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불법사찰 등 인권문제 외면
"기득권 이익 대변에 더 큰 관심"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오는 28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변호사 회원 1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로서 국민의 권익 옹호와 회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써야 할 변협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회갑맞는 변협의 인권의식을 짚어본다.
변호사법 1조를 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변협은 변호사의 사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4월 발생한 검찰의 여기자 성추행 사태에서 낮은 인권 인식을 보여준 변협은 최근 들어 국가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되는 동안 변협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까지 하고 나자 뒤늦게 성명서를 냈다. 여론에 떠밀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낸 것이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2009년 용산참사로 5명의 철거민이 목숨을 잃고 2010년 쌍용차 사태로 2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내던졌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변협 언론은 공보이사 의견 표출 통로? = 지난 4월 변협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평을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 '공보이사 논평'으로 나온 이 글은 검사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두고 그 자리에 참석한 여기자들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됐다.
성추행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자 변협은 "협회장이 해외출장 중이어서 논평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를 표시했다. 하지만 다음날 변협신문에는 이 논평이 그대로 실렸고 이 논평을 옹호하는 기사가 1면에 게재됐다.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변협의 언론이 공보이사의 개인 의견 표출의 장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이었다.
이후 엄상익 공보이사에 대한 해임 요구가 빗발쳤지만 여전히 엄 이사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영희 변협 대변인은 "이번 사건 이후 공보이사가 가지고 있던 신문 편집권을 편집위원 전체에게 나눠줬다"며 "우리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방변호사회 임원을 지낸 모 변호사는 "그 정도 문제를 일으킨 상임이사는 해임하는 게 맞다"며 "언론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변호사단체가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인권과 정의 정신' 잃은 변협 =변협이 성명이나 논평 발표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가 변호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변협은 회원들에게 강 전 의원 무죄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돌린 지 하루만에 성명을 발표해 문제가 됐다. 설문지 내용도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는 내용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젊은 변호사들은 변협의 성명에 대해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단지 협회 집행부의 의견일 뿐이므로, 우리들은 이를 대한변협의 공식 의견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박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한변협 집행부가 '민주주의의 정착' '시대정신' '사법부 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6년에는 유신헌법을 옹호하는 성명을 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변호사단체가 위헌적인 유신헌법에 대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변협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긴급조치 위반사건의 판결조사 결과를 비난하면서 "유신헌법도 당시에는 다수 국민의 찬성으로 제정됐다"며 "유신헌법에 의한 재판을 비난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국론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인권과 정의'를 지켜야 할 변호사단체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0년 12월 유신헌법 상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익제보자' 김용철 변호사 징계 시도도 =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변협은 지난 2007년 삼성 떡값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검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변호사를 실제 징계하지는 않았지만 변협이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는 삼성이라는 한 기업의 사익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협 상임이사 절반 이상이 대형로펌 소속"이라며 "이들이 변협 집행부가 돼 소수자·약자 보호에 무관심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협이 됐다"고 분석했다. 변협 관계자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인권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인권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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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이익 대변에 더 큰 관심"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오는 28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변호사 회원 1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로서 국민의 권익 옹호와 회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써야 할 변협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회갑맞는 변협의 인권의식을 짚어본다.
변호사법 1조를 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변협은 변호사의 사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4월 발생한 검찰의 여기자 성추행 사태에서 낮은 인권 인식을 보여준 변협은 최근 들어 국가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되는 동안 변협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까지 하고 나자 뒤늦게 성명서를 냈다. 여론에 떠밀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낸 것이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2009년 용산참사로 5명의 철거민이 목숨을 잃고 2010년 쌍용차 사태로 2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내던졌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변협 언론은 공보이사 의견 표출 통로? = 지난 4월 변협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평을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 '공보이사 논평'으로 나온 이 글은 검사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두고 그 자리에 참석한 여기자들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됐다.
성추행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자 변협은 "협회장이 해외출장 중이어서 논평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를 표시했다. 하지만 다음날 변협신문에는 이 논평이 그대로 실렸고 이 논평을 옹호하는 기사가 1면에 게재됐다.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변협의 언론이 공보이사의 개인 의견 표출의 장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이었다.
이후 엄상익 공보이사에 대한 해임 요구가 빗발쳤지만 여전히 엄 이사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영희 변협 대변인은 "이번 사건 이후 공보이사가 가지고 있던 신문 편집권을 편집위원 전체에게 나눠줬다"며 "우리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방변호사회 임원을 지낸 모 변호사는 "그 정도 문제를 일으킨 상임이사는 해임하는 게 맞다"며 "언론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변호사단체가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인권과 정의 정신' 잃은 변협 =변협이 성명이나 논평 발표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가 변호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변협은 회원들에게 강 전 의원 무죄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돌린 지 하루만에 성명을 발표해 문제가 됐다. 설문지 내용도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는 내용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젊은 변호사들은 변협의 성명에 대해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단지 협회 집행부의 의견일 뿐이므로, 우리들은 이를 대한변협의 공식 의견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박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한변협 집행부가 '민주주의의 정착' '시대정신' '사법부 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6년에는 유신헌법을 옹호하는 성명을 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변호사단체가 위헌적인 유신헌법에 대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변협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긴급조치 위반사건의 판결조사 결과를 비난하면서 "유신헌법도 당시에는 다수 국민의 찬성으로 제정됐다"며 "유신헌법에 의한 재판을 비난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국론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인권과 정의'를 지켜야 할 변호사단체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0년 12월 유신헌법 상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익제보자' 김용철 변호사 징계 시도도 =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변협은 지난 2007년 삼성 떡값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검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변호사를 실제 징계하지는 않았지만 변협이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는 삼성이라는 한 기업의 사익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협 상임이사 절반 이상이 대형로펌 소속"이라며 "이들이 변협 집행부가 돼 소수자·약자 보호에 무관심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협이 됐다"고 분석했다. 변협 관계자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인권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인권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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