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또다시 시험대 오른 한중외교

지역내일 2012-07-31

김기수 국제통일팀장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논란으로 한중관계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씨는 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측에 114일간 구금됐다 풀려난 뒤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문에 대해 생생하게 밝혔다. 1박2일 동안 전기고문과 구타를 비롯해 무려 7일 동안 잠 안 재우기 등 김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문명국가 중국'에게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지난 3월 29일 중국 다롄에서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 등 서방세계에서 통용되는 기본권은 아예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 늑장 대응방식 도마에 올라

정부 대응방식이 적절했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씨가 중국 공안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던 초기에는 정부 영사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중국 정부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사가 끝나기 직전인 4월 26일에야 주 선양 총영사관 담당 영사와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신속한 영사면담이 이루어졌다면 가혹행위에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씨도 "1차 영사면담일인 4월 26일이면 연행되고 29일째 되는 날인데 그전에 영사면담을 왜 오지 않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1차면담이 끝나고 47일 뒤인 6월 11일 2차 영사면담 때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증거는 인멸되었다. 김씨는 또 정부가 귀국 후 가혹행위를 공론화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김씨를 조기에 석방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건 사실이다. 또 외교 마찰을 피하고 탈북자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자국민이 전기고문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데도 공론화에 소극적이었다면 큰 문제이다.

이런 대응은 한중수교 이후 계속되어온 업무 관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한중간에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안보, 인권 등 민감한 쟁점을 뒤로 미루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에 익숙해 있다. 우리 국익과 입장을 우선시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중국 주장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그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 2010년 11월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전격 방한이 그런 경우이다. 그의 방한은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정오에 방한을 통보하고 오후 6시쯤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방문단은 용건도 밝히지 않고 당일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했다.

결국 이튿날 청와대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6자회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방문단은 몇 시간 뒤 베이징으로 돌아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전격 제안해 버렸다. 만약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당일 정오 방중을 통보하고 베이징에 도착해 후진타오 주석 면담을 요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만물유전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물이 변화 발전을 거듭하듯, 철벽같던 중국 입장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항공모함처럼 서서히 항로를 바꿔 당장은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 뿐이다. 김씨 고문 주장에 대해 중국은 "그런 사실 없다"고 잡아떼고 있지만 이번 사건 처리를 두고 회의와 논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한중수교 20년, 예전과 같은 밀월관계 끝났다

중국 외교는 비교적 수동적이다. 국제질서를 나서서 주도하지도 않지만 순응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제시된 의제가 타당성이 있으면 논의를 거친 뒤 늦게라도 정책에 반영한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우리 입장을 양자나 다자무대를 통해 분명하게 그리고 적극 개진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다음달 24일은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중관계에서 더 이상 지난날과 같은 밀월관계는 없다. 이제는 사안별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서로 이해관계를 좁혀 나가는 건강한 한중관계로 진입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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