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가장형, IMF 외환위기 후 최대 … 베이비부머 퇴직후 생계불안 반영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 진출이 급증했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성 가장형의 '나홀로 창업'이 절반을 넘는다. 이들의 증가세만으로 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6000명 늘어나 증가 폭이 2002년 4월(22만명) 이후 10년 3개월만에 가장 컸다.
고용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 증가 폭은 7월에 13만4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증가 규모의 68%를 차지했다. 2002년 3월(16만8000명 증가) 이후 최대치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유급 고용원'을 두지 않은 채 혼자 또는 무임금 가족과 함께 영업하는 자영업자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증가는 인건비 부담 등이 원인으로 자영업의 영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월에 4만명 늘어 5월(9만1000명)과 6월(7만1000명)보다 증가폭이 급감했다.
최근 자영업 증가세를 보면 고용원이 없고 남자가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남성이 은퇴하면서 영세자영업에 앞다퉈 뛰어든 결과로 추정된다. 고용원이 없는 남자 자영업자는 7월에 14만1000명 증가했다. 1998년 12월(15만1000명)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나홀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원인으로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매우 낮은 것을 꼽는다.
선진국에서 각종 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이전소득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70%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68.4%다.
반면 한국은 42.1%에 불과하다. 특히 OECD 국가들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평균인 45.7%보다 낮은 수치다. OECD 선진국들이 많이 내고 많이 받는 방식의 연금 운용이 일반화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없는 은퇴자들이 퇴직금 일부를 헐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나홀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 자영업은 규모가 영세한 데다 경쟁 또한 치열해 실패 확률이 높다.
은퇴세대의 '노후 파산' 역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개혁과 사적연금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준규 기자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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