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미-중 싸움에 아시아가 갈라진다

지역내일 2012-07-16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지난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지역포럼(ARF) 연례 외상회의가 폐막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채 13일 막을 내렸다. 아세안 창설 45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남중국해상의 분쟁 도서(島嶼)들에 대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 간의 영유권 분쟁 처리를 놓고 회원국들 사이에 합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 달 전 남중국해상의 스프레트리(중국명 南沙群島) 스카보로(중국명 황옌다오) 주변에서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던 필리핀과 베트남은 외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주최국 캄보디아의 반대로 좌절됐다. 그래서 공동성명 없이 회의를 폐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회의 주최국이 분쟁 당사국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캄보디아 입장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하는 한 회원국 대표는 간단히 말해서 중국이 의장국을 '매수'한 것이라고 내뱉었다. 중국의 양제츠 외상이 캄보디아 외상에게 중국의 '핵심이익'을 이해해 준 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는 보도로 볼 때 캄보디아가 작심하고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아세안 회원 10개국은 하나의 블록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지난주 외상회의에서는 석유 천연가스와 어로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의 섬들에 대한 영유권 분쟁을 공동선언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제기됐을 때 사정은 십년 전과 전혀 달랐다.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네이 등 네 나라는 찬성하는데 반해서 중국의 우방인 주최국 캄보디아가 완강히 반대해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지역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목적으로 창설된 아세안의 회원국들이 둘로 갈라지는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세안 외상회의 공동성명 없이 폐막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공동성명에 언급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영유권 분쟁을 다룰 때 상대국을 위협하거나 무력시위를 하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협을 느낀 국가가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면 오히려 미국의 개입을 자초하는 도화선이 될 위험도 없지 않다.

근래 미국외교는 아시아에서 연거푸 역사적인 방문기록을 세우고 있다. 작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 고위 인사로서는 50년만에 처음으로 미얀마(버마)를 방문했다. 세계 언론들이 "역사적인 방문"이라고 그 의의를 높이 평가한 방문이다.

클린턴의 방문 이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연금에서 해제되고 수백명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이 석방됐다. 금년 4월에는 수치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미얀마를 민주화하는 데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클린턴의 방문은 미얀마를 중국의 예속에서 절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주 프놈펜의 아세안 지역포럼 외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7년 만에 처음으로 라오스를 방문했다.

몽골도 방문했다. 클린턴은 그의 몽골 방문을 수행한 기자들에게 "나의 여행은 오늘날 미국 외교정책의 전략지침을 반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연초에 미 국방성이 발표한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지속시킬 21세기 우선방위계획"은 아시아를 미국 외교의 최우선 축으로 삼고 있으며 그 핵심 표적으로 중국을 지적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중국포위 전략이다. 그러므로 클린턴의 "역사적 아시아 방문들" 은 이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클린턴 "역사적 아시아 방문"의 목표

미국 외교가 일대 방향 전환을 시동하고 그 일환으로 클린턴의 역사적 아시아 방문이 축적되고 있는 시점에 이명박 정권과 일본정부 사이에 비밀리에 추진되던 한일군사정보협정이 폭로돼 충격을 주었다. 중국을 '가상 적'으로 한 미국의 21세기 신(新)전략지침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가동되기 직전에 들킨 셈이다.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감추어져 있을 수 있는 함정들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동맹이 심각한 주권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예속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동맹의 한계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주권을 포기하는 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예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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