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내는 보험료, 곶감 빼먹듯
고용보험기금중 실업급여 재정이 악화됐다는 것은 하반기 경제위기를 앞둔 상황에 비춰 심각한 문제다.
지난 5년간 이어진 적자는 적립금 감소를 불러왔고, 지출 대비 적립금 배율(2011년 0.4배)은 법적한도(1.5~2배) 이하로 떨어진 법 위반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실업급여 재정 상태로는 2008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의 경제난을 견디기 힘들다는 예측을 내놨다. 4년전 경제위기가 다시 온다면 내년엔 남은 적립금까지 모두 써야 할 지경이다. 경제난이 길어져 한 해 더 지속되면, 실업자 대책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정부 방만한 운영 탓 = 실업급여를 쌓아두는 '곳간'이 점점 바닥을 드러낸 것은 정부의 방만한 운영 탓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지악화가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반회계 대신 고용보험기금을 곶감 빼먹듯 써왔다.
적립금 배율은 2007년 2배에서 2008년 1.6배로 낮아졌다. 급기야 2009년엔 법정한도를 위반해 0.8배로 떨어졌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2010년 0.6배, 2011년 0.4배로 더 떨어졌다. 올해는 0.3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 취지와는 무관한 국민일반 대상사업까지 실업급여에 떠안겼다. 대표적인 사업이 '모성보호급여사업'이다. 산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이직을 막자는 취지도 있지만, 산모의 건강보호 출산장려 등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제도다. 이 사업은 일반회계로 추진해야 옳다.
◆순수 실업급여는 줄어드는데 = 2001년 당시 국회는 모성보호사업을 건강보험으로 운용하려 했으나, 건강보험기금 재정악화를 이유로 일시적으로 실업급여에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본회의는 급여의 일정부분을 매년 일반회계 예산에 반영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0년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 실현을 위해 사업예산의 50%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일반회계에서 매년 100%씩 늘이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회계에서 2006년 이후 매년 100억원(2012년은 150억원)만 전입해왔다.
문제는 순수 실업급여 지급액이 2009년 이후 감소하는데 반해, 모성보호사업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성보호사업비는 △2007년 1900억원(전년대비 54.2% 증가) △2008년 2700억원(37.1% 증가) △2009년 3200억원(20% 증가) △2010년 3700억원(16.5% 증가) △2011년 5100억원(37.4% 증가) 등으로 급속히 늘었다. 올해 예상지급액은 6100억원으로, 작년보다 20.2% 늘어날 전망이다.
모성보호사업이 실업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4%에서 2007년 7.2%, 2011년 10.3%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14.8%로 높아질 전망이다.

◆모성보호사업 분리 시급 = 전문가들은 모성보호사업을 고용보험에서 시급히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재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여성에게도 모성보호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활용예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모성보호사업을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해 별도 관리하거나,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실업급여에만 매달리면 실제 모성보호사업이 필요한 여성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모성보호사업중 의무지출이 늘어 앞으로 지급액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업급여 재정악화를 고려하면 관련부처가 모성보호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고용보험기금 중에서도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할 사업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시행하는 △노동시장분석 직업지도사업 △고용안정 전산망 관리사업 △민간고용서비스 지원사업 △학교와 노동시장 연계 사업 등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어서 일반회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독단적 기금운용을 막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일본은 실업급여의 25%를 국고에서 부담해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정부가 일반회계로 할 사업까지 모두 기금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유길상 교수는 "정부 기금운영이 방만한 측면도 있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적 인기를 위해 별의별 일자리 사업을 추가한다"며 "지금처럼 기금을 운용하면 경제위기 때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급여=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실직을 당한 경우 재취업 활동을 하는 동안 일정 급여를 지급해 생활안정을 돕는 제도다. 실직자가 지급받는 순수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취업촉진수당·연장급여·상병급여 등이다. 실업급여는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데, 재정악화로 지난해 보험요율을 0.9%에서 1.1%로 올렸다. 하지만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아 추가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는 6138억원 적자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수입 3조5738억원 △지출 4조1876억원 △적립금 1조7374억원이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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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중 실업급여 재정이 악화됐다는 것은 하반기 경제위기를 앞둔 상황에 비춰 심각한 문제다.
지난 5년간 이어진 적자는 적립금 감소를 불러왔고, 지출 대비 적립금 배율(2011년 0.4배)은 법적한도(1.5~2배) 이하로 떨어진 법 위반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실업급여 재정 상태로는 2008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의 경제난을 견디기 힘들다는 예측을 내놨다. 4년전 경제위기가 다시 온다면 내년엔 남은 적립금까지 모두 써야 할 지경이다. 경제난이 길어져 한 해 더 지속되면, 실업자 대책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정부 방만한 운영 탓 = 실업급여를 쌓아두는 '곳간'이 점점 바닥을 드러낸 것은 정부의 방만한 운영 탓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지악화가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반회계 대신 고용보험기금을 곶감 빼먹듯 써왔다.
적립금 배율은 2007년 2배에서 2008년 1.6배로 낮아졌다. 급기야 2009년엔 법정한도를 위반해 0.8배로 떨어졌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2010년 0.6배, 2011년 0.4배로 더 떨어졌다. 올해는 0.3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 취지와는 무관한 국민일반 대상사업까지 실업급여에 떠안겼다. 대표적인 사업이 '모성보호급여사업'이다. 산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이직을 막자는 취지도 있지만, 산모의 건강보호 출산장려 등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제도다. 이 사업은 일반회계로 추진해야 옳다.
◆순수 실업급여는 줄어드는데 = 2001년 당시 국회는 모성보호사업을 건강보험으로 운용하려 했으나, 건강보험기금 재정악화를 이유로 일시적으로 실업급여에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본회의는 급여의 일정부분을 매년 일반회계 예산에 반영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0년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 실현을 위해 사업예산의 50%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일반회계에서 매년 100%씩 늘이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회계에서 2006년 이후 매년 100억원(2012년은 150억원)만 전입해왔다.
문제는 순수 실업급여 지급액이 2009년 이후 감소하는데 반해, 모성보호사업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성보호사업비는 △2007년 1900억원(전년대비 54.2% 증가) △2008년 2700억원(37.1% 증가) △2009년 3200억원(20% 증가) △2010년 3700억원(16.5% 증가) △2011년 5100억원(37.4% 증가) 등으로 급속히 늘었다. 올해 예상지급액은 6100억원으로, 작년보다 20.2% 늘어날 전망이다.
모성보호사업이 실업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4%에서 2007년 7.2%, 2011년 10.3%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14.8%로 높아질 전망이다.

◆모성보호사업 분리 시급 = 전문가들은 모성보호사업을 고용보험에서 시급히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재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여성에게도 모성보호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활용예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모성보호사업을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해 별도 관리하거나,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실업급여에만 매달리면 실제 모성보호사업이 필요한 여성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모성보호사업중 의무지출이 늘어 앞으로 지급액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업급여 재정악화를 고려하면 관련부처가 모성보호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고용보험기금 중에서도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할 사업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시행하는 △노동시장분석 직업지도사업 △고용안정 전산망 관리사업 △민간고용서비스 지원사업 △학교와 노동시장 연계 사업 등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어서 일반회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독단적 기금운용을 막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일본은 실업급여의 25%를 국고에서 부담해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정부가 일반회계로 할 사업까지 모두 기금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유길상 교수는 "정부 기금운영이 방만한 측면도 있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적 인기를 위해 별의별 일자리 사업을 추가한다"며 "지금처럼 기금을 운용하면 경제위기 때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급여=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실직을 당한 경우 재취업 활동을 하는 동안 일정 급여를 지급해 생활안정을 돕는 제도다. 실직자가 지급받는 순수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취업촉진수당·연장급여·상병급여 등이다. 실업급여는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데, 재정악화로 지난해 보험요율을 0.9%에서 1.1%로 올렸다. 하지만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아 추가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는 6138억원 적자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수입 3조5738억원 △지출 4조1876억원 △적립금 1조7374억원이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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