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

지역내일 2012-08-28

박현채/한남대 객원교수/전 연합뉴스 논설고문

한국경제의 최대 화약고인 가계부채가 1분기 만에 또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회복 지연과 내수 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한다. 빚 갚고 나면 여윳돈이 없어 소비를 할래야 할 수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나 편의점은 물론이고 음식점이나 의류소매상 등의 매출이 줄어들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나마 빚을 갚을 수 있다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부실채권비율이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니 자칫하면 금융사의 건전성마저 우려할 처지다.

가계빚이 1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게 된 주된 요인은 2000년대 들어 잔뜩 부풀어 오른 부동산 버블 때문이다. 부동산 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한국에서 돈을 벌 방법은 부동산 밖에 없다면서 너도나도 빚을 내 부동산을 사들였다. 여기에는 정부와 금융권의 유례없는 저금리 시책과 경쟁적인 부동산담보 과다 대출이 크게 일조했다. 은행의 총예금에서 총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예대율이 100%를 넘어 은행마저 돈이 마를 정도였으니 그 당시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불행하게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이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저축은행 도산과 생계형 자영업자 몰락, 하우스푸어 등장, 내수 침체 가속화 등 경제 각 영역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경제전반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버블이 꺼져 죽을 쓰고 있는 미국과 스페인 등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스페인 등의 뒤 따라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기가 늦긴 했지만 2006년에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력한 대출 규제조치가 도입돼 은행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것보다 매매값이 적은 이른바 '깡통 주택'의 대거 출현을 막은 점이다.

국내 부동산 거품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치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2006년 하반기의 집값 폭등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방심하다 허를 찔렸다"고 자탄을 할 정도로 광풍 수준이었다.

2007년에 접어들어 부동산 과다상승과 정부의 전방위적인 투기억제 조치가 약효를 발휘하면서 버블 형성지역인 서울 강남과 수도권에서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 뒤 국내 집값도 급락세로 돌아서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고점대비 30~40%나 폭락하기도 했다.

당시 집권 초기인 이명박정부는 이같은 폭락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공기업을 총동원해 건설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매입해 주는 등의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금융사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대거 매입해 주고 그 대신 가계 대출자의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만기를 연장해 주도록 금융권을 압박, 사태 악화를 막았다.

이에 힘입어 집값은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고 부동산 버블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위축과 미래소득에 대한 전망 불투명,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등으로 부동산 상승 에너지가 줄곧 약해지더니 올들어 본격적으로 거품이 주저앉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조적 부실 과감하게 도려내야

지금 우리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심각하다. 유로존 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우리의 성장엔진인 수출의 급락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특히 600만 자영업자와 150만명의 하우스푸어가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엔진까지 멈출 경우 고통의 강도는 배가될 것이다. 그렇다고 임기응변식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기반 구축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내에 산재한 구조적 부실을 과감히 도려내는 것은 위기 때 가능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일관성 있는 추진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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