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칼럼] 제5연료

지역내일 2012-08-06

전 한국일보 주필

6억7000만 명은 세계 인구의 약 10%이고, 우리나라 인구의 13배 정도가 된다. 이런 규모의 인구가 사는 지역에 대 정전(black-out)이 발생한다면 어떤 광경일까. 하늘에서 보면 정지된 세상이고 땅 위에서 보면 아비규환이 아닐까. 이런 일이 지난달 30일과 31일 인도 북부에서 일어났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다.

인도는 지금 대 정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원인 찾기와 책임공방으로 정치권은 시끄럽다. 큰 걱정 중 하나가 대 정전이 발생하는 인도의 인프라를 믿고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느냐는 우려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던 참이었으니 그런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인도의 대정전 사태의 원인도 바로 경제성장 때문이다. 인도는 산업발전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는 가뭄이 덮쳐서 수력발전 가동률이 떨어졌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지역마다 할당된 양을 초과하여 중앙 전력망에서 서로 다투며 전기를 끌어다 쓰면서 과부하에 의한 대 정전으로 이어졌다.

작년 9월15일 우리나라도 정전대란을 겪었다. 한 여름 성수기를 지난 가을의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했다가 갑자기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면서 부분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하면서 빚어졌다. 인도의 블랙아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력예비율이 떨어지자 매뉴얼에 따라 전력공급을 긴급히 중단함으로써 통제 불능의 블랙아웃은 막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가 섭씨 36도를 웃도는 폭염에 휘감겨 있다. 덥지 않은 여름이 있었을까마는 올 여름의 더위는 살인적이다. 폭염은 폭발적인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한 신문보도에 따르면 5000만 명 한국인이 폭염을 식히는데 쓰는 전력이 시간당 약 1,500만 킬로와트라고 한다. 원자로 15기의 발전량에 맞먹는 전력량이다.

인류사상 최악의 정전사태

전력 값이 헐해서일까. 한국인은 미국인과 맞먹을 정도로 전력을 풍부하게 쓰고 있다. 나라 구석구석에는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놓고 솜이불 덮고, 겨울에도 난방기를 켜놓고 속옷 바람으로 실내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젊은 세대는 냉방이 안 된 공간을 더욱 못 참는다. 우리 국민의 DNA는 전기가 만들어내는 찬바람과 더운 바람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제품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전력수요도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중의 악순환에 빠져가고 있다. 한 여름 에어컨을 많이 쓸수록 도시 기온은 올라가고 그래서 에어컨을 더 오래 가동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에어컨을 지금보다 더 오래 돌리게 할 것이다. 이미 인류는 위험한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기후변화 연구분야서 세계적 권위자다. 한센 박사는 4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후변화 여기에 왔다-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최근 10여 년 간 발생한 세계적 혹서를 열거하며 이런 극단적인 여름 더위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빈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조금만 생각을 깊이하면 겁나는 일이 아닌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현 세대보다 21세기 후반까지 살아갈 미래 세대가 더 겁을 먹고 준비해야 할 일이다. 석탄과 석유, 즉 화석연료는 자원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쓸수록 온난화를 촉발한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자원마저도 거의 없다. 우리 국민이 만능열쇠로 생각했던 원자력은 작년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에서 드러났듯이 무작정 확장할 수 없다. 풍력과 태양열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기에는 개발이 더디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분야는 바로 절전節電) 또는 에너지 효율화이다. 앞서가는 나라의 앞서가는 에너지 선각자들은 이를 '제5연료'(5th fuel)라고 부르며 개발을 외치고 있다.

눈돌려야할 분야는 절전

예를 들면, 전기제품의 전원을 켜지 않아도 꽂혀있는 플러그를 통해 새어나가는 전력, 즉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가정 에너지의 10%에 해당한다. 그 낭비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5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바다에 떠 있는 유조선에서 하루 1만 배럴씩 원유가 새어나간다면 5000만 국민 모두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양의 대기전력 낭비엔 관심이 없다.

에너지 절약 또는 효율화의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마음만 바꾸면 될 일도 많고, 연구투자가 필요한 일도 있으며,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일도 있다. 이 방법이 발전소를 몇 개 더 짓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주도해서 벌이는 '국민발전소' 운동은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탄력이 없다.

정부도 국민도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치열함과 지속성이 없다. 이대로 가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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