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재 논설고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논란을 보는 감회는 한마디로 답답함이다. 예스맨으로 둘러싸인 구중궁궐에 있다고 해도, 그 문제로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을 대통령이 모를 수는 없다. 미디어가 이토록 발달한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인식의 괴리가 있을 수 있는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당까지도 반대하고 나선 인사안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은 '오기'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논란의 당사자인 현병철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다 부적격자라고 손가락질 하는데 모른 척하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면 심통일 것이다. 3년이나 앉았던 자리인데 더 연연할 것이 무언가.
국회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에게서 집중포화를 맞았으면 여론의 흐름을 알 것이다. 관련단체 회원들의 집단행동까지 모른체 하겠다면 감투중독증으로 비추어질 뿐이다.
반인권적 성향 위원장의 '감투중독증'
그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끝난 뒤 청와대는 현 위원장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연임결정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아도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추는 것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이 단독으로 부적격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내고,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격앙된 어조로 기자회견을 하자 여당 지도부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9일 현병철 위원장이 용산참사와 관련한 안건 처리 때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을 사례로 들어, "인권위원장 직무수행에 큰 하자가 있다"고 비판했다. 직무수행에 결정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청와대 방어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발언이다. 여당의 분위기가 소극적인 부정에서 공개적인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여론을 모른척 하고 연임을 강행하면 임기말에 국민과 한판 붙자는 이미지로 비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답답하다.
그의 직무 부적격성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례로 드러났다. 민주당이 청와대에 보낸 청문보고서에는 부적격 사유가 무려 14항목이다. 논문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부동산 투기의혹, 업무추진비 개인사용 등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는 것이라고 치자. 그러나 인권보호와 인권신장을 소임으로 삼아야 할 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성향과 집무태도만은 그렇게 넘길 수 없다.
여당에서까지 문제를 삼은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사건'은 그가 인권문제에 어떤 인식을 가진 사람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용산참사란 불요불급한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점포와 주거시설에서 쫓겨나게 된 서민들의 농성을 테러진압처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다. 그 인권유린 문제를 다루는 인권위 전원회의 때 현 위원장은 직권으로 안건상정 유보를 선언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그 사건 관련 재판에 인권위 의견을 표명하자는 내부발의로 상정된 안건에 대하여 위원 6명이 찬성의견을 냈다. 가결되려는 순간 그는 느닷없이 안건유보를 선언하고 폐회 의사봉을 두드렸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이 "위원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중인데 왜…" "왜 독재를 하려고 그러세요"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단호하게 반응했다. "논의 더 해보아야 끝이 없어. 독재했다고 해도 좋습니다."
여당도 소극적 부정에서 공개적 반대로 돌아서
MBC 피디수첩 사건 때에는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는데도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다"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다민족 사회 문제를 언급한 어떤 강연에서는 흑인을 지칭하여 '깜둥이'이라고 말했고, 몽골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 지배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왜 그가 인권위원장으로 부적격자인지를 말해주는 근거로 회자되는 사례들이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엠네스티, 아시아인권위원회 같은 국제 인권단체들까지 그의 연임을 비판하고 있다. 인권위 내부적으로는 직원의 90%가 연임반대라고 한다. 취임 당시 스스로 "인권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토로했던 대로, 그가 인권위원장 부적격자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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