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정부, 무상보육 예산 ‘치킨게임’<한쪽이 무너져야 끝나는 게임>

지역내일 2012-08-03
추가재원 확보 놓고 힘겨루기
복지예산 분담 '전초전' 양상

확대된 무상보육 재원을 누가 맡을 것이냐를 놓고 수개월에 걸친 협의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 1~2달 후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보육 포기선언'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방정부들은 아우성이다. 정부는 '일부 보전'원칙을 최후통첩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같이 힘겨루기에 나선 것은 올해 추가된 예산보다는 내년부터 더 늘어날 복지 지출 때문이다. 대규모 복지예산이 편성될 경우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상보육비 증가분을 놓고 벌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치킨게임은 복지예산을 누가 짊어질 것이냐를 결정지을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의한 지방세수 감소, 사회양극화로 인한 사회복지비 급증 등으로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신규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의) 보육료 일부 보전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또 "중앙정부가 추가적인 재원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재원부족에 따른 보육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무상보육 중단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부담 증가 = 지난해 18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0~2세 보육지원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체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보육지원대상이 51만명에서 70만명으로 늘었고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던 사람들도 너도나도 무상보육을 활용하려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바람에 7만명 정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자 증가에 따라 보육자금이 정부 2700억원, 지방 6600억원 등 모두 9300억원 더 늘었고 이용아동 증가로 2800억원이 더 추가돼 부족한 보육재원은 1조2100억원이다.

정부의 부족분은 예비비로 채우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문제다. 예상치 않은 지출분을 낼 수 없고 낼 돈도 없다고 버티고 있다.

◆"곳간이 비었다" = 지방자치단체는 '하고 싶어도 할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김홍환 시도지사협의회 연구위원은 "인천시는 부채비율이 37~38%에 달해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면 40%를 넘어가 지방지치권이 일부 제한된다"면서 "국회에서 지자체와 전혀 논의없이 통과된 것을 왜 지자체에 떠넘기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국고보조사업이라는 게 사실상 정부사업인데도 지자체에서 50%를 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연말에 올해 쓸 곳이 모두 정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라고 하니 재원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후통첩한 중앙정부 = 중앙정부는 예측치 못한 이용아동의 증가로 발생한 2800여억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지방채를 발행해 우선 조달하면 내년 예산으로 원리금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제안이다.

조경규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정부는 원칙적으로 늘어난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제 몫대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지방재정상황을 고려해 예상치 못한 증가분에 대해서는 모두 보전해 주기로 입장을 바꿨다"면서 "지방정부에서는 한 푼도 내지 않겠다고 하는데 중앙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안했고 사실상 최후통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불리한 지방정부 = 시도지사협의회와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는 중앙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중앙정부도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시도지사협의회의 주장대로라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보육예산이 바닥난다.


<기획재정부 정책고객="" 간담회=""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의="" 예산="" 관련="" 정책고객="" 간담회에서="" 이석준="" 예산실장(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는="" 소상공인,="" 중견기업,="" 장애인,="" 보육,="" 아동="" 관계자와="" 전문가,="" 관계부처="" 소관과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0~2세 전계층 보육지원이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육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상보육이 중단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예산편성 시기가 돌아왔다. 9월말까지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한다. 지자체별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수시로 찾고 있다. 지자체 사업예산을 따기 위한 공개적인 로비활동이다. 지자체가 정부의 '최후통첩'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포의 복지예산 = 지자체의 두려움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이후다. 앞으로 5세 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보육 시리즈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기초생활지원이나 기초노령연금 등 새로운 복지사업도 예정돼 있다. 늘어나는 복지예산은 지자체로서는 '남(중앙정부)이 생색내는 일에 자신(지자체)의 돈을 쓰는 격'이다. 복지사업은 대체로 국고지원사업으로 이뤄지고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반씩 낸다.

김홍환 위원은 "문제는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이어지는 복지예산의 확대"라면서 "국고보조사업으로 복지를 하게 되면 정부의 일을 지방이 떠안는 격이 된다"고 말했다. 조경규 심의관은 "지자체의 요구대로 복지예산을 대거 중앙정부에서 맡아주면 앞으로 늘어날 복지예산을 어떻게 원칙적으로 집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복지예산 책임에 대한 공방임을 시사했다. 늘어나는 복지예산의 공포가 국가채무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예산부담으로 확산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년 예산이 문제 = 내년 복지예산과 관련해 정부는 본격적으로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조경규 심의관은 "내년 예산편성에서는 영육아무상보육과 관련해 지방정부와의 분담률을 건드리긴 어렵겠지만 제도개선은 검토대상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가진 국민과 소통하는 '정책고객 간담회'에서 보육시설을 이용 중인 신현정씨(37세)와 성혜원씨(33세)는 영아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 양육수당의 맞벌이 부부 우선 지원과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 등을 건의했다. KDI 김인경 박사는 "부모에게 시설보육과 가정양육의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어린이집의 87%를 차지하는 민간어린이집의 질과 시설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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