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경/새사회연대 공동대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차기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내정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 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추락을 감안하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밀실인선이었다.
이번에 최초로 도입된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병철씨의 '부적격성'은 다시금 충분히 증명됐다. 인권무능과 무자격 뿐 아니라 논문표절,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아들 병역 특혜 및 부동산 투기의혹 등으로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적 흠결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현병철 후보자에 대한 연임 내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끝내 불통?반인권 정부라는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한위수 비상임위원을 또다시 밀실에서 지명해 인권위원 지명기준과 절차에 대한 공개 요구가 거세다. 현병철 위원장에 이어 왜 이런 밀실 지명절차가 아무런 통제없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것은 시민사회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낸 국가인권위 설립 배경에 대한 몰이해,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와 제도의 미흡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권을 실정법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국가인권위법의 인권위원의 자격은 첫째, 인권문제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둘째, 인권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법제정 당시 인권위원의 자격을 통상의 변호사와 교수 몇 년 이상의 자격으로 기술하지 않은 이유는 인권을 실정법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인권 현장의 전문성과 경험을 단순히 자격조건으로 환원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인권위원 구성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은 인선과 관련된 문제라며 인권위원 후보자의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지 않고 밀실심사 관행을 이어오며 전혀 사회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대통령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해 4인을, 국회는 상임위원 2인을 포함한 4인을, 대법원장은 비상임위원 3인을 지명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불투명한 기준과 절차로 인해 지명권자 등은 인권위원 임명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법상의 자격에 부합하지 않고 특정집단이나 정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밀실에서 지명하고 있다.
판·검사, 변호사 및 교수 등의 경력과 직함이 인권위원의 자격조건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밀실인선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년 정권 코드인사인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운영에 더해 인권위원 전원의 의결체인 전원위원회 논의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위원들은 반인권적 발언을 일삼거나 중대한 인권침해에 침묵하거나 결정을 미루기 일쑤였다.
공개적인 인선절차 마련해야
국가인권위 권고는 인권기준에서 한참 부족해 인권계로부터도 외면당해왔고 국가인권위의 위상과 사회적 억지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제 인권위원 인선과정에서 불투명한 기준과 절차는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격하시키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의 공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인선절차에 관여하는 기관들은 국가인권위법에 맞는 인권위원의 기준을 제시하고, 시민사회를 포함한 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광범위한 국민 의견수렴 방안을 포함하여 공개적인 인선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위원 임명과정의 투명성은 국가인권위의 위상의 회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인사가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는 관행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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