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은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 속에 전국적인 운동으로 이어간 보기드문 사례로 꼽힌다.
지난 96년,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는 학교도서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수원여성회는 교육문제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학교도서관 실태조사에 나섰다.
장서수 1000여권에서 5000여권 남짓, 그동안 맞춤법이 2차례나 개정됐으나 개정 전 출판된 책이 주류를 이루고, 그나마 도서관 문은 굳게 잠긴 채 장학사가 방문하는 날에나 잠깐씩 열리고 있었다.
1개 학교당 도서구입비는 년평균 100만원 내외, 책은 비품으로 분류돼 학생이 분실하면 물어놔야 감사에 적발되는 것을 면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공개되고, 이때부터 학교도서관살리기운동이 시작됐다. 운동은 먼저 좋은 책 보내기와 오래된 책 폐기처분운동으로 시작했다.
98년 IMF가 터지면서 수원여성회는 수원시로부터 공공근로사업의 여성직종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는다. 여성회는 즉시 학교도서관에 사서(사서자격증 소유 실업자)를 파견하는 제안서를 보냈고 시가 이를 채택, 99년 4월∼12월말까지 사서파견 공공근로사업이 진행됐다.
귀찮아하는 학교장을 찾아가 설득하고,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시작한 사서파견사업 1년 뒤, 도서관이 중요기관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고,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의 반응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서파견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제일 먼저 안산 군포에서 사서파견을 요청해 왔다.
이때부터는 좋은 사서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1년에 9개월밖에 할 수 없는 공공근로사업의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원여성회는 군포경실련, 안산상록수문화사랑회와 함께 협의회를 구성하고 임창열 경기도지사를 면담, 경기도 특성화사업으로 채택하고 지원해주도록 요청했다.
급기야 2000년 6월, 공공근로사업으로 시작한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은 경기도의 계속사업으로 채택되고, 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12월에는 경기도 대회의실에서 학교도서관문제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자발적 참여인원이 600여명을 넘어서면서 학교의 관심과 열기를 재확인했다.
2001년 80개 학교로 늘어나고, 6개월만에 다시 안양 성남과 경기남 북부지역 등 7개지역 132개 학교로 늘어났으며 이들 지역에 모두 사서가 파견됐다.
성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중앙에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가 결성되고 학교도서관 진흥법이 성안돼 국회에 계류중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2002년까지 3년에 걸쳐 147억원을 학교도서관 정비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2001년 사상 처음으로 사서교사 6명을 신임 교원으로 채용했다. 각급학교에서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중요성이 보편화되면서 예산이 증액돼 평균 1300여만원에 이르게 됐고 경기교육청에는 학교도서관 담당직원 1명이 별도로 배치됐다.
경기도는 2001년 15억원의 예산과 자원봉사자 교육비 3억원, 도서구입비 9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올해도 1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시민단체의 노력과 관의 지원,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 속에 점차 커다란 성과를 거둔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 사업의 당면과제는 이제 제도화에 대한 방안논의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체계를 세우기까지는 오래가지만 제도화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염려가 아직은 가시지 않은 탓이다.
“도서관, 찾아가는 공간 돼야 한다”
인터뷰/전국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 공동대표 한옥자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의 동기는?
-교육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학교도서관실태를 조사하게 됐다. 이 때만해도 학교도서관은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장서도 형편없고, 맞춤법도 맞지않는 오래된 책에다 그나마 도서관은 검열시에나 한번씩 열릴 뿐 평상시에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때마침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여성직종의 참여요청이 있었고 그것이 좋은 계기가 됐다.
그동안의 성과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잠겨있던 도서관이 개방되고 사서가 파견됨으로써 도서관은 다시 중요한 학습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이제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은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 각급 기관으로 확산되고 학교도서관 진흥법도 제정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 운동의 의미를 찾는다면?
시민단체와 관이 협력해 이룬 모범적인 사례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경기도의 예산지원과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 운동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앞으로 많은 사업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교육부의 7차 교육과정은 개별학습을 강조한다. 개별학습이나 창의력 훈련은 학교도서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교육은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도서관은 찾아가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운동은 빨리 정착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관도 예산지원을 생색내기에 그치지 말고 정착될 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필요에 의해서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원 정흥모 기자 hmchung@naeil.com *사진은 이메일로 보냄.
지난 96년,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는 학교도서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수원여성회는 교육문제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학교도서관 실태조사에 나섰다.
장서수 1000여권에서 5000여권 남짓, 그동안 맞춤법이 2차례나 개정됐으나 개정 전 출판된 책이 주류를 이루고, 그나마 도서관 문은 굳게 잠긴 채 장학사가 방문하는 날에나 잠깐씩 열리고 있었다.
1개 학교당 도서구입비는 년평균 100만원 내외, 책은 비품으로 분류돼 학생이 분실하면 물어놔야 감사에 적발되는 것을 면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공개되고, 이때부터 학교도서관살리기운동이 시작됐다. 운동은 먼저 좋은 책 보내기와 오래된 책 폐기처분운동으로 시작했다.
98년 IMF가 터지면서 수원여성회는 수원시로부터 공공근로사업의 여성직종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는다. 여성회는 즉시 학교도서관에 사서(사서자격증 소유 실업자)를 파견하는 제안서를 보냈고 시가 이를 채택, 99년 4월∼12월말까지 사서파견 공공근로사업이 진행됐다.
귀찮아하는 학교장을 찾아가 설득하고,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시작한 사서파견사업 1년 뒤, 도서관이 중요기관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고,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의 반응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서파견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제일 먼저 안산 군포에서 사서파견을 요청해 왔다.
이때부터는 좋은 사서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1년에 9개월밖에 할 수 없는 공공근로사업의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원여성회는 군포경실련, 안산상록수문화사랑회와 함께 협의회를 구성하고 임창열 경기도지사를 면담, 경기도 특성화사업으로 채택하고 지원해주도록 요청했다.
급기야 2000년 6월, 공공근로사업으로 시작한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은 경기도의 계속사업으로 채택되고, 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12월에는 경기도 대회의실에서 학교도서관문제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자발적 참여인원이 600여명을 넘어서면서 학교의 관심과 열기를 재확인했다.
2001년 80개 학교로 늘어나고, 6개월만에 다시 안양 성남과 경기남 북부지역 등 7개지역 132개 학교로 늘어났으며 이들 지역에 모두 사서가 파견됐다.
성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중앙에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가 결성되고 학교도서관 진흥법이 성안돼 국회에 계류중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2002년까지 3년에 걸쳐 147억원을 학교도서관 정비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2001년 사상 처음으로 사서교사 6명을 신임 교원으로 채용했다. 각급학교에서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중요성이 보편화되면서 예산이 증액돼 평균 1300여만원에 이르게 됐고 경기교육청에는 학교도서관 담당직원 1명이 별도로 배치됐다.
경기도는 2001년 15억원의 예산과 자원봉사자 교육비 3억원, 도서구입비 9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올해도 1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시민단체의 노력과 관의 지원,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 속에 점차 커다란 성과를 거둔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 사업의 당면과제는 이제 제도화에 대한 방안논의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체계를 세우기까지는 오래가지만 제도화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염려가 아직은 가시지 않은 탓이다.
“도서관, 찾아가는 공간 돼야 한다”
인터뷰/전국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 공동대표 한옥자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운동의 동기는?
-교육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학교도서관실태를 조사하게 됐다. 이 때만해도 학교도서관은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장서도 형편없고, 맞춤법도 맞지않는 오래된 책에다 그나마 도서관은 검열시에나 한번씩 열릴 뿐 평상시에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때마침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여성직종의 참여요청이 있었고 그것이 좋은 계기가 됐다.
그동안의 성과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잠겨있던 도서관이 개방되고 사서가 파견됨으로써 도서관은 다시 중요한 학습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이제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은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 각급 기관으로 확산되고 학교도서관 진흥법도 제정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 운동의 의미를 찾는다면?
시민단체와 관이 협력해 이룬 모범적인 사례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경기도의 예산지원과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 운동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앞으로 많은 사업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교육부의 7차 교육과정은 개별학습을 강조한다. 개별학습이나 창의력 훈련은 학교도서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교육은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도서관은 찾아가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운동은 빨리 정착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관도 예산지원을 생색내기에 그치지 말고 정착될 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필요에 의해서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원 정흥모 기자 hmchung@naeil.com *사진은 이메일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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