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최고의 스펙은 전공이다

지역내일 2012-07-17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현재 7500만명의 청년이 실업자라는 통계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집계에 의하면 만 15세에서 24세를 기준으로 세계 청년층의 실업률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50%를 넘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도 35%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잃어버린 세대'의 걱정이 심각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20대의 실업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청년실업률은 10% 미만이지만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이나 아예 아무런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을 모두 합하면 체감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취업을 위한 청년들의 준비도 눈물겹다.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 같은 취업 3종 세트니 취업 5종 세트니 하는 준비는 기본이다.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준비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난 10여년간 수천장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백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아 온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실 해외 관련 업무가 아닌 직종에서 토익점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술분야가 아닌 직종에서 자격증의 가치 또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필자가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대학 재학 중의 성적표이다. 단순히 학점이 얼마인가를 산술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슨 과목을 들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3, 4학년 때 수강한 과목을 보면 지원자가 어떤 분야에 뜻을 두고 대학을 다녔는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과 연관하여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그 성적이 어떠한지를 본다.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있는 전공과목은 그 지원자를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인 것이다. '최고의 스펙은 전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토익점수 크게 중요하지 않아

지원자의 입장에서도 어떤 스펙보다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투자한 것이 바로 자신의 전공분야이다.

지원자의 지원동기도 중요하다. 내가 왜 이 회사를 지원하였는지, 왜 이 업무를 선택하였는지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원자가 선발될 기회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어디선가 들은 듯한 판에 박은 대답은 별 효과가 없다, 그 회사에 지원하는 자기 나름의 이유와 동기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야 입사 후 중도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전공분야와 지원동기가 분명하지 않다면 다른 모든 스펙은 그야말로 참고의 대상이지 선발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도 상당수 지원자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공 분야보다는 스펙을 위한 스펙쌓기에 더 열중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보인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이 입학에서 졸업까지 평균 9년 3개월이나 걸린다는 최근의 일부 언론보도는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오보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

좀 더 신뢰할 만한 집계에 의하면 대학을 졸업하는 남학생의 경우 84개월, 여학생은 56개월로 남녀를 평균하면 7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남학생은 8개월이나 늘어났고 여학생은 3개월이 늘어나 남녀를 평균하면 10년 사이에 5개월 정도 길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군복무기간이 2개월 단축된 점을 고려하면 남학생의 경우 입학 후 졸업에 걸리는 기간이 10년 사이에 무려 10개월이나 늘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무엇 때문인가? 물론 등록금 등 경제적 이유로 인한 휴학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스펙을 위한 스펙쌓기'도 무시할 수 없다.

지원 이유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사람

더 좋은 학점을 위한 빈번한 재수강. 더 좋은 학벌을 위한 반수와 편입시험의 경쟁. 취업을 위해서 졸업을 미루는 경향. 학부모에게도, 학생들에게도 부담인 재학기간이 늘어만 가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많은 등록금을 내면서 더 오래 대학을 다녀야 한다면 모두에게 부담이다. 졸업에 필요한 과목을 다 이수하고도 졸업을 미루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 뿐이다. 정작 취업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스펙쌓기의 경쟁에 몰두하는 것 또한 비용과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모두에게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오늘 우리 나라 대학의 진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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