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시민영화교실 - 한국영화 따라잡기>

영화평론가 홍성남 『오! 수정』

지역내일 2002-01-22
지난 18일 오후 2시 복사골문화센터 카페 문화사랑에서 제 2회 시민영화교실이 열렸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보고 관객과의 대화로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현재 영화주간지 씨네 21 staff 평론가, 영화비평전문지 필름컬처 편집 실무를 맡고 있는 영화평론가 홍성남씨가 주관했다.

□ 오! 수정 - 감독, 각본 홍상수/ 출연 이은주, 정보석, 문성근
케이블 TV 구성작가 수정은 같은 프로그램 담당 PD 영수와 가까운 사이다. 영수는 독립영화 제작방식의 영화제작에 도움 받고자 부자인 후배 재훈의 미술전에 수정과 함께 간다. 재훈은 수정에게 사귀고 싶다고 고백하고 무능력한 영수의 모습에 실망한 수정은 재훈에게 애인이 되겠다는 제안을 한다.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섹스를 시도하는 순간 재훈은 수정이 처녀임을 알고 감격한다.
“그렇게 힘든데 뭐 하러 만나요, 우리 그만 만나요”그런 수정의 반응은 재훈을 안타깝고 초조하게 만든다. 화해를 하기 위해 어렵게 찾아온 재훈을 발견한 수정은 그의 순수한 태도에 감동하고 그들은 두 번째 일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 「강원도의 힘」(1998년) 「오! 수정」(2000년), 이 세 편의 영화로 평단의 절대적 호응을 얻어낸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기존의 것과 구별된 낯선 작품’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삶의 단면과 풍경에 대한 단순한 리얼리즘적인 응시는 한국영화사에 유례없는 예전과는 다른 영화의 모습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단의 많은 지지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나왔던 한국영화와는 너무 다른 성격의 영화라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성격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느린 템포와 흑백영화, 일상적인 이야기를 말했지 영화적인 이야기를 말하지 않은 점이 그렇다.
실제로 홍감독의 영화들은 표면에의 집착을 추구한 로베르 브레송(캐릭터와 스토리의 소멸),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루이스 브뉴엘(유예의 내러티브와 회의의 시선),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들 위대한 감독들의 세계에 홍상수의 세계를 일차원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쓸모 없는 일일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홍성남씨는 말한다.
‘고전영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앙드레 바쟁이다. 고전적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비례, 질서, 균형, 통일을 이룬 영화라 할 수 있다.
‘모더니즘영화’즉, 현대영화는 1950년대 말 이후 유럽에서 이름지어졌다. 이것은 특별구조 없이 단선적 욕망을 가진 다차원적이며 모호한 인물이 등장한다. 또한 형식의 자의식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전의 모더니즘 영화를 꼽으라면 이장호의 ‘바보선언’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이감독은 대단히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의 희생양이 된 도시 히로시마에 한 프랑스 여인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사랑’의 영향을 받은 김수용 감독의 안개(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것)도 그 부류이다. 또한 이만희 감독의 영화들도 그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것을 보면 1990년대 이후의 감독 중 주목할만한 감독을 꼽으라면 단연 홍상수 감독인 것이다.
<오! 수정="">의 영어제목은 마르셀 뒤샹의 미술 작품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이다. 실제로 <오! 수정="">의 스토리 뼈대를 찾아보면 30대 중반의 재훈(정보석)이 연정 혹은 욕망을 품고 있는 젊은 여성 수정(이은주)과 성교를 기어이 하게 되기까지의 경로만이 뚜렷하게 그 모양새를 드러낸다. 부자인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연애담이란 사실 수많은 영화들에서 이미 봐온 것들. 그러니까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이다. 홍상수의 영화는 리얼리스트 홍상수와 형식주의자 홍상수가 서로 긴장관계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각각 화면에 자막이 나오는 이 독특한 영화는 온종일 기다리다, 어쩌면 우연, 케이블카에 매달리다, 어쩌면 의도,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는 분절을 통해 성교의 목적을 이루기 전 까지 남녀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마지막 시민영화교실은 1월 25일 다양한 한국영화의 공존을 위한 모색으로‘관객이 만드는 영화, 영화가 만드는 관객’을 타이틀로 영화평론가 임재철씨의 관객과의 대화가 있을 예정이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미디어교육팀 032) 345-6313, 327- 1293
임옥경 리포터 jayu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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