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경제대통령 될 사람(임병규 2002.01.15)

지역내일 2002-01-23
경제대통령 될 사람
임병규 국제변호사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에는 지금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에 접어들면서 경제대통령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요즘 신문과 시사잡지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앞 다투어 경제대통령 또는 CEO 대통령에 대한 특집기사와 논설을 다루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말 실시하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2%가 다음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근에 주간동아와 신동아가 리서치 앤 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47.8%의 응답자가 경제대통령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일이 지나면서 이와 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고 머지않아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이 경제대통령을 원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부패의 병균이 권력의 심장부까지 파고드는 오늘의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국민들의 잠재적인 에너지가 경제대통령에 대한 열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현실의 허탈감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다음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이어야 한다는 결론은 이미 나왔다. 이제는 경제대통령을 어떻게 선출하느냐를 고민할 때이다. 대통령 후부들 가운데 과연 어떤 사람이 경제대통령 또는 CEO대통령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나? 이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려면 우선 불합격자를 순차적으로 가려내는 도태방식 (process of elimination)을 적용하면 선택이 명료해진다.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
첫째, 정치개혁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미온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은 CEO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제왕적인 대통령들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정치구조가 형성되어 왔는데 이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는데 주저한다면, 그런 정치인은 자신도 제왕적인 통치자 노릇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독단적인 통치자는 경제대통령 또는 CEO대통령과 정반대 되는 개념이다.
둘째, 안방정치와 패거리정치의 관행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자격 미달이다. 안방정치는 패거리 정치의 온상이다. 안방에 찾아와 눈도장을 찍고 충성심을 맹세해야 패거리에 끼워 준다. 안방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밀실에서 모의와 모략이 진행되며, 금전이 오고 가고, 공천이 결정되며, 온갖 암수가 정치를 지배한다.
이와는 반대로 CEO식 지도자는 근무시간에 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보고받으며, 발제, 반론, 대안, 제3의 선택을 둘러싼 난상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한다. 세배도 가족간에 하고 신년하례도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치른다. 안방정치의 폐습을 못 버리고 높은 사람의 안방을 찾는 사람, 안방에서 추종자들을 접견하는 사람은 권위주의 통치자의 후예가 될지언정 CEO대통령은 못 된다. 세 몰이와 패거리정치를 답습하려는 사람은 도태의 대상이다. 패거리정치는 비생산적 정쟁을 일삼는 불량 이익집단의 자기보호행위다.
셋째, 경제목표 슬로건만 외치는 경제대통령 후보를 경계해야 한다. 경제대통령은 입시준비생처럼 가정교사를 두고 벼락공부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경제는 고도로 복잡하고 복합적인 분야로 발전하여 경제전문가들도 파고들면 들수록 난해하다고 실토한다. 또한 유능한 경제 브레인들의 머리를 빌린다고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니다. YS의 예를 보라. 더구나, 수백명의 교수들을 동원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을 서는 지식인들을 세 몰이하는 효과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후보가 경제대통령의 역할을 가장 성공적으로 할까? 이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다. 아직 후보들이 경제정책을 포함한 선거 공약을 공식적으로 내 놓지도 않았다. 후보들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여야 대선 주자들간의 예상 대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자(부동표)가 높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자세가 성숙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TV토론 유권자에게 합리적 판단근거 제공
우리는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슬로건인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서 있는 것인지 후보들의 열띤 TV토론을 주시하여 본 다음 판별해야 한다. 후보자들간의 TV 토론이야말로 아까운 돈을 써서 군중을 동원하는 세 몰이식 타락 선거를 지양하고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들의 장단점과 우열을 비교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와 편의를 제공하는 점에서 경제대통령시대에 부합하는 선거전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안방에서 편안히 앉아서 후보들간의 진지한 아이디어 경쟁을 보면서 그들 중 누가 가장 타고난 경제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경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을 갖추고 있으며,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행정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밖에 내 놔도 자랑스러운 경제대통령이 선출 될 것인가?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임병규 국제변호사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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