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재/김성한 지음/각 권 1만5000원
올해 처음 선보인 고등학교 '동아시아사'교과서는 임진왜란의 명칭을 임진전쟁으로 표기했다.
사료가 새롭게 발굴되고 나라의 위상이 달라지면 지나간 역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임진왜란이 임진전쟁으로 바뀌는 동안 역사학계에서는 새로운 사료들이 발굴되고, 간추린 왕조실록이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서로 읽히는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이라는 명칭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 가운데 임진왜란을 국제적 시각에서 조명한 책 '7년전쟁'이 출간됐다.
2010년 타계한 작가 김성한의 이 작품은 조선과 일본, 명나라가 뒤엉켜 치렀던 임진왜란을 다룬 최초의 역사소설이다.
전쟁 발발부터 명의 참전과 휴전, 화평협상, 재침과 종전에 이르는 7년의 기나긴 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바라봤다.
이 작품은 '7년전쟁'으로 시작해 도중에 '임진왜란'으로 다시 '7년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동아일보 연재로 첫선을 보인 1984년, 반일감정이 높았던 당시 일부 독자가 임진년 전쟁을 '왜인들이 일으킨 난동(왜란)'이라 칭하지 않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1년만에 '7년전쟁'에서 제목을 '임진왜란'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420년(7주갑)이 되는 올해 다시 '7년전쟁'이라는 본래의 제목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작품은 이순신, 곽재우, 권율 등 조선의 인물뿐만 아니라 전쟁을 도발하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을 멈추려는 일본 내 세력,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명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일본의 침략'이라는 단편적인 인식보다는 동아시아의 패권 지형 변화 과정에서 불거진 '국제전'으로 전쟁을 이해하고자 했다.
김성한의 역사소설은 온갖 아이러니로 뒤덮인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들을 입체적으로 그려 낸다. 소설에서는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돼 일본의 조선 침략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해 파직됐던 김성일을 전쟁이 일어나자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자의 경험으로 예전의 김성일이 아닌 것으로 그렸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는 소설 에 재미를 더 한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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