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프라 세계와 나누다 | 베트남에 밥과 땀을] 우리은행, ‘밥퍼’와 함께 장애인·극빈층 찾아

지역내일 2012-07-11
직원-가족-거래기업까지 확산 … "돈 주는 것보다 땀 흘리는 게 더 보람"

지난 5일(현지시각)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출발한 자동차는 40여분을 베트남 외곽으로 내달렸다. 오후 3시를 갓 넘어 오토바이가 많진 않았다. 빠르게 중심지를 빠져나갔다.

조그마한 강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몇 백 미터를 지나지 않아 가건물이 나타났다.

우리은행 몇몇 직원들이 벌써 나와 배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자원봉사 나온 베트남 대학생들이 '오늘은 공쳤다'는 표정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우리은행 호치민지점 직원들이 매달 한 번씩 찾는 다일공동체 '밥퍼' 현장이다. 베트남 다일공동체는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밥퍼'의 대명사 최일도 목사가 2002년 '한해를 빛낸 한국인 대상' 부상으로 알리안츠생명에게 받은 5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돈보다 땀을" = 최철우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장은 "예전에는 직접 지원금을 주는 형식으로 도와줬는데 땀을 흘리면서 몸으로 봉사하니까 훨씬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은 2006년 지점 문을 연 이후 '사랑의 집짓기'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빈민구제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부터는 호치민시 빈딴군에서 현지 빈민들을 대상으로 밥퍼 나눔행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화 목 토, 사흘간 오후 4~5시까지 배식이 이뤄진다. 하루 120명정도에게 밥을 제공한다. 빵과 우유도 나간다. 지체장애인에겐 직접 배달을 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은행 각 지점에서 우수직원으로 뽑힌 해외봉사단도 베트남으로 들어와 동참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어린이날인 지난달 1일엔 잔칫날이었다.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선물이 준비됐고 공연도 펼쳐졌다.

◆"이번에 한국을 알았다" = 식사하는 장소는 좀 허름해 보였다. 비가 오면 영락없이 빗발을 맞아야 할 모양새였다. 가족단위로 오기도 했고 아이들만 따로 온 무리도 있었다. 배식대상은 고아, 편모, 편부, 조손가정이거나 장애인, 고엽제 피해자 등이었다. 가가호호 방문해 직접 조사를 펼친 이종현 베트남다일공동체 원장은 "호치민시에서 조금만 떨어져 나와도 밥을 못 먹는 빈민들이 무더기로 모여 산다"면서 "이곳은 특히 공동묘지와 화장터가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회피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자나 자녀를 여러 명씩 키우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많고 특히 장애인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응웬 티 흥엉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찾아와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물에 떠 있는 채소들을 다듬어 시장에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면서 "자녀와 손자들이 많지만 자전거로 와야 해 한 명만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장사하느라 한국이 어디있는지 잘 몰랐는데 식사제공을 받고부터는 한국에서 좋은 일을 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베트남 직원인 레 터 탄 응웬씨는 "호치민시에서 40분만 나가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내가 일하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 지 다시 깨닫게 됐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봉사의 바이러스 = 이날 밥퍼 행사엔 우리은행 직원의 가족까지 모였다. 학생들도 참여했다. 직원에서 가족까지 봉사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최 지점장은 "낡고 비바람을 피하기 어려운 식당 천막을 새롭게 지으려고 한다"면서 "거래업체들과 협력해 십시일반으로 자재와 재원, 힘을 동원하면 좋은 식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가족에서 바이러스는 다시 '거래업체'로 넘어갔다. 그는 "거래업체와 함께 밥퍼 봉사를 했는데 요즘엔 거래업체가 자체적으로 찾는 경우도 많다"면서 "한번 해보면 또 하고 싶고 하고 나면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1시간여가 지난 시각, 다일공동체 실무진뿐 아니라 우리은행 직원, 가족도 웃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모두 밝은 웃음을 지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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