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에 지역 기업들 요구 반영 … 지역산업 밀착형 재교육 기관 역할도
#전문대학 2학년생인 원상호(30)씨는 방학기간에 도서관 대신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반도체로 출근하고 있다. 이 회사 인턴과정에 선발된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장 실무를 배우느라 찜통더위마저 잊어버렸다. 원씨가 취업과 연계된 인턴과정에 선발된 것은 기업맞춤형 주문식교육 덕분이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던 그는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주문식교육에 대해 알고 대구의 영진전문대에 진학했다.
#농업직 공무원으로 36년을 근무한 김정남(59)씨도 요즘 늦깍기 대학생이 됐다. 그에게 대학 교육은 단순한 학위 취득 그 이상이다.
스스로 농업에 종사하고, 공무원으로 일한 그는 체계화된 전문지식을 공부해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씨가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소속 자치단체가 지역 대학과 손을 잡고 계약학과를 설치한 덕분이다.
지역 대학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수도권 대학의 유사 학과보다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학의 성공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 대학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연스런 인턴십 연계 = 인턴사원 원씨가 다니는 영진전문대는 협약을 맺은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을 받은 후 해당 기업에 취업하는 취업약정 맞춤형 주문식 교육반을 운영한다. 즉,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해 제공하고, 산업체는 대학에 장학금과 장비 나아가 교수요원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영진전문대는 2004년 SK하이닉스와 인력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전자정보통신계열에 40명 정원의 하이닉스반을 개설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기업이 요구한 반도체공학, 플라스마공학 등 11개 전공과목을 2학년 1학기까지 교육시킨다. 과정을 마친 학생은 2학년 2학기 하이닉스에서 인턴으로 한 학기를 보낸다.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든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된다.
현재 영진전문대는 327개 국내기업과 주문식교육 협약을 체결했으며 해외기업 107곳과도 국제연계주문식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전체 교원의 77%를 산업체 출신자로 선발했다.
이런 노력은 취업의 질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졸업생은 삼성그룹 계열사 199명, LG그룹 계열사 240명, SK하이닉스 65명을 포함해 대기업에 803명이 입사했다. 또 최근 5년 동안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기업에 취업한 졸업생도 325명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률 통계조사에서 영진전문대는 '가'그룹 대학(전문대학 졸업자 2000명 이상)에서 취업률 78.2%로 전국 1위에 올랐다.
이 대학 최재영 총장은 "우리 대학이 추구해 온 기업 맞춤형 주문식교육을 기업들이 높이 평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결됐다"며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 고객만족과 대학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대 고유영역인 실무중심의 교육, 낭비 없는 교육에 집중해 기업체에 꼭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산업 밀착형 교육과정 = 취업연계 협약을 통해 지역 산업계의 인력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졸업 후 고용과 연계하는 기업특화 교육트랙도 확산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협약 산업체 임직원들과 공동으로 학생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는 73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수요자 중심 교과과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학교는 위원회를 통해 교과과정 수요조사를 실시, 기업 요구사항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통합 교육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대 기업특화 트랙 이수자들의 취업률은 트랙별로 편차는 있지만 평균 95.7% 수준이고, 이중 평균 79.1%가 협약을 맺은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졸업생 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기업들과 연계한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 계절제 현장실습 뿐만 아니라 학기제 현장실습 운영을 활성화하고, 졸업 필수교과목으로 반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정규과목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교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전 학과 3·4학년 대상 정규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6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 참여도 늘고 있다.
◆선취업-후진학 모델도 = 기업이 직원의 재교육, 직무능력향상, 전직교육을 위해 대학에 의뢰해 운영하는 재교육형 계약학과도 지역 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재학생은 지난해 327개 학과 1만240명에서 올해는 385개 학과 1만1220명으로 9.6% 증가했다.
올해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학과 손을 잡고 지역 특화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를 개설한 사례도 있다. 전북 고창군은 복분자 등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북대와 계약학과를 설치했다.
자치단체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설치하고 지난 2월 모집정원 30명 규모의 농생명과학과의 첫 입학식을 가졌다. 고졸 사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업과 지역 대학이 손을 잡은 사례도 있다.
이른바 선취업-후진학의 모범사례다. 경북 경산의 아진금속은 현장 우수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체 공고생 육성 로드맵을 마련했다. 회사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한 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계명문화대학과 손을 잡고 30명 정원의 아진금형디자인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선취업 후진학을 위해 계약학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전문대학 2학년생인 원상호(30)씨는 방학기간에 도서관 대신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반도체로 출근하고 있다. 이 회사 인턴과정에 선발된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장 실무를 배우느라 찜통더위마저 잊어버렸다. 원씨가 취업과 연계된 인턴과정에 선발된 것은 기업맞춤형 주문식교육 덕분이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던 그는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주문식교육에 대해 알고 대구의 영진전문대에 진학했다.
#농업직 공무원으로 36년을 근무한 김정남(59)씨도 요즘 늦깍기 대학생이 됐다. 그에게 대학 교육은 단순한 학위 취득 그 이상이다.
스스로 농업에 종사하고, 공무원으로 일한 그는 체계화된 전문지식을 공부해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씨가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소속 자치단체가 지역 대학과 손을 잡고 계약학과를 설치한 덕분이다.
지역 대학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수도권 대학의 유사 학과보다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학의 성공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 대학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연스런 인턴십 연계 = 인턴사원 원씨가 다니는 영진전문대는 협약을 맺은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을 받은 후 해당 기업에 취업하는 취업약정 맞춤형 주문식 교육반을 운영한다. 즉,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해 제공하고, 산업체는 대학에 장학금과 장비 나아가 교수요원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영진전문대는 2004년 SK하이닉스와 인력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전자정보통신계열에 40명 정원의 하이닉스반을 개설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기업이 요구한 반도체공학, 플라스마공학 등 11개 전공과목을 2학년 1학기까지 교육시킨다. 과정을 마친 학생은 2학년 2학기 하이닉스에서 인턴으로 한 학기를 보낸다.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든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된다.
현재 영진전문대는 327개 국내기업과 주문식교육 협약을 체결했으며 해외기업 107곳과도 국제연계주문식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전체 교원의 77%를 산업체 출신자로 선발했다.
이런 노력은 취업의 질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졸업생은 삼성그룹 계열사 199명, LG그룹 계열사 240명, SK하이닉스 65명을 포함해 대기업에 803명이 입사했다. 또 최근 5년 동안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기업에 취업한 졸업생도 325명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률 통계조사에서 영진전문대는 '가'그룹 대학(전문대학 졸업자 2000명 이상)에서 취업률 78.2%로 전국 1위에 올랐다.
이 대학 최재영 총장은 "우리 대학이 추구해 온 기업 맞춤형 주문식교육을 기업들이 높이 평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결됐다"며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 고객만족과 대학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대 고유영역인 실무중심의 교육, 낭비 없는 교육에 집중해 기업체에 꼭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산업 밀착형 교육과정 = 취업연계 협약을 통해 지역 산업계의 인력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졸업 후 고용과 연계하는 기업특화 교육트랙도 확산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협약 산업체 임직원들과 공동으로 학생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에 나서고 있다.
전남대는 73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수요자 중심 교과과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학교는 위원회를 통해 교과과정 수요조사를 실시, 기업 요구사항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통합 교육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대 기업특화 트랙 이수자들의 취업률은 트랙별로 편차는 있지만 평균 95.7% 수준이고, 이중 평균 79.1%가 협약을 맺은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졸업생 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기업들과 연계한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 계절제 현장실습 뿐만 아니라 학기제 현장실습 운영을 활성화하고, 졸업 필수교과목으로 반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정규과목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교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전 학과 3·4학년 대상 정규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6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 참여도 늘고 있다.
◆선취업-후진학 모델도 = 기업이 직원의 재교육, 직무능력향상, 전직교육을 위해 대학에 의뢰해 운영하는 재교육형 계약학과도 지역 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재학생은 지난해 327개 학과 1만240명에서 올해는 385개 학과 1만1220명으로 9.6% 증가했다.
올해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학과 손을 잡고 지역 특화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를 개설한 사례도 있다. 전북 고창군은 복분자 등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북대와 계약학과를 설치했다.
자치단체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설치하고 지난 2월 모집정원 30명 규모의 농생명과학과의 첫 입학식을 가졌다. 고졸 사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업과 지역 대학이 손을 잡은 사례도 있다.
이른바 선취업-후진학의 모범사례다. 경북 경산의 아진금속은 현장 우수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체 공고생 육성 로드맵을 마련했다. 회사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한 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계명문화대학과 손을 잡고 30명 정원의 아진금형디자인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선취업 후진학을 위해 계약학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