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후 12번의 위기 맞아 … 2008년 금융위기 후 위기 확대·재생산
브릭스 둔화, 애그플레이션 등 불안요소 잠복 … 다극화로 국제공조 난항
위기의 상시화 시대다.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위기의 얼굴은 여러 번 바뀌었다. 실물, 국가재정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현재는 복합위기라는 이름까지 갖게 됐다. 위기가 이렇게까지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는 실탄도 면역력도 바닥난 상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쉽게 끝날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복합위기가 장기화·상시화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불안요소도 도처에 잠복해 있다. 세계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았던 브릭스에선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등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불안요소다.
◆다년초 같은 위기, 대공황 후 12번 발생 = 위기의 반복은 새삼스런 일은아니다. 혹자의 주장처럼 그것이 인간의 탐욕 때문이든 금융완화나 정부당국의 규제 미비 때문이든 위기는 끈질기게도 반복됐다.
한국은행은 1618년부터 따지면 총 48건, 20세기 이후만 따지면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하여 총 12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금융위기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금융자유화에 따른 버블이 형성되면서 위기의 불씨가 잉태됐다. 그러다 버블은 어느 순간 붕괴됐고 이는 금융시스템 불안, 실물경제 위축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80년대 대표적인 금융위기로 꼽히는 미 저축대부조합(S&L) 위기는 금융자유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금융자유화 이후 금리가 상승하자 S&L은 수지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및 고위험 채권투자에 집중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1137개의 금융기관의 연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친 북유럽3국의 금융위기는 규제완화 후 부실채권이 증가했고, 이것이 금융기관 손실로 연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과거와 다른 위기 =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세계 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그 다음으로 몰아닥친 유럽 위기를 맞는다. 2008년부터 시작한 위기가 5년째에 접어들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진 후 2010년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전이됐다. 2~3년의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위기가 발생한 것은 유례가 없을 정도다.
이들 위기는 그 전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화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신청부터 따지면 유럽의 위기는 벌써 3년차를 맞고 있지만 해결의 큰 방향을잡은 것 외에는 거북이걸음처럼 더디게 진전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재정위기까지 겹친 유럽 국가들은 이제 경기부양에 쓸 돈이 없다. 재정위험국들은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 국채금리는 마지노선으로 지적되는 7.0%선을 넘나든다.
미국과 중국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위기후 늘어난 재정적자 때문에, 중국은 지방정부 부실 때문이다. 미국발 위기때 버텨줬던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위기 장기화에 맥을 못추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확대재생산되는 위기 바이러스 = 위기바이러스는 돌연변이처럼 전혀 다른 위기로 옮겨 붙으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금의 위기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지만 그 위기와는 성격이나 전개양상 등에서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정부는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상시화될 것으로 봤다. 그 근저에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 위험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갈 길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안갯속에서 헤매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충격이 단기에 집중되고 큰 폭으로 확산됐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위기국면이 상시화, 장기화되는 양상"이라며 "당분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무엇보다도 시장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지는 위기, 같이 오는 위기 = 남미와 동남아 등 각국에서 외환위기 등 위험요인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변동이나 세계 유동성과 경제상황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락도 '잦은 위기'의 시발점이다.
미국의 단일지배체제에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까지 다극화되면서 국제공조가 어려워지는 '다극화 체제' 역시 위기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위기 장기화와 상시화'의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세계 각 나라들의 위기가 연이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글로벌화를 타고 전세계로 빠르게 전염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 이번 위기 이후에는 또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기자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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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둔화, 애그플레이션 등 불안요소 잠복 … 다극화로 국제공조 난항
위기의 상시화 시대다.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위기의 얼굴은 여러 번 바뀌었다. 실물, 국가재정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현재는 복합위기라는 이름까지 갖게 됐다. 위기가 이렇게까지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는 실탄도 면역력도 바닥난 상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쉽게 끝날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복합위기가 장기화·상시화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불안요소도 도처에 잠복해 있다. 세계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았던 브릭스에선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등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불안요소다.
◆다년초 같은 위기, 대공황 후 12번 발생 = 위기의 반복은 새삼스런 일은아니다. 혹자의 주장처럼 그것이 인간의 탐욕 때문이든 금융완화나 정부당국의 규제 미비 때문이든 위기는 끈질기게도 반복됐다.
한국은행은 1618년부터 따지면 총 48건, 20세기 이후만 따지면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하여 총 12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금융위기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금융자유화에 따른 버블이 형성되면서 위기의 불씨가 잉태됐다. 그러다 버블은 어느 순간 붕괴됐고 이는 금융시스템 불안, 실물경제 위축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80년대 대표적인 금융위기로 꼽히는 미 저축대부조합(S&L) 위기는 금융자유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금융자유화 이후 금리가 상승하자 S&L은 수지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및 고위험 채권투자에 집중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1137개의 금융기관의 연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친 북유럽3국의 금융위기는 규제완화 후 부실채권이 증가했고, 이것이 금융기관 손실로 연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과거와 다른 위기 =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세계 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그 다음으로 몰아닥친 유럽 위기를 맞는다. 2008년부터 시작한 위기가 5년째에 접어들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진 후 2010년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전이됐다. 2~3년의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위기가 발생한 것은 유례가 없을 정도다.
이들 위기는 그 전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화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신청부터 따지면 유럽의 위기는 벌써 3년차를 맞고 있지만 해결의 큰 방향을잡은 것 외에는 거북이걸음처럼 더디게 진전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재정위기까지 겹친 유럽 국가들은 이제 경기부양에 쓸 돈이 없다. 재정위험국들은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 국채금리는 마지노선으로 지적되는 7.0%선을 넘나든다.
미국과 중국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위기후 늘어난 재정적자 때문에, 중국은 지방정부 부실 때문이다. 미국발 위기때 버텨줬던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위기 장기화에 맥을 못추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확대재생산되는 위기 바이러스 = 위기바이러스는 돌연변이처럼 전혀 다른 위기로 옮겨 붙으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금의 위기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지만 그 위기와는 성격이나 전개양상 등에서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정부는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상시화될 것으로 봤다. 그 근저에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 위험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갈 길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안갯속에서 헤매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충격이 단기에 집중되고 큰 폭으로 확산됐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위기국면이 상시화, 장기화되는 양상"이라며 "당분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무엇보다도 시장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지는 위기, 같이 오는 위기 = 남미와 동남아 등 각국에서 외환위기 등 위험요인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변동이나 세계 유동성과 경제상황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락도 '잦은 위기'의 시발점이다.
미국의 단일지배체제에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까지 다극화되면서 국제공조가 어려워지는 '다극화 체제' 역시 위기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위기 장기화와 상시화'의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세계 각 나라들의 위기가 연이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글로벌화를 타고 전세계로 빠르게 전염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 이번 위기 이후에는 또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기자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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