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셰일가스 ②] “장충체육관 224개 채울 규모 가스 확보”

지역내일 2012-09-04
한국석유공사 지분 보유 미국 아나다코 광구 현장
자원개발기업 몰려들며 '축복의 땅'으로 탈바꿈

미국 텍사스주 남서부의 샌 안토니오(San Antonio)시에서 남쪽 멕시코 국경 방향으로 220Km쯤 떨어진 이글포드 지역 내 아나다코 광구.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4월 23.7%의 지분을 인수한 셰일가스 생산광구다.

이곳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셰일가스 매장량은 4억7500만배럴BOE(원유환산 배럴, 1배럴=158리터)로, 한국석유공사의 몫은 1억1200만배럴BOE에 이른다.

서울 장충체육관을 원유로 가득 채울 경우 50만배럴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장충체육관 224개 분량만큼의 가스를 확보해 놓은 것이다.

특히 이곳의 발견잠재자원량은 32만배럴에 달해 한국의 셰일가스 확보량도 무궁무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석유공사는 2054년까지 43년간 생산계약을 해놓은 상태다.


<미국 아나다코="" 광구="" 시추기지="" 안에="" 있는="" 컨트롤="" 타워.="" 사진="" 가운데가="" 현지를="" 방문한="" 조="" 석="" 지식경제부="" 차관.="" 사진="" 한국석유공사="" 제공="">

◆80여개 기업, 셰일가스 개발 한창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샌 안토니오시에서 차로 2~3시간쯤 달리다보니 쉘, 체사피크,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의 대형 자원개발업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글포드 지역에는 80여개의 다국적 자원개발기업들이 셰일가스 개발에 한창이다.

그 가운데 나무가 듬성듬성 서있는 황무지가 끊임없이 펼쳐졌고, 곧이어 물과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자욱한 먼지를 뿜어내며 분주히 오갔다. 서울시(605.25㎡)의 2배 규모인 아나다코 광구(면적 1166㎡) 모습이다.

시추 현장에 도착하니 황토색 대지 위로 약 50m 높이의 시추기가 엄청난 소음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비상계단을 따라 시추기 컨트롤타워로 올라갔다.

이곳에선 지하 2000m 아래에서 진행되는 시추작업을 확인하며, 공사과정을 직접 지휘했다. 컴퓨터 모니터로 수평시추(셰일층에 시추관을 수평으로 삽입) 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연결문으로 나가보니 높이 4.5m, 12.7㎝(5인치) 둘레의 파이프관이 드릴과 연결돼 끊임없이 땅을 뚫고 내려갔다.

장호철 한국석유공사 현장 총괄 매니저는 "6개의 시추 우물 중 현재 5번째 우물을 리그(시추기계)가 파고 있다"면서 "리그는 수직으로 2㎞를 파 내려간 뒤 방향을 틀어 수평으로 2.1㎞ 뚫고 들어가는 데 이 시간만 약 열흘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첨단 수압파쇄 공법이 신에너지시대 열어 = 이렇게 파이프관이 셰일층까지 내려가면 첨단 수압파쇄공법을 통해 혈암에 갇혀있던 셰일가스를 뽑아낸다.

셰일가스 시추 설비는 해양 유전개발 장비와 달리 이동이 가능해 임무를 마치면 옆으로 이동한다.

시추설비를 보고, 인근에서 작업 중인 수압파쇄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6개의 시추공을 둘러싸고, 물과 모래를 실은 대형트럭 30~40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수압파쇄공법은 셰일층에 수평으로 삽입한 시추관을 통해 물, 모래, 화학약품 혼합액을 고압(500~1000기압)으로 분사, 혈암에 균열을 일으켜 가스를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한 우물당 사용되는 물의 양만 15만배럴에 달한다.

데이비드 도란드 아나다코 이글포드 현장소장은 "이처럼 시추, 수압파쇄, 가스포집 등의 과정을 거쳐 셰일가스를 생산한다"며 "이 과정을 거쳐 셰일가스가 미국 전역 소비지까지 운반되는 시간은 20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사실 이 지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민 5000여명이 말을 타고 사슴 사냥을 하며 생계를 꾸리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자원개발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축복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아나다코 관계자들은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 지역 땅값은 수십배 뛰고, 농장주들은 벼락부자가 됐다"며 "셰일가스 광구의 부지를 소유한 농장주들은 땅 사용료로 매월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생계를 위한 사슴 사냥이 여가활동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 아나다코="" 광구의="" 셰일가스="" 시추="" 기지.="" 사진="" 한국석유공사="" 제공="">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 생산원가에 못미쳐 = 대니 브라운 아나다코 사업총괄자는 "아나다코 광구에서 하루 10만배럴BOE의 원유·가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200만가구가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셰일가스 붐으로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백만Btu당 8.9달러에서 최근 2.7달러로 급락했다.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다.

자원개발업체들에 따르면 셰일가스 생산원가는 백만Btu당 4~5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현재 가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가스가격이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창석 한국석유공사 미주본부장은 "셰일층에는 대부분 원유와 가스가 함께 매장돼 있다"며 "이글포드 광구의 경우 경질유와 가스가 각각 64%대 36%의 비중으로 생산된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자체만으론 생산원가에 못 미치지만 경질유 판매로 손익을 맞추는 셈이다.

때문에 이글포드 지역 내에서도 가스만 생산되는 일부 광구는 최근 폐쇄한 곳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3334억원 투자수익 거둬 = 아나다코 생산 현장에서 만난 조 석 지식경제부 차관은 "수송비와 액화설비 건설비용을 포함해도 전통가스보다 30%쯤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아나다코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국내로 도입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하지만 가스 계약은 중장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셰일가스 개발이 당장 국내 에너지 판도를 급변시키기란 힘들 것"이라며 "셰일가스를 통해 천연가스 황금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한 가지 자원 개발에만 올인 할 순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생산원가보다 싼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이 향후 치솟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듯 했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올 초 미국 셰니에르사와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350만톤의 셰일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10% 규모다.

한국석유공사는 아나다코에서 생산된 가스를 국내로 직접 들여오지 않고, 지금까지 2억9500만달러(3334억원)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

샌안토니오(미국)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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