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통한 전력수요 조절 필요
정부가 6일부로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첫날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올려야할 때 올려야할 만큼 올리지 않은 결과다.
6일 전력당국은 하루 종일 피를 말리는 혈투를 계속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오전부터 예비전력이 300만kW 아래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비상조치 안했으면 예비전력 '제로' = 6일 순간 최대 전력수요는 7491만kW로, 예비전력은 254만kW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5분 전력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주의'는 예비전력 200만~300만kW 미만인 상태가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순간적으로 250만kW 미만이 되면 발령한다.
전력경보 '주의'는 오후 5시 10분이 돼서야 '관심'으로 하향 조정됐다.
예비전력 300만kW는 발전소 2~3기가 고장 나거나 가동 중단되면 전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 위기 상황이다. 비상조치가 없었다면 예비전력이 거의 '제로' 수준(16만kW)에 육박할 뻔 했다.
최근 영광원전 6호기가 불시 고장으로 정지됐던 점을 떠올리면 블랙아웃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시작된 60만kW 용량의 고리1호기 재가동은 전력수급 안정에 한몫했다.
이 가운데 이번 주(6~10일) 내내 전국적인 기온이 30~35℃에 이를 전망이어서 연일 비상상황이 우려된다. 나아가 예년의 경우 기업체 집중 휴가기간이 끝나는 8월 셋째~넷째주에 전력피크 기록을 경신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블랙아웃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첫날, 전기수요 급증 = 전력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연일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이 현재 위기를 불러온 표면적인 첫째이유다.
그렇다면 전력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수급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수요조절이다. 수요조절은 전체 전력수요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체의 조업시간 조정, 민간발전소 운영 확대, 전기요금 현실화 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제출한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오다 지난 3일에야 승인, 6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한다고 밝혔다. 발전연료비 상승으로 인상요인이 10% 이상 되지만 산업경쟁력과 국민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하계 전력수급 상황을 종합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당장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거부감만 의식했을 뿐 전력수급 상황은 뒷전이었다. 8월 둘째~넷째주 폭염이 지속돼 전력수급이 불안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폭염이 부채질했지만)그 결과 전기요금이 인상된 첫날, 특히 다른 요일에 비해 전기부하가 상대적으로 적은 월요일 오전부터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전력수급의 불안을 인지시키지는 못하고 요금인상으로 경제적인 피해만 가져온 결과를 초래했다.
◆오징어 건조에도 전기사용 '왜곡소비' 심각 = 연료가격 변화가 적기에 반영되는 경유와 등유에 비해 전기요금은 수년간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인상이 억제돼 왔다. 그 결과 소비자의 에너지 왜곡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02년 이후 2011년까지 경유와 등유가격이 각각 165%, 145% 오르자 소비량은 57%, 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21% 인상에 그쳐 소비량이 63% 급증했다.
한전 관계자는 "석유난로 대신 전기난로,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보일러 판매가 급증하는 등 냉·난방시 전력사용을 우선하고 있다"며 "원가보다 싼 요금구조가 전기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나 오징어를 건조하거나 항만 크레인 작업, 비닐하우스 등에서도 값싼 요금의 전력사용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은 지경부도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력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를 웃도는 전력량을 소비하고 있다. 연간 에너지 수입비용은 1718억3700만달러(한화 약 130조원)에 달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1% 인상하면 17만kW의 수요가 줄고, 5% 인상시 85만kW, 10% 인상시 170만kW의 수요 감축 효과가 있다.

<6일 전기수요가="" 급증했다.="" 지식경제부는="" 예비전력이="" 3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자="" 이날="" 오전="" 11시="" 5분="" 전력경보="" '주의'를="" 발령했다가="" 오후="" 5시="" 10분이="" 되서야="" 해제했다.="" 사진="" 연합뉴스="">

◆원전 추가 건설 예방효과도 있어 = 5% 인상으로 85만kW 수요를 절감하면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에 해당되며, 10% 인상으로 170만kW 수요를 절감하면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회피할 수 있다.
원자력은 1호기에 약 3조원, 석탄은 약 1조3000억원, LNG는 약 6000억원의 막대한 건설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력사용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어, 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전기요금 현실화는 전력사용량 절감 및 최대수요 억제에 따른 발전기 추가 건설비용을 회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생산을 위한 에너지수입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기온 1℃ 상승 시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약 140만㎾ 증가한다.
이상고온 등 지구온난화로 최근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전력수요 및 탄소배출 억제도 절실한 상황이다.
또 에너지고효율기기 등 신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아 저탄소녹색성장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으며, 관련 산업분야 확대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된다.
한전 관계자는 "6일부터 오른 전기요금은 산업용 6.0%, 농사용 3.0%, 주택용 2.7% 인상에 그쳤다"며 "올려야할 때 올려야할 만큼 올리지 않으니 수요 감소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검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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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부로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첫날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올려야할 때 올려야할 만큼 올리지 않은 결과다.
6일 전력당국은 하루 종일 피를 말리는 혈투를 계속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오전부터 예비전력이 300만kW 아래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비상조치 안했으면 예비전력 '제로' = 6일 순간 최대 전력수요는 7491만kW로, 예비전력은 254만kW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5분 전력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주의'는 예비전력 200만~300만kW 미만인 상태가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순간적으로 250만kW 미만이 되면 발령한다.
전력경보 '주의'는 오후 5시 10분이 돼서야 '관심'으로 하향 조정됐다.
예비전력 300만kW는 발전소 2~3기가 고장 나거나 가동 중단되면 전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 위기 상황이다. 비상조치가 없었다면 예비전력이 거의 '제로' 수준(16만kW)에 육박할 뻔 했다.
최근 영광원전 6호기가 불시 고장으로 정지됐던 점을 떠올리면 블랙아웃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시작된 60만kW 용량의 고리1호기 재가동은 전력수급 안정에 한몫했다.
이 가운데 이번 주(6~10일) 내내 전국적인 기온이 30~35℃에 이를 전망이어서 연일 비상상황이 우려된다. 나아가 예년의 경우 기업체 집중 휴가기간이 끝나는 8월 셋째~넷째주에 전력피크 기록을 경신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블랙아웃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첫날, 전기수요 급증 = 전력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연일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이 현재 위기를 불러온 표면적인 첫째이유다.
그렇다면 전력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수급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수요조절이다. 수요조절은 전체 전력수요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체의 조업시간 조정, 민간발전소 운영 확대, 전기요금 현실화 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제출한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오다 지난 3일에야 승인, 6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한다고 밝혔다. 발전연료비 상승으로 인상요인이 10% 이상 되지만 산업경쟁력과 국민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하계 전력수급 상황을 종합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당장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거부감만 의식했을 뿐 전력수급 상황은 뒷전이었다. 8월 둘째~넷째주 폭염이 지속돼 전력수급이 불안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폭염이 부채질했지만)그 결과 전기요금이 인상된 첫날, 특히 다른 요일에 비해 전기부하가 상대적으로 적은 월요일 오전부터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전력수급의 불안을 인지시키지는 못하고 요금인상으로 경제적인 피해만 가져온 결과를 초래했다.
◆오징어 건조에도 전기사용 '왜곡소비' 심각 = 연료가격 변화가 적기에 반영되는 경유와 등유에 비해 전기요금은 수년간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인상이 억제돼 왔다. 그 결과 소비자의 에너지 왜곡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02년 이후 2011년까지 경유와 등유가격이 각각 165%, 145% 오르자 소비량은 57%, 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21% 인상에 그쳐 소비량이 63% 급증했다.
한전 관계자는 "석유난로 대신 전기난로,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보일러 판매가 급증하는 등 냉·난방시 전력사용을 우선하고 있다"며 "원가보다 싼 요금구조가 전기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나 오징어를 건조하거나 항만 크레인 작업, 비닐하우스 등에서도 값싼 요금의 전력사용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은 지경부도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력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를 웃도는 전력량을 소비하고 있다. 연간 에너지 수입비용은 1718억3700만달러(한화 약 130조원)에 달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1% 인상하면 17만kW의 수요가 줄고, 5% 인상시 85만kW, 10% 인상시 170만kW의 수요 감축 효과가 있다.

<6일 전기수요가="" 급증했다.="" 지식경제부는="" 예비전력이="" 3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자="" 이날="" 오전="" 11시="" 5분="" 전력경보="" '주의'를="" 발령했다가="" 오후="" 5시="" 10분이="" 되서야="" 해제했다.="" 사진="" 연합뉴스="">

◆원전 추가 건설 예방효과도 있어 = 5% 인상으로 85만kW 수요를 절감하면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에 해당되며, 10% 인상으로 170만kW 수요를 절감하면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회피할 수 있다.
원자력은 1호기에 약 3조원, 석탄은 약 1조3000억원, LNG는 약 6000억원의 막대한 건설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력사용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어, 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전기요금 현실화는 전력사용량 절감 및 최대수요 억제에 따른 발전기 추가 건설비용을 회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생산을 위한 에너지수입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기온 1℃ 상승 시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약 140만㎾ 증가한다.
이상고온 등 지구온난화로 최근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전력수요 및 탄소배출 억제도 절실한 상황이다.
또 에너지고효율기기 등 신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아 저탄소녹색성장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으며, 관련 산업분야 확대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된다.
한전 관계자는 "6일부터 오른 전기요금은 산업용 6.0%, 농사용 3.0%, 주택용 2.7% 인상에 그쳤다"며 "올려야할 때 올려야할 만큼 올리지 않으니 수요 감소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검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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