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양학선과 마카우, 용재 오닐

지역내일 2012-08-29

문송천/카이스트 교수

비만의 주범이 인터넷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정보 격차를 따졌지만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신종 개념이 속속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누구나 가진 자가 된 셈이다.

각종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도 있고 컴퓨터의 소형화가 스마트 폰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컴퓨터 소유 여부는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닌 세상이 됐다. 그래서 이제는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관심을 갖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양적 의미를 초월하여 질적 의미를 따지는 시대로 들어섰다.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부모의 학력에 따라 자녀의 컴퓨터 사용시간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활용하는 용도는 숙제나 정보 입수를 위한 것보다 오히려 게임이나 오락에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고졸 부모의 자녀는 대졸 부모의 자녀보다 하루에 90분이나 컴퓨터 사용시간을 쓸모 없이 낭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컴퓨터를 유용하게 쓰지 못하면 가난도 대물림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공부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 공부에서 남에게 밀리게 되며 그러다 보면 가난도 대물림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으로 못하는 게 거의 없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여기저기 직접 돌아다니지 않고도 앉아서 손쉽게 볼 일 보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으로 인해 생기는 시간의 이득을 여하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터넷이 비만의 주범이 될 수도 있고 역으로 비만을 물리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부모 학력과 자녀 컴퓨터 사용시간

인터넷으로 볼 일을 불과 30분 만에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운동에 한두 시간 사용한다면 인터넷 덕분에 체중이 조절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겠다. 반대로 남는 시간을 그냥 앉아서 쉰다면 인터넷이 비만의 원인이 될 여지도 있겠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시간을 선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선용하지 못한다면 가난도 과체중도 디지털 시대 여부와 무관하게 대물림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대물림의 연쇄적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녀의 시간 선용 차원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부모의 자세다.

대물림의 고리를 끊어 내는 데 성공한 자들의 공통점은 부모가 비록 재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삶 자체는 건전했다는 사실이다. 삶의 건전성 자체만으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증거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첫째는 양학선 선수다. 이름 그대로 학 두 세 마리가 마치 교량처럼 연결되어 공중을 선회하는 묘기를 보여준 체조 종목의 금메달리스트인 양 선수는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물림이 불가피하다시피한 살림살이였으나 본인의 성공을 향한 각오와 건전한 부모의 존재로 말미암아 가난의 고리를 끊었다.

스포츠 계에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2시간 3분 38초라는 경이로운 마라톤 세계기록을 쓴 케냐의 청년 마카우 무쇼키 선수다. 아프리카 극빈 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하다시피하는 가정 환경 속에서도 그의 도전과 건전한 부모가 있어 역경의 고리를 끊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다. 용재의 성공을 향한 집념과 양 조부모의 헌신적 자세가 불행의 사슬을 허락치 않았다.

가난해도 부모 삶 건전하면 자녀 행복

부모 삶의 건전성이 자녀 성공과 행복의 조건이 된다는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양학선과 마카우와 용재가 가진 시간을 얼마나 잘 선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셋 모두 어려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는 고된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신체가 왜소하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대중의 눈 위에 우뚝 선 거인이다. 이런 작은 거인들이 많이 생겨나는 필요조건은 부모의 건전성이다.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 선수를 위로하는 건전한 마음 자세가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의 열매를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 기성세대의 건전성은 젊은 세대가 도약하는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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