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휘문고 교사/전국학부모지원단 고문
내일신문과 서울진학지도협의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2013 수시 6회 지원제한에 따른 수험생의 지원 경향'을 보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상향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내신 성적과 모의 평가 성적 별로 지원 예정 대학을 선택하도록 하였는데, A 대학을 선택한 수험생은 전체 표본 2480명 중에서 721명이었다. 721명의 모의 수능 등급 분포를 보면 491명이 2.0~4.0사이, 149명은 1.0~2.0 등급사이에 있었다. 이 대학은 정시 모집에서는 수능 등급이 인문계는 1.5 등급 이내, 자연계는 2.0 등급 이내에 드는 학생들만이 합격한다. 수시 모집에서 대부분의 수험생이 상향지원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12수시 모집에서 B대학 자연계 논술 우수자 전형. 자연대와 공과대 등 자연계 전체 모집인원이 280명이었는데 응시인원이 2만 4082명으로 8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의학부는 10명 모집에 4243명이 지원하여 424.3 대의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경쟁률이 낮은 모집 단위도 경쟁률이 50 대 1을 넘겼다. 비단 이 대학만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 거의 모든 사립대학 수시전형 평균 경쟁률은 40 대 1을 넘겼다. 서울대, 서울과기대, 경북대 등 국립대의 경쟁률은 이들 대학의 1/4분에 불과한 10 대 1 남짓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입학 경쟁률은 대학의 자존심과 맞물려 있다. 높은 경쟁률은 그 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만큼 인기 있는 대학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또, 다수의 수험생에게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이력과 능력을 가진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대학들, 대입경쟁률 일부러 높이기
그러나 현재의 경쟁률은 이제 수험생이나 학부모, 진학지도 교사들의 인내 한계점을 넘어섰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수험생에게는 고마울지 모르겠지만, 불합격한 대다수 수험생들은 기만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대입 경쟁률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력한 대학이 같은 전형유형에 두 번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즉, 일반전형 기계공학과를 지원하고, 모집단위를 달리해서 일반전형 건축공학과를 또 지원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하자. 어떤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실력 수준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지원할 수 있는 수험생들도 한정이 되어 있다. 이들에게 두번의 지원 기회를 준다면 불안한 수험생들은 당연히 그 기회를 이용할 것이다. 대학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경쟁률만 높아진다.
대학들은 지원 방법, 수능 최저학력 기준, 학생부 반영 방법, 단계별 전형, 대학별 고사 등을 활용하여 경쟁률을 조장한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납득될 명분만 있으면 전형 방법을 설계하여 인위적으로 경쟁률을 높일 수도 있다. 2012년 입시에서도 그런 대학들이 많이 있다. 또, 수시 전형이 이 지경으로 복잡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나 서울과기대, 경북대, 부산대와 같은 국립대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거나,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단계별 전형을 실시하거나, 전년도 합격자의 성적분포 등을 정확하게 공개한다. 합격할 실력이 되면 지원하고 그렇지 못하면 지원하지 말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경쟁률이 높을 리 없다. 수업료가 사립대의 절반 밖에 안 되고 취업률도 뒤지지 않으며, 재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대학들이다. 전형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충분이 경쟁률을 낮추고,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지도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입전형계획, 정부 차원 규제를
올해 수시 전형 지원을 6회로 제한하였다. 강수량을 조절하여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발상이다. 상위권 대학이 수험생을 지원 단계에서부터 독식하면서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사립대는 대량 미달 사태에 허덕일 수도 있다.
대학 서열화을 더욱 가속시킬 수도 있다. 지원 횟수를 제한하기 보다는 대학들의 경쟁률 높이기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수험생들이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을 삼가하도록 하는 것이 순서이다. 즉, 각 대학의 신입생 전형 계획만큼은 정부 차원의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