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주인 "나무값보다 소송비 더 나가" 한숨만 …
한국주택공사(LH)가 토지개발 과정에서 주인 있는 조경수들을 강제로 무더기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피해보상은커녕 말바꾸기로 책임을 회피, 애꿎은 시민만 5년째 속을 태우고 있다.
◆"내 돈 주고 산 나무를 왜…"=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조경사업을 하고 있는 박 모(54)씨는 지난 2006년 11월, 별내면 화접리에 있는 주목(조경용 침엽수) 10~15년생 1600여그루를 땅주인에게 4800만원 주고 샀다.
그는 이듬해 3월 얼었던 땅이 풀리자 그 주목들을 옮겨심으러 갔다.
주목이 있던 땅은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사업구역 밖으로 옮겨야 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LH 직원들이 "이식작업을 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막아선 것. 박씨는 자신이 주목을 구입했다고 설명했지만 담당자는 "나무들은 공사 소유"라며 "절도죄로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LH는 이후에도 수차례 박씨의 이식을 제지하더니 그해 7월 말쯤 주목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박씨는 옮겨심기를 할 테니 벌목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LH는 "땅주인에게 나무 이식보상비도 지급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나중에야 박씨는 LH가 땅주인 아들로부터 문제의 주목들을 2006년 10월 31일까지 이식한다는 조건으로 철거이행 동의서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8년 땅주인을 상대로 나무값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했다. 그러나 △나무 이식을 전제로 동의서가 작성됐으며 △이식을 약속한 기한이 지나도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이식을 할 수 있으므로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검찰고발 하겠다더니 "이식 막은적 없다" = 그런데 확인결과 LH가 박씨의 주목 이식 문제에 대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2008년 확보한 LH 내부문건에 따르면 LH는 2007년 당시 박씨의 벌목중단 요청에 대해 '원칙적으로 보상대상도 소유권도 인정될 수 없다' '민원인이 수목 절단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면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법원에 보낸 공문에서 LH는 "지장물(주목) 이전 합의기한이 경과할 지라도 공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실제 공사 시작 전에는 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소송을 불사해서라도 이식을 막고 벌목을 강행하던 당초 입장과 정반대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당시 박씨의 주목이식을 막았던 LH 담당직원은 "(이식을) 막은 적이 없다" "(박씨에게 나무를) 옮기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21일 LH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씨가 나무를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미 제출한 계약서를 파기해놓고 딴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식을 막았던 직원에 대해서는 위증죄로 고소를 한 상황이다.
박씨는 "5년동안 나무값의 1.5배에 달하는 소송비를 쓰고 형제, 친구들과의 관계도 멀어졌다"며 "LH의 안일한 행정과 말바꾸기로 인한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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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공사(LH)가 토지개발 과정에서 주인 있는 조경수들을 강제로 무더기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피해보상은커녕 말바꾸기로 책임을 회피, 애꿎은 시민만 5년째 속을 태우고 있다.
◆"내 돈 주고 산 나무를 왜…"=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조경사업을 하고 있는 박 모(54)씨는 지난 2006년 11월, 별내면 화접리에 있는 주목(조경용 침엽수) 10~15년생 1600여그루를 땅주인에게 4800만원 주고 샀다.
그는 이듬해 3월 얼었던 땅이 풀리자 그 주목들을 옮겨심으러 갔다.
주목이 있던 땅은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사업구역 밖으로 옮겨야 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LH 직원들이 "이식작업을 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막아선 것. 박씨는 자신이 주목을 구입했다고 설명했지만 담당자는 "나무들은 공사 소유"라며 "절도죄로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LH는 이후에도 수차례 박씨의 이식을 제지하더니 그해 7월 말쯤 주목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박씨는 옮겨심기를 할 테니 벌목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LH는 "땅주인에게 나무 이식보상비도 지급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나중에야 박씨는 LH가 땅주인 아들로부터 문제의 주목들을 2006년 10월 31일까지 이식한다는 조건으로 철거이행 동의서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8년 땅주인을 상대로 나무값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했다. 그러나 △나무 이식을 전제로 동의서가 작성됐으며 △이식을 약속한 기한이 지나도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이식을 할 수 있으므로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검찰고발 하겠다더니 "이식 막은적 없다" = 그런데 확인결과 LH가 박씨의 주목 이식 문제에 대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2008년 확보한 LH 내부문건에 따르면 LH는 2007년 당시 박씨의 벌목중단 요청에 대해 '원칙적으로 보상대상도 소유권도 인정될 수 없다' '민원인이 수목 절단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면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법원에 보낸 공문에서 LH는 "지장물(주목) 이전 합의기한이 경과할 지라도 공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실제 공사 시작 전에는 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소송을 불사해서라도 이식을 막고 벌목을 강행하던 당초 입장과 정반대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당시 박씨의 주목이식을 막았던 LH 담당직원은 "(이식을) 막은 적이 없다" "(박씨에게 나무를) 옮기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21일 LH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씨가 나무를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미 제출한 계약서를 파기해놓고 딴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식을 막았던 직원에 대해서는 위증죄로 고소를 한 상황이다.
박씨는 "5년동안 나무값의 1.5배에 달하는 소송비를 쓰고 형제, 친구들과의 관계도 멀어졌다"며 "LH의 안일한 행정과 말바꾸기로 인한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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