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공원 흉악범죄로 분위기 뒤숭숭 … 서울경찰청 공원치안 강화 계획
공원이 우범화되고 있다. 최근에도 신촌공원 대학생 살인사건, 일산 공원 여고생 암매장 사건 등 흉흉한 범죄들이 공원에서 벌어진 바 있다.
공원은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어두침침한 가로등 등 부실한 시설과 관리미흡으로 지역 치안을 위협하게 됐다. 편집자 주
12일 저녁 8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30명가량의 노숙인들이었다. 노인들로 북적이던 낮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40~50대의 비교적 젊은층이었다. 공원 뒷길로는 때가 낀 트레이닝복 차림의 노숙자 3명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벤치 역시 잠을 청하는 노숙인 차지였다. 공원 안쪽에는 5~6명의 노인들이 담배를 피우며 놀이를 하고 있는 듯 했으나 순찰중인 경찰이 다가가자 슬금슬금 흩어졌다.
초저녁에 내린 비 덕에 선선한 날씨였지만 산책하러 나온 가족이나 연인, 일반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12일 저녁="" 8시쯤="" 찾은="" 서울="" 종묘공원.="" 노숙자들이="" 도로변="" 화단에="" 모여=""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종묘공원, 취사·악취 불구 단속 어려워 = 가장 소란스러운 곳은 차도쪽 화장실 앞 화단이었다. 10여명의 노숙인들이 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옆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켜고 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기자와 정종우 종로5가 파출소 소장이 다가가자 술에 취한 남성이 파출소장을 쏘아 보며 다짜고짜 "왜 왔냐"며 시비를 걸어 왔다. 옆을 지나던 30대 여성 한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비켜갔다. "낮에는 '박카스 아줌마'가 노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 밤에는 막걸리, 소주 등을 잔술로 부랑자들에게 파는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정종우 종로5가 파출소장이 설명했다.
종묘는 사적 제125호로 문화재관리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다. 이들 법에 따르면 공원 내에서의 취사행위, 소음·악취 유발행위 등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종묘공원으로 알려진 이 지역은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종묘공원 앞 시민광장'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종묘공원은 산책을 하는 일반시민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현재 노상방뇨, 쓰레기 투기 등에 대해서는 구청과 함께 단속하고 있지만 공원을 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정 소장은 "잔술과 음식물을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크게 높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저녁 9시="" 동대문="" 용두공원.="" 악취와="" 경비="" 불안="" 등으로="" 이용자가="" 뜸한="" 가운데="" 청소년=""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용두공원, 지척에 아파트단지인데 '썰렁' = 한 시간 후인 저녁 9시, 동대문구 용두공원. 겉보기에 깨끗한 분위기였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정체 모를 악취가 코를 찔렀다. 조명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어두침침했다. 공원 입구에 CCTV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지척에 대형 아파트단지와 주택가가 위치해 있었음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광장 벤치에서 맥주를 사놓고 마시는 청소년 두 명과 연인 한 쌍을 볼 수 있었다. 넝마주이 한 명이 어두운 구석 벤치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고 공원 비석 뒤에서는 한 중년남성이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이 공원에서 유일하게 조깅을 하고 있던 주민 남 모(53·여)씨를 만났다. 남씨는 "공원 지하에 쓰레기처리장이 있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취가 올라온다"며 "이용객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씨는 "저녁에 직장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운동할 곳이 없어 공원을 찾고 있지만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 술 마시는 남성들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악취해소와 경비를 수 차례 구청에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조명이 어두워 공원 전체가 우범지대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0시쯤 방문한="" 창천동="" '바람산공원'.="" 대학생="" 살인사건="" 발생="" 후="" 조명이="" 밝아지고="" cctv="" 설치사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바람산 공원, "살인사건 후 조명 밝아졌다" = 10시가 조금 넘어 서울 창천동의 '바람산 공원'을 찾았다. 지난 4월30일 발생한 '신촌 대학생 살해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환한 가로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계단 옆 비탈길은 여전히 어두침침했다. 공원 입구에는 'CCTV가 설치될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건이 터진 이후 CCTV 추가 설치가 결정난 것이다.
공원 정상에 올라가니 남자 대학생 둘만 나와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최근 터진 사건으로 불안하지만 특별히 운동할 공간이 없어 공원을 찾고 있었다. 한 남학생은 "사건 직후 공원을 찾는 발길이 한동안 뚝 끊겼다가 최근에 조명을 새로 밝히는 등 조치가 취해지면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천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 모(34.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공원에서 운동을 했지만 올해는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최근 공원에서 범죄 많이 일어나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곳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일 간부회의에서 주폭척결과 더불어 안전한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다양한 치안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세부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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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우범화되고 있다. 최근에도 신촌공원 대학생 살인사건, 일산 공원 여고생 암매장 사건 등 흉흉한 범죄들이 공원에서 벌어진 바 있다.
공원은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어두침침한 가로등 등 부실한 시설과 관리미흡으로 지역 치안을 위협하게 됐다. 편집자 주
12일 저녁 8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30명가량의 노숙인들이었다. 노인들로 북적이던 낮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40~50대의 비교적 젊은층이었다. 공원 뒷길로는 때가 낀 트레이닝복 차림의 노숙자 3명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벤치 역시 잠을 청하는 노숙인 차지였다. 공원 안쪽에는 5~6명의 노인들이 담배를 피우며 놀이를 하고 있는 듯 했으나 순찰중인 경찰이 다가가자 슬금슬금 흩어졌다.
초저녁에 내린 비 덕에 선선한 날씨였지만 산책하러 나온 가족이나 연인, 일반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12일 저녁="" 8시쯤="" 찾은="" 서울="" 종묘공원.="" 노숙자들이="" 도로변="" 화단에="" 모여=""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종묘공원, 취사·악취 불구 단속 어려워 = 가장 소란스러운 곳은 차도쪽 화장실 앞 화단이었다. 10여명의 노숙인들이 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옆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켜고 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기자와 정종우 종로5가 파출소 소장이 다가가자 술에 취한 남성이 파출소장을 쏘아 보며 다짜고짜 "왜 왔냐"며 시비를 걸어 왔다. 옆을 지나던 30대 여성 한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비켜갔다. "낮에는 '박카스 아줌마'가 노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 밤에는 막걸리, 소주 등을 잔술로 부랑자들에게 파는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정종우 종로5가 파출소장이 설명했다.
종묘는 사적 제125호로 문화재관리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다. 이들 법에 따르면 공원 내에서의 취사행위, 소음·악취 유발행위 등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종묘공원으로 알려진 이 지역은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종묘공원 앞 시민광장'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종묘공원은 산책을 하는 일반시민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현재 노상방뇨, 쓰레기 투기 등에 대해서는 구청과 함께 단속하고 있지만 공원을 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정 소장은 "잔술과 음식물을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크게 높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저녁 9시="" 동대문="" 용두공원.="" 악취와="" 경비="" 불안="" 등으로="" 이용자가="" 뜸한="" 가운데="" 청소년=""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용두공원, 지척에 아파트단지인데 '썰렁' = 한 시간 후인 저녁 9시, 동대문구 용두공원. 겉보기에 깨끗한 분위기였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정체 모를 악취가 코를 찔렀다. 조명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어두침침했다. 공원 입구에 CCTV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지척에 대형 아파트단지와 주택가가 위치해 있었음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광장 벤치에서 맥주를 사놓고 마시는 청소년 두 명과 연인 한 쌍을 볼 수 있었다. 넝마주이 한 명이 어두운 구석 벤치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고 공원 비석 뒤에서는 한 중년남성이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이 공원에서 유일하게 조깅을 하고 있던 주민 남 모(53·여)씨를 만났다. 남씨는 "공원 지하에 쓰레기처리장이 있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취가 올라온다"며 "이용객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씨는 "저녁에 직장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운동할 곳이 없어 공원을 찾고 있지만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 술 마시는 남성들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악취해소와 경비를 수 차례 구청에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조명이 어두워 공원 전체가 우범지대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0시쯤 방문한="" 창천동="" '바람산공원'.="" 대학생="" 살인사건="" 발생="" 후="" 조명이="" 밝아지고="" cctv="" 설치사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바람산 공원, "살인사건 후 조명 밝아졌다" = 10시가 조금 넘어 서울 창천동의 '바람산 공원'을 찾았다. 지난 4월30일 발생한 '신촌 대학생 살해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환한 가로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계단 옆 비탈길은 여전히 어두침침했다. 공원 입구에는 'CCTV가 설치될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건이 터진 이후 CCTV 추가 설치가 결정난 것이다.
공원 정상에 올라가니 남자 대학생 둘만 나와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최근 터진 사건으로 불안하지만 특별히 운동할 공간이 없어 공원을 찾고 있었다. 한 남학생은 "사건 직후 공원을 찾는 발길이 한동안 뚝 끊겼다가 최근에 조명을 새로 밝히는 등 조치가 취해지면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천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 모(34.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공원에서 운동을 했지만 올해는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최근 공원에서 범죄 많이 일어나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곳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일 간부회의에서 주폭척결과 더불어 안전한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다양한 치안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세부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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