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범죄 ‘솜방망이 처벌’이 바뀐다 ②총선사범 판결 분석

지역내일 2012-06-18 (수정 2012-06-18 오후 2:34:15)
1심 당선무효형, 2심서도 형량 안 깎여

17대 당선자 10명 '당선무효'  항소심서 뒤집혔지만 18대는 1심 유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선인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예외 없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벌금 80만~90만원을 선고해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시켜주는 '봐주기식 깎아주기' 관행이 사라진 것이다.

18일 내일신문이 17·18대 총선사범 당선인의 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17대 총선사범 당선자 중 10명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서 당선유효형으로 바뀐 반면 18대 총선사범 당선자 중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가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항소심에서 형량이 깎인 사례는 없었다.

17대 총선 선거사범으로 기소된 당선자 21명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1명 중 10명이 항소심에서 당선유효형으로 바뀌어 절반 가까이가 회생에 성공했다. 16대 총선 선거사범 역시 비슷하다. 당선자 27명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14명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형이 깎였다.



◆'양형 부당' 주장에 재판부는 = 18대 당선자 중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당선자들은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죄질에 비해 1심의 형량이 무겁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당선자들의 '양형부당' 주장을 배척하면서 선거법 위반사범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태도를 보여줬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김세웅 전 의원에 대해 항소를 기각하면서 "100만원의 벌금형만으로도 당선무효가 되도록 한 것은 비교적 가벼운 위반행위라고 할지라도 당선무효의 사유가 되도록 함으로써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뿌리 뽑고 공직선거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입법자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이 법률규정에 따른 효과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당선의 유·무효가 문제되는 사건이라고 해 위반행위의 경중이나 다른 위반행위와의 형평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를 남발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건 간의 양형에 편차가 생겨 양형의 왜곡현상이 발생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고법도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이 선고된 구본철 의원에 대해 항소를 기각하면서 "사전 선거운동의 폐해는 항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했을 경우에 선거비용이 과다 지출되고 재력 없는 후보자의 입후보를 곤란하게 하며 선거운동의 규제가 곤란하게 된다"며 "기부행위 또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하면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권선거 차단해 민의 왜곡 방지" = 법원은 후보자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다.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자도 당선무효가 된다.

허범도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김 모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부산고법 역시 1심과 마찬가지 형을 선고하면서 "선거법이 2004년 회계책임자 등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은 때에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것으로 엄격히 개정됐는데 후보자뿐만 아니라 후보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계 책임자 등에 대하여도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처벌 기준을 더욱 낮추어 엄격히 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 역시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거법이 자원봉사에 대한 보상 등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한 금품의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는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의 병폐로 여겨져 온 금권선거를 차단해 민의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무효형 받은 허위사실공표는 = 허위사실공표는 금권선거에 비해 당선무효형을 받은 사례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허위사실공표가 당선 유·무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은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윤두환 전 의원의 항소심에서 "울산고속도로의 통행료 폐지 문제는 울산시민의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 폐지를 약속받았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주민들에게 피고인이 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주요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힘있는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손쉽게 강조할 수 있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횟수나 홍보물의 수가 적지 않다"고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홍장표 전 의원은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서울고법도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홍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상대 후보 재산에 대한 확인 및 검증 없이 마치 상대후보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것처럼 재산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조사기관이 어디인지 불분명한 여론조사결과를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표함으로써 선거구민들의 선택을 오도하게 했다"고 밝혔다.

선거재판부의 한 재판장은 "1심의 결론이 항소심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허위사실에 대한 형량도 높아야 한다는 게 판사들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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