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서울 도봉구청장
지난달 중순 기초자치단체장 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 소속 시·군·구청장 16명을 포함해 정책담당 공무원까지 60여명이 브라질 연수를 다녀왔다. 지속가능한 도시전략을 먼저 실험·실천해온 몇개 도시 경험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주 목적이었고 지자체국제환경협의회(ICLEI) 총회 참석도 주요 일정 중 하나였다.
1차 목적지 벨루오리존치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인간정주·사회통합 분야 우수사례 도시. 그런 만큼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량안정화프로그램이 그 중 하나다. 시는 '기아제로'운동 발상지답게 민중식당 운영을 중심으로 식자재 구매와 관리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시민생활 최저선 보장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이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것과 달리 20년 전부터 14세까지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식과정에서 셀프서비스 체계를 도입, 음식물쓰레기를 18%나 줄였다고 한다.
차도 넓히는 것보다 보행자전용도로 확장
주민참여예산제 역사도 20년이나 된다. 시 투자예산 12%가 참여예산 몫인데 9개 지역을 45개 구역으로 세분화해 인구와 삶의 질 지표에 따라 차등배분,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25개 사업분야로 세분, 여러 단계를 거쳐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주민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유권자(170만명) 9%가 투표에 참여할 만큼 제도가 정착돼 있다. 초기단계인 우리 주민참여예산제가 대체로 형식적이라는 데 비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ICLEI 총회에서는 페날로사 '8-80도시' 대표의 특별한 강연을 들었다. 인간을 위한 도시재창조 즉 걷기와 자전거타기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에 편리한 공공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도로를 막고 차없는 거리를 만들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살아나고 도시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차도를 넓히는 것보다 8세부터 80세까지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는 보행자전용도로 확장이 지속가능한 도시, 진정으로 인간다운 도시를 향한 길이라는 주장에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세계 환경수도라 일컬어지는 쿠리치바는 곳곳이 환경교육장이었다. 환경개방대학이 대표적이다. 20년 전 채석장이었던 곳에 목재로 된 폐전신주를 재활용해 조성, 시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환경 관련 인사들이 방문하는 국제적 환경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매일 700여명이 방문하고 어려서 이곳에서 교육받은 많은 학생들이 지금은 성장해 지역사회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계획연구소에서는 쿠리치바 도시계획의 기본원칙을 들었다. 토지이용계획, 도로계획, 대중교통운영계획 세 축을 바탕으로 경제발전, 환경보존, 사회발전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추진한다.
'도시는 거북이의 등' … 주거지-직장 분리해선 안돼
쿠리치바 곳곳에서 레르네르 전 시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상상력을 불어넣는 많은 얘기 가운데 '도시는 거북이의 등과 같다'는 말은 특히 상징적이었다.
거북이 등을 무늬대로 자를 수 없듯이 도시 역시 주거지와 직장이 분리될 수 없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인, 종교의 차이에 관계없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곳이 좀 더 인간적인 도시라는 얘기다.
이런 철학을 배제한 채 버스전용차선 제도만 베껴오는 것으로는 우리나라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104년만이라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반면 브라질에서는 건기인데도 짧은 체류기간 동안 4일이나 비가 내렸고 리우에서는 비 피해도 있었다고 들었다.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두 나라가 동일한 기후변화현상을 겪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 인간적인 도시를 위한 즉각적인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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