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웅 논설고문
작년 3월 세습독재에 맞서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이래 극심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가 이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권의 2인자라 할 리아드 히자부 총리가 수명의 각료, 군고위 장성과 함께 요르단으로 탈출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리아 권력의 핵심인 이너서클까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 타임스지는 6일 미국정부도 알아사드 정부가 무너진 이후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18개월 동안 무려 1만7000여명이 희생된 시리아 사태는 21세기 최악의 반인륜범죄로 알려져 있다. 2대에 걸쳐 48년동안 계속된 독재에 맞서 일어선 반정부 시위대에 정부군은 그동안 거침없는 학살을 자행해왔고 최근에는 화학무기까지 사용하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아사드 정권은 벌써부터 붕괴조짐을 보여왔다. 알아사드의 절친한 친구이자 공화국 수비대 지휘관이 지난달 터키로 탈출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수많은 군 장교들이 이웃나라로 망명하거나 시민군에 가담해왔다. 많은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망명했고 이제 정부의 총리까지 '테러정권'을 떠나 시민군에 합류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엔의 역할 강화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이 버티고 있는 것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권력욕과 세습정권에서 다져진 기득권세력의 저항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시리아사태를 외면해온 것도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일어난 '쟈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아랍의 봄'은 이집트의 무바라크정권, 리비아의 카다피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서 막히고 말았다. 그것은 이집트와 리비아가 전략적으로나 석유자원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가 얽혀 있어 나토(NATO)가 직접 나서는등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교적 빠른 시일에 결판이 났었으나 아무런 자원이 없는 시리아에는 내정불간섭을 내세워 국제사회가 외면을 해온 것이다.
시리아 사태에서 우리가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는것은 유엔의 무력함이다. 유엔은 시리아 학살사태에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그동안 수차례 시리아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번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에 막혀 버렸다.
유엔이 결정적인 순간에 무력함을 보이는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임은 세상이 다아는 일이지만 시리아 사태와 같은 미증유의 학살사태를 맞아서도 유엔이 아무런 힘도 쓰지못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다시한번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 사태와 같이 정치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반인륜적 범죄를 계속해도 유엔이 아무일도 못하게 만든 중국과 러시아가 도의적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엔이 긴히 해야할 일이란 바로 시리아 사태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 한다. 집단학살 같은 반인륜적 범죄나 약소국보호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켜야 할 역할은 결국 유엔이 해야 할 일임을 이번 사태는 거듭 강조해주고 있다.
아랍의 봄은 결코 멈출수 없다
시리아에는 반정부 세력이 조직화 돼있지 않아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더라도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정부 세력중 어느 세력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거나 특정 강대국의 후원을 받는 세력이 없다는 점도 이후 사태가 단순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만이 아니라 아랍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더 이상 이슬람원리주의가 통하지 않고 있으며 이념이나 종교 대신 직업, 물가, 부패같은 일상의 삶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게 오늘의 아랍세계이다. 종교적으로도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갈등이 엄연하고 리비아에서 보듯 부족간의 갈등도 단순하지 않다.
아랍사람들은 더 이상 권력자들의 부패와 타락, 독재와 압제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의 의지를 관철할수 있는 수단(SNS등)을 확보하고 있다. 아랍사람들은 지금 인간답게 살려는 분명한 욕구를 거침없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1만7000여명의 희생에도 결코 멈추지 않는 시라아사태는 그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혁명후 시리아 사태가 순조롭게 진전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살인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역사의 진전이다. 알아사드는 하루빨리 권좌에서 퇴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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