질 감귤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척박한 토양을 극복한 재배기술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감귤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인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간벌) 햇빛이 고루 들게 하고, 여름엔 토양에 물이 많이 스며들지 못하게 타이벡(투습방수용 자재)을 바닥에 깔았다. 또 수확기엔 당도계를 들고 일일이 감귤의 당도를 측정해 고품질 기준을 넘은 감귤만 수확하는 '구분수확'을 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농가는 관행에 젖어 잘 실천하지 않았지만 신참인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김씨가 생산하는 감귤 중 80%는 고품질 브랜드감귤이다. 일반 감귤보다 3~4배는 비싼 값에 팔린다. 또 10% 정도는 한라봉을 생산한다. 전체 생산의 90%가 고품질 감귤인 셈이다. 그는 6일 기자에게 "농진청이 없었으면 정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철 아이벅스대표는="" 유치원을="" 경영하다="" 2006년="" 귀촌,="" 안성에서="" 곤충농장을="" 운영하며="" 농진청의="" 기술지도를="" 받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곤충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 아이벅스="" 제공="">
인천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던 이석철(53), 전선아(48)씨 부부는 2006년 안성으로 귀촌해 곤충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우연히 곤충산업에 관한 방송을 본 후 인천대공원 앞에서 좌판을 놓고 곤충을 팔았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확대하다 귀촌으로 이어졌다. 체험용(정서) 곤충과 사료용, 식용곤충 등을 사육하고 곤충관련 창업컨설팅도 하는 그는 귀촌 5년만에 순소득 1억원을 넘겼다.
이씨는 "처음엔 다른 농가에서 배웠지만 농진청이 기술개발을 지도해줬다"며 "진흥청이 연구비를 부담하고 우리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무원 중 가장 먼저 오토바이를 공급받았을 정도로 농촌지도사는 농촌가난을 극복하는 국가기간요원이었다. 이들의 역할이 귀농·귀촌인의 영농·생활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채상헌 연암대학 귀농·귀촌센터장은 "남편을 따라 귀농한 아내들이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농진청 생활개선회 등에서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또 "귀촌한 이들도 기존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게 되는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농진청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한국과 손잡고 킬링필드 공포 극복 = 한국 농업을 배우고 싶다며 농진청을 찾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인구의 79%가 농촌에 살고, 국내 총생산액 중 30%가 농업생산일 정도로 농업·농촌의 비중이 높다. 캄보디아 농업연구소를 통해 농업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를 농촌으로 전달할 조직이 적어 기술지도가 어려웠다.
2010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1차 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 이니셔티브(아파씨)'에 참여한 캄보디아 대표들은 "크메르루즈 시대를 지나면서 단체를 조직하고 가입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며 "농민조직은 100개에 전체 농민의 1% 정도가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농업연구소에서 연구한 기술을 농촌으로 전수할 조직이 없어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들은 농진청과 손잡고 '킬링 필드'의 공포도 극복하는 분위기다. 2010년 농촌진흥청 해외기구인 코피아를 설립했고, 오는 9일엔 바탐방 대학교(UBB)에 4-H회를 설립한다.
4-H는 두뇌(Head. 지)·마음(Heart. 덕)·손(Hand. 노동)·건강(Health. 체)를 뜻하는데, 실천을 통해 배우는 농업인 청년단체로 농진청이 육성하고 있다. 한국4-H중앙연합회(회장 김철환)는 지난 5일부터 바탐방대학과 함께 현지에서 농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농진청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케냐, 브라질, 파라과이, 필리핀, 캄보디아, 알제리,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태국, 스리랑카,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세계 15개국에 코피아(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해 농업기술을 공동연구·지도하고 있다.
농진청에서 농업연수를 마친 7개국 499명의 농업관련 공무원들은 지난 2009년 농진청연수생연합회를 만들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농진청은 코피아 등을 통해 개발원조의 모범을 세계에 제시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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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영농 및 생활정착을 돕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 12일 귀농귀촌종합센터 문을 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귀농·귀촌지원단체들과 연결한 정보제공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도 농촌진흥청의 기술과 농촌지도사업 성과를 전수받으려고 잇따라 농진청을 방문하고 현지에 협력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농진청이 농업인을 위한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세계인을 위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 문외한이 농진청 기술로 성공 =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업을 하고 있는 김종우(54)씨는 감귤재배 강사로 바쁘게 다닐 정도로 기술농업으로 성공했지만 2001년 귀농하기 전까지 농업에는 까막눈이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현대전자 컴퓨터사업부에서 농업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이민'한 그는 농진청에 기댔다.
여느 귀농인과 같이 김씨도 처음 농사지을 땅을 좋은 곳에 구할 수 없었다. 그가 처음 정착한 농장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소로를 지나야 나오는데 감귤시험장(당시 농진청 난지농업연구소) 관계자들도 감귤재배에 좋은 곳이 아니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씨는 "농진청에서 알려주는 재배해 최고 품질 감귤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척박한 토양을 극복한 재배기술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감귤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인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간벌) 햇빛이 고루 들게 하고, 여름엔 토양에 물이 많이 스며들지 못하게 타이벡(투습방수용 자재)을 바닥에 깔았다. 또 수확기엔 당도계를 들고 일일이 감귤의 당도를 측정해 고품질 기준을 넘은 감귤만 수확하는 '구분수확'을 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농가는 관행에 젖어 잘 실천하지 않았지만 신참인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김씨가 생산하는 감귤 중 80%는 고품질 브랜드감귤이다. 일반 감귤보다 3~4배는 비싼 값에 팔린다. 또 10% 정도는 한라봉을 생산한다. 전체 생산의 90%가 고품질 감귤인 셈이다. 그는 6일 기자에게 "농진청이 없었으면 정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철 아이벅스대표는="" 유치원을="" 경영하다="" 2006년="" 귀촌,="" 안성에서="" 곤충농장을="" 운영하며="" 농진청의="" 기술지도를="" 받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곤충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 아이벅스="" 제공="">
인천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던 이석철(53), 전선아(48)씨 부부는 2006년 안성으로 귀촌해 곤충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우연히 곤충산업에 관한 방송을 본 후 인천대공원 앞에서 좌판을 놓고 곤충을 팔았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확대하다 귀촌으로 이어졌다. 체험용(정서) 곤충과 사료용, 식용곤충 등을 사육하고 곤충관련 창업컨설팅도 하는 그는 귀촌 5년만에 순소득 1억원을 넘겼다.
이씨는 "처음엔 다른 농가에서 배웠지만 농진청이 기술개발을 지도해줬다"며 "진흥청이 연구비를 부담하고 우리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무원 중 가장 먼저 오토바이를 공급받았을 정도로 농촌지도사는 농촌가난을 극복하는 국가기간요원이었다. 이들의 역할이 귀농·귀촌인의 영농·생활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채상헌 연암대학 귀농·귀촌센터장은 "남편을 따라 귀농한 아내들이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농진청 생활개선회 등에서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또 "귀촌한 이들도 기존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게 되는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농진청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한국과 손잡고 킬링필드 공포 극복 = 한국 농업을 배우고 싶다며 농진청을 찾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인구의 79%가 농촌에 살고, 국내 총생산액 중 30%가 농업생산일 정도로 농업·농촌의 비중이 높다. 캄보디아 농업연구소를 통해 농업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를 농촌으로 전달할 조직이 적어 기술지도가 어려웠다.
2010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1차 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 이니셔티브(아파씨)'에 참여한 캄보디아 대표들은 "크메르루즈 시대를 지나면서 단체를 조직하고 가입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며 "농민조직은 100개에 전체 농민의 1% 정도가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농업연구소에서 연구한 기술을 농촌으로 전수할 조직이 없어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들은 농진청과 손잡고 '킬링 필드'의 공포도 극복하는 분위기다. 2010년 농촌진흥청 해외기구인 코피아를 설립했고, 오는 9일엔 바탐방 대학교(UBB)에 4-H회를 설립한다.
4-H는 두뇌(Head. 지)·마음(Heart. 덕)·손(Hand. 노동)·건강(Health. 체)를 뜻하는데, 실천을 통해 배우는 농업인 청년단체로 농진청이 육성하고 있다. 한국4-H중앙연합회(회장 김철환)는 지난 5일부터 바탐방대학과 함께 현지에서 농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농진청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케냐, 브라질, 파라과이, 필리핀, 캄보디아, 알제리,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태국, 스리랑카,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세계 15개국에 코피아(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해 농업기술을 공동연구·지도하고 있다.
농진청에서 농업연수를 마친 7개국 499명의 농업관련 공무원들은 지난 2009년 농진청연수생연합회를 만들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농진청은 코피아 등을 통해 개발원조의 모범을 세계에 제시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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