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한국은행이 지난 7월26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성장률(전기비 연률, 이하 같음)은 1.5%를 기록하여 국내경기가 갑자기 빠르게 하강했음을 나타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그리스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그 영향으로 스페인 경제마저 흔들렸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사태가 악화된 것은 지난 1분기에 나타난 일이다.
그럼 국내경기가 지난해에 계속 하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통계 중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변동한 것이 있다면, 그게 경기변동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그런 경제변수가 나타났고, 국내경기는 하강했다. 그것은 바로 환율이었다. 105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한때 1200원을 넘볼 정도로 급등했던 것은 물론이고 변동폭도 극심했다.
주요 경제변수가 이처럼 등락을 거듭하면 경제는 안정될 수 없고, 경제가 안정되지 못하면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가 불안정해져 국내경기는 하강하기 마련이다.
그럼 올해는 어떤 경제통계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변동했을까? 그것은 바로 가계부채, 전문적인 용어로는 가계신용이다. 가계신용은 일종의 통화로서 우리 몸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환율안정 안돼 경제심리 불안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병에 걸릴 수 있듯이, 가계신용= 공급이 충분치 못하면 경제도 성장을 못하거나 중대한 위기를 맞곤 한다.
통화 증가율은 성장률의 2~3배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므로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계신용 역시 그 정도는 증가해줘야 하는데, 정책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가계신용 증가율 8%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성장률이 3.6%였으므로 적정한 규모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오히려 정책당국은 그 증가율을 2월과 3월에는 6%대로, 4월부터는 5%대로 떨어뜨렸다. 이런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정책이 가계소비를 위축시켰고, 성장률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가계 소비지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에 달하므로 경기하강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 정책당국이 갑자기 가계신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을까?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모두 가계부채 비율이 크고, 경제위기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가계대출이 크다는 것은 저축이 그만큼 많고, 저축이 많다는 것은 자본축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급격한 가계신용 위축 부작용
저축과 자본축적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모든 경제변수는 이처럼 양면성을 지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GDP의 40%대였던 시절부터 법석을 떨었다. 그렇지만 그 비율이 80%를 넘긴 지금까지도 경제파국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의 가계신용 억제정책이 경기부진을 장기화시켰고, 경기부진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을 부동산 투기로 내몰면서 가계부채 비율을 더욱 높였다. 그럼 가계대출 억제만 풀리면 경기는 살아날까? 당국은 정책실패를 호도하는 데에는 탁월하므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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