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시험대 오른 중국의 ‘새장 속 민주주의’

지역내일 2012-05-31

김기수/국제통일팀장

2012년 베이징의 봄. 권력층의 암투와 부패, 인권까지 다양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베이징의 봄은 무사히 넘겼지만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23주년이 기다리고 있다.

당시 아들을 잃은 한 남성이 커지는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5일 자살했다. 이 남성의 아들은 1989년 3월 톈안먼 시위 때 22세였으며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베이징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동창(同學)도 22세에 톈안먼 광장에 있었다. 운이 좋아 총탄이 그를 피해갔고 뒤 대열에 서 있던 시위자가 숨졌다.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그는 지금도 피 묻은 옷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6·4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유혈진압은 문화대혁명과 함께 중국인을 괴롭히는 악몽이자 트라우마이다. 당시 살아남은 친구는 그 후 사업에 뛰어들어 베이징에서 부동산 개발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운이 좋았다. 그의 생각도 변했다.

분열과 혼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민들의 고통이 민주주의를 잠깐 유보해서 느끼는 고통보다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국민 감시에 국방예산보다 많은 혈세 동원

톈안먼 사건 이후 덩샤오핑에 의해 지명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서구식 민주주의도 반대하고, 마오쩌둥식 극좌적 회귀도 배격하는 외줄타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사회 각 부문은 무조건 안정되어야 한다는 '안정 우선론'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초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해 노력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다른 한편으로 주민 감시망을 만리장성처럼 쌓았다.

이런 속내는 천광청 사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냈다. 중국 관리들은 천광청이 출소한 뒤 그의 집을 아예 감옥으로 만들어버렸다. 콘크리트장벽에 감시카메라, 100여명의 공안과 감시인들이 천광청과 그의 가족을 24시간 감시했다. 거액의 혈세가 동원됐다. 중국 정부는 감시 만리장성을 유지하는 데 국방예산보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인터넷 검열시스템을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감시부대를 설치했으며. 수십만 명의 관제 알바생을 고용해서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

장쩌민에서 후진타오에 이르러 완성된 중국의 통제 시스템은 일종의 새장속 민주주의(鳥籠民主)와 같다. 시장경제가 사회주의에 의해 통제되는 새장속 시장(鳥籠市場)처럼 자유와 민주, 민권도 공산당과 사회주의 체제에 의해 통제되는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진시황과 마오쩌둥 두 사람을 꼽는다. 마오쩌둥은 오늘날의 사회주의 중국을 만들었고 진시황은 중국이란 나라 자체를 만들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북부지역 소수민족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혈세를 쏟아 부어 만리장성을 정비했다. 하지만 진나라는 오래가지 못했다. 만리장성보다 더 강력한 것은 민심이었다. 진시황이 죽자 내부 반란으로 진나라는 허무하게 와해되었다.

덩샤오핑은 1992년 남순강화 때 "중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것은 공산당 안에서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톈안먼 시위에 참가했다 변신에 성공한 기자의 친구와 달리 개혁개방호에 올라타지 못한 수억명은 지금 더 큰 박탈감과 빈곤, 부정부패에 분노하고 있다.

새로운 30년 열어갈 시진핑 리더십 주목

지난 3월 원자바오 총리는 "정치개혁이 없으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올 수 있다"며 절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정치개혁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기 복잡한 내부사정 때문일까?

시진핑이 보시라이 사건과 천광청 탈출을 정치개혁의 동력으로 삼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통치의 정당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과감한 정치개혁을 통해 부의 분배구조를 바꾸고 농민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권력을 감독할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면 새로운 질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오쩌둥의 30년 이념투쟁과 덩샤오핑 30년 경제발전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시진핑의 리더십을 14억 중국인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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