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사외이사, 바람막이로 변질

지역내일 2012-08-08
국내 생보사, 법조인·관료가 대부분 … 외국계는 보험업과 관련된 인사 선임

보험사 이사회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두고 있는 사외이사가 제도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회사를 위한 바람막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말 생명보험사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생보사가 아닌 국내 생보사들은 대부분 사외이사로 보험업과는 상관없는 법조인이나 행정관료들을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은 이사회 구성 인원 9명 가운데 5명이 사외이사다. 보험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법 15조는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보험사에 한해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도록 하되, 사외이사 수가 전체 이사의 과반수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초 삼성생명은 새 사외이사로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선임했다. 김 전 차관은 지경부에서 에너지산업 정책관과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냈다. 보험업과는 큰 관련성이 없는 인물이다.

김 전 차관 전에는 검찰 출신의 김영진 법무법인 청담 대표변호사가 6년 동안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또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1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임중이다.

대한생명도 지난 6월말에 새롭게 사외이사 4명을 선임했다. 24.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김광남 예보 리스크관리부장과 이석수 법률사무소 대표를, 대한생명은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와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선임했다. 사임한 사외이사들이 기업인이나 정치인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문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을 지냈고 이석수 대표는 전주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16일로 예정돼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과 맞물려 눈길이 간다.

◆생보업계,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 = 신한생명은 관료 출신이 많았다. 안홍철 전 재정경제부 부이사관과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임중이다.

지난 2010년 3월에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된 KDB생명 역시 관료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 정선길 전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이 2년 넘게 사외이사로 활동중이고 김영룡 전 국방부 차관이 지난 6월에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또 최근 사임한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대신 한광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신임 사외이사로 뽑혔다.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관료 출신이거나 법조인인 것이다.

동양생명은 사외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법조인이었다. 지난 6월에 선임된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와 손태호 화우 변호사, 1년 넘게 재임한 강병섭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로 모두 판사 출신이다. 또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3년 10개월째 사외이사로 재임중이다.

국내 생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 대부분이 검찰이나 법원, 행정부처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이다. 사외이사 제도가 보험사의 바람막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은 이유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법과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정한 내용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며 "법조인은 규제산업인 보험산업에 맞고 관료 출신도 기업의 활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지속가능경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사외이사 제도 개선 필요 = 하지만 외국계 생보사들은 사외이사로 보험 등 금융업에 종사한 인사나 교수 등을 선임해 대조를 보였다. 알리안츠생명은 사외이사 4명이 모두 대학교수였고 푸르덴셜생명은 보험학회장을 지낸 교수나 대학 총장, 전직 은행 부행장이었다.

ING생명은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보험사나 은행, 대학교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였고 메트라이프생명은 사외이사 3명이 모두 보험사 전직 임원이나 교수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가 발달한 미국은 대부분 동종업계 전문가나 교수, 대학 총장, 업무와 관련성 있는 전직 관료들이 선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외이사로 선임된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보험사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국내 생보사의 이같은 행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는 잘 만들었는데, 보험사들이 운용을 그렇게 하는 바람에 취지가 변질됐다"며 "검찰이나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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