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광장 공동대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국민들이 온갖 탄압을 받고 고초를 겪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집권당의 정책빈곤으로 관료집단에 업혀서 끌려가는 형국을 반복했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 광분에 휩싸여 한국사회는 양극화 사회로 치달아 계층-이념-지역-종교간의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헌법상의 권력구조와는 무관하게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해 모든 권력은 청와대로 통했다. 군사독재자들의 통치술을 배웠는지 1987년 체제가 무색하게도 뽑아준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잠언이 진실임을 확인해주곤 했다. 5년을 주기로 대통령 친인척-측근비리가 악취를 풍기는 가운데 권력누수가 겹쳐 식물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1987년 이후 성공한 대통령을 꼽으라면 불행하게도 선뜻 대답할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통한 불통정치-강압통치가 부메랑을 부르고 말았다. 권력누수를 가속화시키면서 집권당이 실종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심판론이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이명박이 대권주자의 반면교사로 떠올랐다.
안철수 증후군도 이명박의 실패가 부른 현상이다. 안철수라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갈구하는 사회적 합의가 일구어낸 대안의 모습이다.
안철수는 옛말로 신언서판을 갖춘 인물 같다. 부산에서 의사 아버지 밑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준수한 외모에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훌륭한 학업을 성취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사업가로 변신해 돈도 벌만큼 벌었다.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닮고 싶은 표상으로 떠올랐다.
이명박의 실패가 부른 현상
위정자들은 그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데 그는 희망과 미래를 말한다. 탐욕에 눈이 먼 기업가와 사술에 능란한 정치인만 보며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해온 이들에게는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 같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하루아침에 그가 지도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대중은 그를 대통령감으로 열광한다. 대통령에 출마할지 말지 묻는 말에 그는 애매한 표현으로 확언을 회피한다.
언론은 그의 일구일언을 이렇게 해석하고 저렇게 분석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측근의 입을 통해 모호한 말로 대권의 꿈을 말하기도 한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치적 행보를 하는 모양이다. 언론은 출마의사도 밝히지 않은 그를 여론조사에 끼어 넣어 계속 인기를 측정한다.
그는 여전히 묵언이지만 그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분명한 정치적 입지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쳤나 보다. 불러도 불러도 화답이 없자 환호하던 이들이 피로감을 느낀 탓같다. 그가 청춘 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많은 말을 하나 듣기 좋은 덕담 수준이다.
거기에는 국가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이나 대안이 묻어나지 않는다. 간접화법으로 듣는 말만으로는 국가운영에 관한 철학이나 소신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그가 대통령으로서 위기관리능력, 이해조정력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결단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언행에서 정의, 복지, 평화라는 시대정신이 풍기기에 많은 젊은이들이 매료되어 열광할 것이다. 이것은 기성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다. 낡은 정치를 혁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해 달라는 바람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기성정치권이 새로운 변화를 일궈낼 듯이 부산했다. 한나라당이 간판을 내리고 새누리당이라고 신장개업을 했지만 무엇 하나 새로워진 것이 없다.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며 더 붉게 착색된 색깔론만 흘러나온다.
국민들 지친 삶 보듬는 소리 안 나와
민주당이 친노세력과 합세한다고 요란하기에 뼈를 바꾸듯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참신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이 지난 날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는데 그 때의 표정을 되살리며 엉뚱한 말이나 늘어놓는다. 야권연대의 결실은 진보라는 허구의 진면목만 보여준다.
변화를 갈구하며 SNS를 뜨겁게 달구던 열기가 싸늘해졌다. 이번에는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던 기대감이 물거품처럼 사그라져 절망감이 자리를 대신했다. 여러 사람이 대권을 향한 입지를 말하나 그들의 귓전을 때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지친 삶을 보듬는 소리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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