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디지털 이웃 많지만 '뉴' 없어 정서적 거리감 … '올드패션' 야당에게도 냉소
최근 선거에서 뉴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유권자들은 IT기술 기반의 뉴미디어를 통해 선거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를 분출해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미디어는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풍향계가 된다. 그리고 이를 재빨리 활용한 쪽은 뉴미디어의 주인공 '디지털 유목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4·27 재보선 당시 디지털 유목민들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선거에 간여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뉴미디어 팟캐스트 '나꼼수'가 박원순 후보 당선에 큰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대선에서도 뉴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할까.
◆'선거'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세대 =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과학기술과 뉴미디어의 발전이 선거에 반영된다.
1997년 대선에서는 텔레비전 토론과 TV광고가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주류사회로부터 비판받던 김대중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머를 결합한 TV토론을 통해 '김대중이 뿔난 빨갱이가 아니다'라는 여론을 형성시켰고, 인기곡 'DJ DOC와 함께 춤을' 패러디한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TV광고를 통해 73세의 노인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2000년대부터는 후보는 물론 유권자도 적극적으로 IT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한국 정치판에 본격적인 '디지털 유목민'이 등장한 것이다. 2002년 대선의 인터넷 기반 팬클럽 '노사모', 2007년 대선에서의 UCC홍보가 그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한 투표캠페인 폭발, 2011년 4·27 재보선의 SNS 투표독려운동, 같은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팟캐스트도 궤를 같이 한다. 디지털 유목민들은 선거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였고, 함께 모이고 함께 즐기는 놀이판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SNS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 4·11총선에서는 오히려 뉴미디어 선거가 사라져버렸다. '디지털 유목민은 기본적으로 야당성향'이라는 야당의 오만이 만든 결과였다.
민주당 후보들은 여전히 '나꼼수' 등 팟캐스트를 통해 부흥회를 열려고 했지만, 팟캐스트의 주동자이자 열렬한 지지자였던 디지털 유목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꾼'들 끼어들자 새 놀이판 찾아나서 = 디지털 유목민들은 뉴미디어를 통해 의사를 표시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는 여당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야당 지지도 아니다.
뉴미디어의 '뉴(새로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여당도 야당도 새롭지 않으면 언제든지 외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4·11 총선이 본격화된 3월 한달간 '트윗 여론'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못잖게 민주당에 대한 실망 여론이 폭증했다. "공천 개판" "민주당도 새누리당처럼 낡은 세력" 등의 트윗글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홍보전문회사 '미디컴'은 4월 총선 뉴미디어 민심은 여야가 아니라 이슈에 따라 요동쳤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총선 불출마 결단이 전해지자 여권에 대한 긍정 리트윗이 폭증했고, 야권에 대해 우호적이던 흐름은 김용민 파문에 따라 부정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어떨까.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뉴미디어 마당은 아직 조용한 편이다. SNS와 팟캐스트에 대한 흥분도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유목민이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뉴미디어 변수의 폭발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디지털 유목민들은 SNS, 팟캐스트를 넘어선 새로운 놀이터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존의 놀이마당에 '올드(낡은 정치세력)'의 꾼들이 끼어들자 새 놀이판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당보다는 야당, 야당보다는 새로움편 = 주목해야 할 점은 디지털 유목민이 '행동하는 무당층'과 겹친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들의 정치성향은 '행동하는 무당층'의 그것, 즉 '여당보다는 야당, 기성정치권보다는 새로움'에 훨씬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연령별로는 IT문화에 익숙한 203040세대,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수도권에 주로 포진한 이들은 '혁신'을 갈망하며, 마음에 '꽂히면' 강하게 집단행동에 나선다.
만약 뉴미디어 변수가 대선에서 폭발한다면 그것이 대선후보 박근혜에게는 긍적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근혜도 어느 정치인보다 많은 디지털 이웃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유목민을 자극할 '뉴'가 없기 때문이다. <신동아> 5월호의 '4·11 총선 박근혜-문재인 트윗 여론 분석'에서 밝혀졌듯, 이들을 잘못 자극하면 '반박근혜'로 순식간에 결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미디어 변수가 야당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무리다. 지난 4·11총선 당시 민주당이 디지털 유목민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야당후보가 '올드'한 모습을 보이면 디지털 유목민들은 냉정히 돌아설 수 있다. '정권심판론' '박근혜 불가론'의 옛 버전을 되풀이한다고 환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디지털 유목민이 이끄는 '변화의 태풍'을 직접 겪어봤던 두 정치인은 이렇게 조언한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소통 능력, 콘텐츠, 미래 희망적 메시지와 메신저(전달자)를 잡는 세력이 뉴미디어 민심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캠프 대변인 출신 송호창 의원도 "대선은 전국 선거인만큼 유권자 관심과 뉴미디어 민심의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어떤 매체가 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국민은 항상 새로운 욕구를 투영할 새로운 매체를 찾아냈고 앞으로도 그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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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거에서 뉴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유권자들은 IT기술 기반의 뉴미디어를 통해 선거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를 분출해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미디어는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풍향계가 된다. 그리고 이를 재빨리 활용한 쪽은 뉴미디어의 주인공 '디지털 유목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4·27 재보선 당시 디지털 유목민들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선거에 간여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뉴미디어 팟캐스트 '나꼼수'가 박원순 후보 당선에 큰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대선에서도 뉴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할까.
◆'선거'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세대 =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과학기술과 뉴미디어의 발전이 선거에 반영된다.
1997년 대선에서는 텔레비전 토론과 TV광고가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주류사회로부터 비판받던 김대중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머를 결합한 TV토론을 통해 '김대중이 뿔난 빨갱이가 아니다'라는 여론을 형성시켰고, 인기곡 'DJ DOC와 함께 춤을' 패러디한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TV광고를 통해 73세의 노인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2000년대부터는 후보는 물론 유권자도 적극적으로 IT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한국 정치판에 본격적인 '디지털 유목민'이 등장한 것이다. 2002년 대선의 인터넷 기반 팬클럽 '노사모', 2007년 대선에서의 UCC홍보가 그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한 투표캠페인 폭발, 2011년 4·27 재보선의 SNS 투표독려운동, 같은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팟캐스트도 궤를 같이 한다. 디지털 유목민들은 선거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였고, 함께 모이고 함께 즐기는 놀이판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SNS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 4·11총선에서는 오히려 뉴미디어 선거가 사라져버렸다. '디지털 유목민은 기본적으로 야당성향'이라는 야당의 오만이 만든 결과였다.
민주당 후보들은 여전히 '나꼼수' 등 팟캐스트를 통해 부흥회를 열려고 했지만, 팟캐스트의 주동자이자 열렬한 지지자였던 디지털 유목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꾼'들 끼어들자 새 놀이판 찾아나서 = 디지털 유목민들은 뉴미디어를 통해 의사를 표시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는 여당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야당 지지도 아니다.
뉴미디어의 '뉴(새로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여당도 야당도 새롭지 않으면 언제든지 외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4·11 총선이 본격화된 3월 한달간 '트윗 여론'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못잖게 민주당에 대한 실망 여론이 폭증했다. "공천 개판" "민주당도 새누리당처럼 낡은 세력" 등의 트윗글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홍보전문회사 '미디컴'은 4월 총선 뉴미디어 민심은 여야가 아니라 이슈에 따라 요동쳤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총선 불출마 결단이 전해지자 여권에 대한 긍정 리트윗이 폭증했고, 야권에 대해 우호적이던 흐름은 김용민 파문에 따라 부정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어떨까.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뉴미디어 마당은 아직 조용한 편이다. SNS와 팟캐스트에 대한 흥분도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유목민이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뉴미디어 변수의 폭발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디지털 유목민들은 SNS, 팟캐스트를 넘어선 새로운 놀이터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존의 놀이마당에 '올드(낡은 정치세력)'의 꾼들이 끼어들자 새 놀이판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당보다는 야당, 야당보다는 새로움편 = 주목해야 할 점은 디지털 유목민이 '행동하는 무당층'과 겹친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들의 정치성향은 '행동하는 무당층'의 그것, 즉 '여당보다는 야당, 기성정치권보다는 새로움'에 훨씬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연령별로는 IT문화에 익숙한 203040세대,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수도권에 주로 포진한 이들은 '혁신'을 갈망하며, 마음에 '꽂히면' 강하게 집단행동에 나선다.
만약 뉴미디어 변수가 대선에서 폭발한다면 그것이 대선후보 박근혜에게는 긍적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근혜도 어느 정치인보다 많은 디지털 이웃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유목민을 자극할 '뉴'가 없기 때문이다. <신동아> 5월호의 '4·11 총선 박근혜-문재인 트윗 여론 분석'에서 밝혀졌듯, 이들을 잘못 자극하면 '반박근혜'로 순식간에 결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미디어 변수가 야당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무리다. 지난 4·11총선 당시 민주당이 디지털 유목민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야당후보가 '올드'한 모습을 보이면 디지털 유목민들은 냉정히 돌아설 수 있다. '정권심판론' '박근혜 불가론'의 옛 버전을 되풀이한다고 환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디지털 유목민이 이끄는 '변화의 태풍'을 직접 겪어봤던 두 정치인은 이렇게 조언한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소통 능력, 콘텐츠, 미래 희망적 메시지와 메신저(전달자)를 잡는 세력이 뉴미디어 민심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캠프 대변인 출신 송호창 의원도 "대선은 전국 선거인만큼 유권자 관심과 뉴미디어 민심의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어떤 매체가 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국민은 항상 새로운 욕구를 투영할 새로운 매체를 찾아냈고 앞으로도 그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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