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교회 목사/구미 YMCA 이사장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 덕에 더위를 잠깐 동안씩은 잊고 살지만 올해의 삼복더위는 유난히 극성이다. 요즘 같은 날, 한낮에 냉방시설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는 '폭염수당'이라도 넉넉히 지급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낮도 낮이지만 열대야 때문에 밤에 잠을 자는 것도 고역이다. 그래도 입추 값을 하느라고 이제는 아침저녁 공기가 조금씩은 달라짐을 느끼지만, 지난 한 주간 동안은 옥상에다가 텐트를 치고 거기서 야영을 했다. 그나마 밤을 시원하게 보낸 덕에 몸이 가벼워서 낮에 일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사람에게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은 기간이었다.
우리의 에너지는 휴식에서 나오는 까닭에, 구약성경에서는 '안식일'을 삶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날로 강조하면서, 안식일에는 주인만이 아니라 종들이나 짐승들까지도 쉬게 해주라고 했다. 이날에 스스로 일을 하거나 남에게 일을 시키는 자는 죽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한다. 정부의 관리들은 물론, 기업 하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몇 해 전, 법정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건에 대해서 논의할 때 경영자총협회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독일은 법정 노동시간이 48시간이고 우리나라는 44시간인데 더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독일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더 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쉬는 시간은 OECD 나라들 가운데서 꼴찌다.
한 달 25일 일해도 97만원
간디는 '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의 조건'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원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상업, 노동 없는 부(富),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그리고 희생 없는 신앙이 그것인데, 구구절절 옳은 지적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것이 '노동 없는 부'인 것 같다. 그런 사회가 되면 아무도 그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너나없이 그저 일확천금만 꿈꿀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돈을 벌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덕이나 의리나 양심 같은 것들은 헌 신짝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을 하지 않고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의 수와 그렇게 얻는 재화를 최소화하여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곳이 복지사회이다.
얼마 전에 결정된 2013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다. 노무현 정권 때 최저임금은 연 평균 10% 정도 올랐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그 절반밖에 오르지 않았다. 시급 4,860원으로 하루 여덟 시간 일하면 하루에 3만8,880원, 한 달에 20일 일하면 77만7,600원, 25일 일하면 97만2,000원이다. 그것도 일자리가 확보되어 있고, 최저시급을 그대로 다 받을 때 이야기이고, 실제 노동환경은 훨씬 열악하다.
옛날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에서 가하는 가장 가혹한 형별은 '벽돌 나르기'였다고 들었다. 하루는 이쪽에 산처럼 쌓인 벽돌을 반대편으로 옮기도록 하고, 다음날은 다시 그 전 날 있던 쪽으로 옮기는 것을 끝없이 반복하는 형벌로서, 아무리 일을 해도 결과가 없는 단순노동이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사람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아무리 뼈 빠지게 일을 해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이 무한정 계속된다면, 그것도 수용소 생활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거기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간첩도 알만한 사실 모르는 높은 사람
누구든 하루를 일하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한 주간 일을 하면 하루나 이틀은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 6년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뒤에 안식년을 가질 여유가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확보되는 가운데 그런 휴식의 기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적어도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꿈속의 떡일 뿐이다.
수년 전에 정몽준 의원이 시내버스 요금이 70원쯤 하지 않느냐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박근혜 의원이 올해 최저시급이 5천 원이 넘지 않느냐고 말했단다. 간첩도 알 만한 사실들을 모르는 '높은' 사람이 한둘은 아니겠지만, 이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일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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