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달 초부터 중국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 성 등 중국 조선족 동포가 모여 사는 지역을 방문하여, 면접조사를 수행하는 등 연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생각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10년 조사하여 최근 발표한 제6차 전국인구조사 민족별 인구통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족 인구는 183만929명으로 2000년 제5차 전구인구조사의 192만3천842명보다 9만2천913명이 줄었다.
그 수가 줄어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으로 재이주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행정안전부에서 최근 발표한 '201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통계에 의하면, 올해 1월 1일 기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68,612명이었다. 그들 중 37,226명은 혼인 귀화자이고, 나머지 31,386명은 다른 사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다른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출산력이 지적된다.
중국의 전국인구조사는 실제 거주 인구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인구를 조사한다. 그러므로 약 184만 명이 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거주한다.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 국적 소지 재중동포는 462,268명이다. 외국인295,604명, 결혼이민자 29,184명, 유학생 2,205명, 재외동포 사증 소지자 72,870명, 기타 사유 체류자 62,40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진출한 사람도 수만 명에 달하므로, 중국에 체류 중인 조선족 인구는 아무리 많아도 136만8천661명을 넘을 수 없다.
중국전역 등으로 삶의 공간 확장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다. 인근 도시, 칭다오 등 먼 지역 공업도시, 베이징·톈진·상하이 등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동북3성의 농촌 마을에는 몇몇 노인들만 남아 있다.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조선족 인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지는 한 참 지났고, 동북3성의 조선족 마을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 조선족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진단이 피상적 관찰에 불과하다고 본다. 중국사회 전체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자본주의화·공업화·도시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형체 없이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 조선족 사회는 중국 전역과 해외 각지로 그 삶의 공간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중국동포들이 주변인(周邊人)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중국의 주류사회로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채 소수민족으로 생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들은 온전한 민족성원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제적인 데서 출발하여 사회·정치적인 영역까지 확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위치가 과연 주변적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중국사회와 한국사회 각각에서 그들의 위치는 주변이지만, 한국과 중국 사회를 아우르는 공간을 고려하면 그들은 두 사회를 잇는 다리, 다시 말해 중심으로 바뀐다. 두 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구조의 핵심에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변이지만 두 사회를 잇는 다리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지배를 피해 중국 동북지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예인 중국 조선족은 한국사회와 수십 년간 격리되어 생활하다, 탈냉전과 전지구화의 흐름을 타고 한국과 다시 연결되었고, 또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중국 동포가 연루된 강력범죄가 발생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특정인의 과오에서 비롯된 사건일 뿐, 중국 조선족 집단 전체에 대한 불명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중동포들에게 '우리나라'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재미동포와 미국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고방식임을 알 수 있다.
한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연히 한국정부의 정책으로도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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