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음, 그건 아무래도 세월을 말하는 것 같어. 세월
이 지나 소리없이 쌓이는 먼지 같은 것"
우문에 현답이다. 고부일기의 주인공 천정순 여사의 시간을 꿰뚫는 대답.
며느리 김민희씨가 '고부일기'를 쓰고 그 화답으로 시어머니 천정순씨가 '붕어빵은 왜 사왔
니?'를 출간한 이후로 두 사람은 전국에서 쏟아지는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으로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유명인이 되었다. 인터뷰의 취재 방향을 잡아 줄 정도의 노련함을
보일 정도로…
여름 녹음이 쏟아지는 날, 고양시 오금리 양어장을 찾았다. 주인의 손끝이 느껴지는 아늑한
정원과 아담한 집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함으로 가득찬 한나절이었다.
"…이제 남편과 헤어져도 우리 사이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와 자식이 되어버렸으니.
어머니도 늙고 나도 따라 늙었다. 늙는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어쨌든 그 쓸쓸함이 우리
를 결합시키는 것 같다" 고부일기에서 며느리 김민희씨가 '낙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쓴 내
용이다. 시어머니 천정순 여사는 '어깨'라는 글에서 "…과거에는 단거리 육상 선수요, 자세
가 바르기로 유명했던 내 어깨가 이렇게 될 줄이야. 그러나 나는 왜 어깨가 내려 앉았는지
를 자식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자식들도 내 어깨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지
내왔다. 그런데 덜렁이 같은 며느리가, 저 시집온 지 13년이 지난 오늘, 내 어깨를 주의 깊
게 보고 뜻밖의 소리를 한 것이다. 나는 며느리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고 썼다.
서로 결코 융화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시간이라는 울타리를 함께 헤쳐 나가며 서
로의 존재를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두 사람은 어딜 가도 함께 다닌다. 각종 인터뷰와 방송출연 제의가 그렇기도 하지만
서로를 그만큼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 김민희씨는 십여년 이라는 긴 기간동안 한국일보 장명수 편집위원(현재 한국일보 사
장)의 칼럼에 매일 글을 보낼 정도로 열성적인 문학소녀(?)였고, 아직도 가족의 자랑을 늘어
놓으며 명랑한 웃음소리를 내는 맑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에 비해 약간은 근엄해 보이지
만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천정순씨는 '고양 신문'에 매주 칼럼
을 싣고 TV와 월간 '전원생활'에 인생상담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
냐는 질문에 "일 덕분에 나이를 잊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며느리가 소개하는 시어머니의 솜씨들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직접 도자기를 구워
선물하고 박 공예로 거실을 아름답게 꾸미고 갖가지 사연이 담긴 수석을 모으고 요가를 가
르치고 화장수를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팔방미인이 따로 없었다. 오로지
7남매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을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천정순씨가 많은 사
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생 고민의 상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써 내려가는 고부 일기는 진행형이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최승연 리포터 bbakbbak1999@yahoo.co.kr
이 지나 소리없이 쌓이는 먼지 같은 것"
우문에 현답이다. 고부일기의 주인공 천정순 여사의 시간을 꿰뚫는 대답.
며느리 김민희씨가 '고부일기'를 쓰고 그 화답으로 시어머니 천정순씨가 '붕어빵은 왜 사왔
니?'를 출간한 이후로 두 사람은 전국에서 쏟아지는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으로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유명인이 되었다. 인터뷰의 취재 방향을 잡아 줄 정도의 노련함을
보일 정도로…
여름 녹음이 쏟아지는 날, 고양시 오금리 양어장을 찾았다. 주인의 손끝이 느껴지는 아늑한
정원과 아담한 집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함으로 가득찬 한나절이었다.
"…이제 남편과 헤어져도 우리 사이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와 자식이 되어버렸으니.
어머니도 늙고 나도 따라 늙었다. 늙는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어쨌든 그 쓸쓸함이 우리
를 결합시키는 것 같다" 고부일기에서 며느리 김민희씨가 '낙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쓴 내
용이다. 시어머니 천정순 여사는 '어깨'라는 글에서 "…과거에는 단거리 육상 선수요, 자세
가 바르기로 유명했던 내 어깨가 이렇게 될 줄이야. 그러나 나는 왜 어깨가 내려 앉았는지
를 자식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자식들도 내 어깨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지
내왔다. 그런데 덜렁이 같은 며느리가, 저 시집온 지 13년이 지난 오늘, 내 어깨를 주의 깊
게 보고 뜻밖의 소리를 한 것이다. 나는 며느리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고 썼다.
서로 결코 융화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시간이라는 울타리를 함께 헤쳐 나가며 서
로의 존재를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두 사람은 어딜 가도 함께 다닌다. 각종 인터뷰와 방송출연 제의가 그렇기도 하지만
서로를 그만큼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 김민희씨는 십여년 이라는 긴 기간동안 한국일보 장명수 편집위원(현재 한국일보 사
장)의 칼럼에 매일 글을 보낼 정도로 열성적인 문학소녀(?)였고, 아직도 가족의 자랑을 늘어
놓으며 명랑한 웃음소리를 내는 맑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에 비해 약간은 근엄해 보이지
만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천정순씨는 '고양 신문'에 매주 칼럼
을 싣고 TV와 월간 '전원생활'에 인생상담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
냐는 질문에 "일 덕분에 나이를 잊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며느리가 소개하는 시어머니의 솜씨들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직접 도자기를 구워
선물하고 박 공예로 거실을 아름답게 꾸미고 갖가지 사연이 담긴 수석을 모으고 요가를 가
르치고 화장수를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팔방미인이 따로 없었다. 오로지
7남매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을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천정순씨가 많은 사
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생 고민의 상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써 내려가는 고부 일기는 진행형이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최승연 리포터 bbakbbak19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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