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현/부산대 행정대학원장, 사회복지학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의 건강증진과 의료비 지출의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정보이해능력(health literacy)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건강정보이해능력이란 건강에 대한 단순한 지식을 넘어 개인이 의료와 관련된 적절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제대로 얻고, 처리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진료 상담 시 의료진의 설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건강상태 질문지와 동의서 양식을 읽거나 작성할 수 있으며, 건강교육자료를 이해할 수 있고, 기본적인 투약설명과 투약방법 등의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이 건강정보이해능력이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의료정보를 오해하기 쉽고, 의사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으며, 기초적인 의료지식을 얻고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어 건강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적절하게 내리지 못한다.
우리나라 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감기약과 같은 일반의약품의 복용 안내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72.4% 밖에 되지 않으며, 의사 처방전의 지시사항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저 수준이다.
그러면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낮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첫째는 의료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진다.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의료서비스 이용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
의료서비스 이용률 높아져
미국의 경우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입원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29%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건강에 대한 정보이해능력이 낮으면 의료서비스를 지나치게 자주 이용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표현하면,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놓쳐버리고 필요하지 않은 의료서비스를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사람들의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낮으면 결과적으로 보건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한 연구에 의하면,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연간 건강보호비용은 높은 사람들보다 4배나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커네티컷대학의 연구는 낮은 건강정보이해능력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은 연간 1,060억 달러에서 2,3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과 평균수명의 연장이 의료비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높은 의료비지출 수준이 국가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들 중의 하나는 건강이나 의료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수준을 높여 의료서비스를 정확하게 이용하고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건강정보이해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은 노년층, 다문화 가정, 장애인, 그리고 저소득층들이다. 노년 계층이 젊은 계층보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 다문화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이들 계층이 건강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노년층 등 위한 정보매뉴얼 만들어야
그래서 노년계층이나 저소득층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료관련 정보매뉴얼을 만들고,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병원에서의 통·번역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IT 기술이 발달한 한국의 장점을 살리려면 보편화된 스마트폰에 의료나 건강에 관한 정보를 탑재하여 사람들이 쉽게 건강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개인의 건강증진과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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