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탐욕을 막자 ①] “책임대출 정착, 소비자 지위 높여야”

지역내일 2012-07-30
정치권·시민단체, 탐욕 근절과 공공성 회복 위한 법·제도개선 본격화
"손쉬운 영업으로 경쟁력 상실, 저리의 외국자금 유입 대비 계기 삼아야"

CD금리 담합 의혹, 과도한 가산금리 부과 등 최근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런 모습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금융권의 탐욕을 막기 위한 법제화와 제도개선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권 탐욕 어느 정도기에 = 감사원 감사 결과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는데도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하거나 항목을 신설하는 수법으로 수익을 유지했다. 이렇게 은행권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이 최근 3년간 20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감사원의 추산이다. '금리가 오를 때는 대출 이자부터 오르고, 금리가 내릴 때는 예금 이자부터 내린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행태는 은행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신용카드 업계는 2000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이미 사망한 사람 명의로 1932명에게 신용카드를 신규·갱신 발급했다. 2008년 이후 사망자 1391명에게 119억원의 신용카드 대출을 해 준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임의로 대출계약 만기를 조작하고 계약자의 서명까지 위조해 대출금을 부풀렸다가 해당 고객의 민원으로 들통이 났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은 CD금리 담합 의혹까지 받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CD금리 조작으로 대출자들이 연간 1조60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집단 소송에 착수했다.


<탐욕을 앞세운=""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서민금융보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cd금리="" 담합="" 의혹!="" 금융당국의="" 책임있는="" 자세와="" 금융소비자="" 보호위한=""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고광섭="" 기자="">

◆"채권자의 도덕적해이가 더 문제" = 사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회사들의 무책임과 과도한 수익추구 행태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금융회사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리스크 부담은 고객들에게 떠 넘겨왔다는 것.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 돼 버린 가계부채 문제도 금융권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대출 용도나 차주의 상환능력 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부동산을 담보로 손쉽게 영업을 해왔다"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수익추구에만 열을 올린 은행권의 영업행태가 가계부채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은행권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 가능했던 비결이 드러난다. 일단 대출을 늘려놓고 금리변동 등에 따른 리스크는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왔던 것. 은행들로서는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불공정하고 무책임한 대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에서야 나온 얘기가 아니다.

금융연구원 노형식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여러 업권에 책임대출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과다채무를 예방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대출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책임대출이란 차입자에 맞는 만기, 상환방식 등의 대출조건을 제안하고 미래 소득흐름 등에 기초한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것이다. 책임대출 원칙을 대출 판매과정에서 뿐 아니라 유지과정에서도 금융회사가 준수하도록 해야한다는 게 노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법제화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소비자 약탈'을 위한 금융권에 의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며 "약탈적 대출을 막기 위한 공정대출법 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추진하는 공정대출법에는 △과잉대출 금지 △심사의무 부여 △심사의무 위반시 손해배상액 법정화 △사전 채무재조정의 법제화 △금융기관 압류제한 △과잉경매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절대적 우위 누려온 금융회사 =금융회사에 대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들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한 약탈적 대출과 같은 횡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회사에 대해 소비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채무자의 파산과 회생 절차를 손쉽게 하고 불법추심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장치가 마련되면 소비자 파산에 따른 부담을 금융회사들이 떠안게 돼 대출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서민금융 보호를 위한 6개 법안을 입법청원해 놓은 상태다.

참여연대 등이 청원한 회생 및 파산법 개정안은 파산선고시까지 법원이 가압류, 강제집행 등의 중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해 채무자를 보호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가 주거 안정을 유지하면서 변제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개인회생 활성화를 위해 무담보채무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합민주당 홍종학 의원도 채권추심행위의 일시와 장소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탐욕 버리고 경쟁력 키워야 =금융권의 과점구조의 해체와 시장 경쟁 촉진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우월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은행들이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리를 낮추라는 식의 방안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되늦게나마 은행들의 대출금리 수준을 소비자가 손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비교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금리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최근 금융회사들에 쏟아지는 비판을 새로운 도약의 밑거름으로 삼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손쉽게 영업을 해온 결과 FTA 등을 계기로 몰려들어올 저리의 외국 자금을 당해낼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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