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언론인
박지만씨의 아내인 서 변호사가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로 영업이 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이었다는 이유로 의혹이 제기됐다.
'사이후이(死而後已).' '논어'의 '태백' 편에 나오는 사자성어이다. 인(仁)을 완성하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일컫는다. "죽어서야 멈출 길이니, 이 또한 멀지 아니한가"(死而後已 不亦遠乎)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삼국지'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제갈공명이 북벌을 통해 천하를 통일하겠다며 결의를 다진 출사표에 인용됐다. 이 사자성어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에 인용하면서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고개를 숙여야 할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속된 이후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 들이겠다"면서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사과와는 어울리지 않는, 결의를 다지는 사자성어가 포함돼 논란의 빌미가 된 것이다. 여기에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복역중인 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가석방되면서 '사과의 진정성' 논란은 증폭됐다.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부터 '형님권력'으로 통했다. 그래서 등장한 사자성어가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다. 이 전의원은 저축은행 등에서 7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동안 수많은 비리의혹에 휩싸였으나 임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터져 나온 것이다.
36세 변호사가 수십명 변호사 거느려
이명박 정부에서 최고의 권력을 누리던 '영일대군'은 하루아침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에 빗대 새로 등장한 용어가 '만사올통'이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지어낸 말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를 둘러싼 비리연루 의혹을 꼬집은 것이다. '형님' 대신 '올케'를 집어넣은 신조어이다. 김 지사는 "36세 변호사가 수십 명의 변호사를 거느리고 로펌대표가 된 올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동생 박지만씨의 아내인 서 변호사가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로 영업이 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이었다는 이유로 의혹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비리가 있다고 한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것이고, 알아보니 검찰에서 문제된 것은 없다고 하더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바로 그것이 문제"라며 "(이 전 의원은) '만사형통'이라고 수군거리고, 지적할 때마다 박 후보처럼 답했다"고 반박했다. 친인척 비리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괜찮다'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박 의원은 "검찰에 가서 수사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맞섰으나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박 의원의 말대로 그의 친인척을 둘러싼 의혹 중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없다. 그러나 육영재단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비롯해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까지 수많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엔 금융위원회가 박 의원의 조카와 관련된 저축은행의 비리에 대한 징계를 대폭 낮춰주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올케인 서 변호사는 아들의 서머스쿨 뒷바라지를 이유로 비밀리에 홍콩으로 출국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국회 차원의 저축은행 진상규명을 피해 도피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탈MB 말하지만 닮아간다는 풍자
'만사형통'과 '만사올통' 논란을 지켜보면서 한 장의 합성사진이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을 하나로 합쳐 놓은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얼굴 형태와 눈매 등 두 사람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최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널리 유포됐다. 박 의원이 '탈 MB'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 대통령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풍자가 숨겨져 있다. 박 의원은 친인척 비리의혹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으니 끝이라는 주장만 거듭해서는 안 된다. 성역없는 단호한 척결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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