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 38선 이북 바다에서 대게잡이 한창

지역내일 2012-08-22 (수정 2012-10-10 오전 9:49:57)
금강산 해금강이 눈앞 … 어민들, 북한 은덕어장에서 조업 기대

17일 새벽 4시30분 최영희 고성군수협조합장을 그의 집 앞에서 만났다. 거진항에 있는 고성군수협 길 건너편에 조합장의 집이 있다.

일행은 '김일성별장'이라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있는 곳을 지나 대진항에 도착했다. 김일성별장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48년 부인 김정숙과 김정일, 김경희 등을 데리고 쉬었다 간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다.

기자가 탈 배는 수협지도선인 새어민호. 이영훈(60) 선장이 모는 이 배는 4톤급으로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돼 있었다. 우리는 해양경찰서에서 이날 출어현황을 확인했다. 저도어장은 하루 10척 이상 입어선박이 있어야 개장한다. 동행한 수협직원은 "그보다 적으면 해경, 해군, 강원도, 고성군, 수협 등 어민들의 어로활동을 보호하고 돕는 선박들이 출동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낭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전="" 6시30분,="" 북위="" 38도34분="" 저도어장="" c구역에서="" 어업인들이="" 대게잡이에="" 한창이다.="" 7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내에서는="" 이곳에서만="" 대게를="" 잡을="" 수="" 있다.="" 고성="정연근" 기자="">

2만54㎡의 면적으로 무인섬인 저도 어장은 북방한계선(NLL)과 1km 떨어진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 4∼11월까지 한시적으로 조업할 수 있다. 북한의 해양생태계를 추정할 수 있어 지리학적으로도 중요한 해역이다.

정부는 고성군 선적 683척에 한해 저도어장에서 조업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 5500여척이 입어해 557톤, 30억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새벽 5시22분, 저도어장으로 출항했다. 가끔 가는 빗줄기가 흩뿌리는 날씨 때문에 파고는 높은 편이었다.

6시10분쯤 해경지도선 P-88호를 만나 생수를 건네주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해경은 50톤급 지도선에서 2박3일을 머물며 해상생활을 한다. 박희문 경위는 "우리 임무는 어민들의 월선을 예방하고 안전한 조업을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과 수협직원들은 서로 안부를 물었다. 이들은 한 바다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내 친숙했다.

기자는 한 곳에 정박해 있는 해경지도선에서 멀미기운을 느낀 후 내내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최 조합장이 "좀 누워있으면 나아진다"고 해 새어민호 조타실 뒤 3.3㎡(1평) 남짓 좁은 공간에 마련된 침실에 누웠지만 헛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기관실 바로 위에 얇은 철판을 대 마련한 공간은 심한 진동과 소음으로 울렸다. 바닷일은 제 정신으로 취재하는 일조차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 조합장은 배를 저도어장 C구역으로 돌리라고 했다. 정부는 저도어장을 A, B, C구역으로 나눠 A구역은 고성군 현내면 주민들에게만 개장하고 C구역은 고성군수협 소속 어민들에게 모두 개방한다. 해군의 이동항로인 B구역에서는 어로활동을 할 수 없다.

6시23분쯤, 북위 38도34분에 있는 저도어장 C구역에서 대게잡이에 여념없는 장근호(선장 장용이)를 만났다. 장 선장은 "새벽 4시30분 출항했다"고 말했다. 7분 뒤 해광호(선장 김금철)도 만났다. 고성군수협 이사로 활동하는 김 선장도 4시30분에 출항했다. 배에서 걷어 올리는 그물에는 대게가 계속 달려 올라왔다.

최 조합장은 "6월 1일부터 11월30일까지 연안에서 대게잡이는 금지돼 있지만 저도C구역은 7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허용한다"며 "이곳은 70일간 전국에서 유일한 대게잡이 어장"이라고 말했다.

대게가격은 지난해 kg당 4만~5만원했지만 올해는 2만2000~2만8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어민들은 "러시아산을 수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15분, 다시 대진항으로 돌아와 인근 위판장으로 향했다. 물메기와 문어 등이 위판장에서 경매사의 손을 거쳐 상인들에게 넘어갔다. 상인들은 속초에서도 온다. 경매장에서 최고 인기는 활어였다. 활어를 실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상인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최 조합장은 "이곳은 황금어장이지만 중국어선들이 여기서 멀지 않은 북한 은덕어장에서 싹쓸이 어업을 해 이전보다 못하다"며 "남북이 협력해 우리가 그곳에서 조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3일 저도어장의 조업기간을 도루묵이 많이 잡히는 12월 31일까지 1개월 연장했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164톤의 어획량 증가와 7억5000만원의 추가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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