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가해자에 신고자 알려줘”

지역내일 2012-07-13
부실한 가정폭력 대응, 살인까지 불러 …경찰 "법적 제도 보완 필요"

남편의 폭력은 결혼 초부터 시작됐다.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폭력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2009년 9월 A씨가 또다시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자 참다못한 막내딸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현관문 앞에서 "집안일이니 가라"는 남편의 말만 들은 채 돌아가려 했다. 경찰은 "이 집의 막내딸이 신고를 해서 왔다"는 말까지 했다. 막내딸은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친구 집으로 도망갔다.

경찰이 그냥 간다는 말에 A씨는 "이젠 죽겠구나. 신고한 막내딸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려달라"며 경찰에 매달렸다. 10여분간 경찰을 설득한 뒤에야 피해자인 A씨는 경찰서로 갈 수 있었다. 가해자인 남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A씨는 남편을 피해 아이들과 함께 쉼터에서 생활 중이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여성폭력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가정폭력 긴급토론회에서 A씨는 가정폭력 신고시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분노했다.

"가해자에게 신고자를 발설하면 안 되잖아요. 막내딸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피해자인 제가 경찰에 '살인 사건이 나면 책임질 거냐'라며 설득한 뒤에야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가정폭력상담소장은 "경찰의 미흡한 초기대응으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더 심한 폭력상황으로 내몰린다"며 "신고시 가정폭력 범죄현장에 즉각 출동하지 않거나 가정사로 치부하는 등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 방식은 살인을 방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고 소장은 "오원춘 사건 이후 경찰은 112신고체계 보완 등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며 "내용적 혁신 없이 체계만 운운할게 아니라 경찰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 박상진 여성보호계장은 "현실적으로 가해자가 경찰 조사를 거부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박 여성보호계장은 "가정폭력 신고시 경찰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전문기관이 함께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경찰은 가해자 처벌, 전문기관은 피해자 보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가정폭력 문제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토론회에서는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성의 사무처장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이 내국인 남성을 상대로 이혼 소송 승소판결을 받은 사례 중 50%이상이 남편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며 "이주여성들은 한국체류 문제 때문에 가정폭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미흡한 조치로 인한 손해에 대해 경찰과 국가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여성 집단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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