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정부 무능 드러낸 보육정책

지역내일 2012-07-23
장병호 정책팀장

영유아 무상보육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된다. 지난 3월 시행 이후 5개월째다.

당장 지방정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 8~9월 보육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를 내주겠다"고 설득하지만, 지방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0~2세 영유아 보육료 지원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정책 도입과 추진과정을 보면 혼란의 연속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올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예산 3000억원을 증액해 통과시켰다. 원안에는 없던 내용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끼어들었다. 해당 상임위나 예결위 논의도 없었다. 제대로 검토가 됐을 리 없다.

정부도 예산증액에 동의했다. 예결소위 속기록을 보면 주승용 의원이 '0~2세보다 3~4세가 더 급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박재완 기재부 장관과 김동연 예산실장은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다'며 강행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유치원으로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0~2세보다 3~5세 지원이 순서지만, 정부가 '충분히 검토했다'며 이를 무시한 것이다.

신규 보육수요 예상 못한 정부

더욱이 기재부의 검토는 엉터리였다. 보육수요 증가를 예상하지 못했다. 보육료를 정부가 준다는 소식에 많은 가정이 집에서 기르던 아이를 보육시설로 보냈다.

복지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영유아 보육료 지원신청 인원은 55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만명보다 무려 20만명, 57%나 늘어났다. 막대한 추가재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기재부 검토 안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중앙정부가 내는 만큼 매칭으로 보육료을 지원해야 하는 지방정부는 재원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정부는 올 예산 편성을 하지 못해 돈이 없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확보하려면 예산을 편성해 지방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예산편성은 물론 심의도 할 수가 없었다. 중앙정부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무상보육 확대예산과 신규 보육수요까지 고려하면 지방정부 재원이 7000억원 가량 더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국회와 중앙정부가 지방을 고려하지 않고, 일체 사전협의 없이 재정부담을 떠넘겼다'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보육수요가 급격히 늘자 보육시설들이 난리가 났다. 국공립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어린이집으로 수요가 몰렸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늘며 감독이 까다로와지고 수요가 늘자, 민간어린이집들은 평소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규제완화와 처우개선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업 파동이 일기도 했다.

수혜대상인 엄마들도 반발했다. 시설이 좋은 국공립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하고, 믿고 맡길 민간어린이 집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왜 꼭 아이를 맡겨야만 지원을 해주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보육비만을 지원할 게 아니라 보육이든 양육이든 엄마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육과 양육 중 선택하게 해야

급기야 박재완 기재부장관은 7월 7일 '무상보육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올초 무상보육 확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정부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자 정책실시 4개월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무상보육정책이 총선용이었냐'는 비난을 샀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무상보육이 쟁점으로 부각되자, 정부는 열흘만에 입장을 바꾸었다. 7월 17일 당정협의를 통해 무상보육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상보육 졸속도입 → 3개월만에 재검토 → 일주일 뒤 다시 추진'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졸속정책의 후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정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20일 서울시 24개 구청장이 모여 '지방정부에서 빚을 내 지방채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중앙정부를 비난했다.

또 '정부지원이 없으면 10월부터 무상보육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임기말 레임덕에 걸린 정부가 과연 무상보육 도입을 둘러싼 혼란을 해결할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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