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예/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위즈덤하우스 /글·사진 함정임
7, 8월은 직장인들이 1년 동안 기다리던 휴가철이다. 올해 휴가는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소설가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여행을 하는지 참고해 보면 좋겠다.
저자 함정임은 불문과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햇병아리 기자시절 처음 쓴 소설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뽑혀 소설가가 되었다. 등단 이후 '곡두', '내 남자의 책'을 저술했다. 현재는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간 월간 '신동아'에 연재해온 글들을 모은 것인데 사실 여행보다는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다.
소설 속을 걷다
1부 '소설 속을 걷다'는 작품 설명과 함께 작품 속 배경이자 작가가 직접 여행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함정임의 여행법은 작가와 작품을 찾아 여행을 떠나 소설의 무대인 여행지에서 그 채취를 찾아 작품을 새롭게 느껴보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니스로 여행길에 오르며 그곳 출신인 르 클레지오의 '조서', '아프리카인', '허기의 간주곡' 이 세권의 소설책을 가방에 넣었다. 그녀는 여행지와 관련된 소설을 가방에 담아가니 마치 그 작가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여행길이 더 설레고 즐거웠다고 한다.
그녀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맺게 된 인연도 소개해준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의 묘를 찾아가게 된다. 묘석 아래에 두고 온 명함을 인연으로 '베랑제'씨의 이메일을 받게 되고 또 그것을 인연으로 베랑제씨의 초대로 프로방스 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이러한 예기치 못했던 인연들이 여행이 선사해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2부 '소설의 황홀, 황홀의 소설'은 오로지 소설에 대해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소설의 소재가 공간, 그림, 사랑인 작품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절대미녀를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못생긴 여자와 그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한 편의 음악,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제목을 따왔고 또 이 음악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음악이다. 즉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첫 장의 제목과 소설의 표지 그림이 '라스 메니나스'인 것은 태초에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본문 곳곳에 작품 속 내용을 인용하거나 관련 사진과 그림을 삽입하여 책을 구성함으로써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거나 그 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소설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소설가의 여행법'은 우리에게 소설을 통해 여행을 떠나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를 문학의 세계로도 안내해 준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그 배경지를 여행하고픈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페루에 꼭 가봐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 것처럼 말이다. 이번 휴가 때엔 소설 한권을 들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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